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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73화- 누구를 위한 헌법인가
작성자 : 등록일 : 2014-04-29 오전 10:29:21


헌법(憲法)이란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규정과 국가권력의 조직, 그리고 작용에 관한 규정으로 구성된다.

여러 기능을 담고 있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이지만,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의 권리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민주주의에 근간을 둔 국민의 자율에 근본을 두고 헌법이 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헌법에 위배되는 사건, 헌법에 반(反)하는 일들은 종종 일어난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헌법에 저촉되는 사안들은 언제든지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해줘야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렇다. 법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이 법원이듯, 헌법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헌법재판소다.

헌법재판소, 줄여서 헌재라고 부르는 곳은 헌법이라는 국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법에 대한 모든 사안을 다루는 곳이다. 그래서 헌재는 국민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만한 곳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근간을 다루고 있는 법안에서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또한 헌재에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바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헌법소원을 재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국민에 대한 기본권의 확립보다는, 청소년의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강제적인 규제가 옳다고 판단을 했다. 이제 강제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법은 헌재의 ‘인증’을 받은 초월적 법이 되었다.



24일 업계와 게임 시장의 눈은 헌재로 쏠려 있었다. 지난 2011년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전 게임산업협회)와 문화연대, 다수의 게임업체들은 함께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위헌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재기한 바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4년 4월 24일에 헌재가 드디어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업계는 만약 헌재가 셧다운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할 경우 업계를 향해 있는 강제적인 규제법을 해결하고 산업을 저해하고 있는 악질적 규제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범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국내 게임업계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전시성 규제법을 발표하는 악습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특히 청소년들을 강제적으로 범죄가 아닌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셧다운제의 골자인 만큼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충분히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24일 오후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기본법 보장보다는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워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것.

△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게임업계의 기대를 완전히 어긋나는 그것이었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존재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게임 이용과 중독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되지만 가정·학교 등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도입됐다"며 "시간과 대상이 심야, 청소년으로 제한돼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게임에 과몰입할 경우 건강악화·생활파괴·우울증 등 성격변화·현실과 가상공간의 혼동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이 연결되는 곳에서는 장소적·시간적 제약없이 즐길 수 있어 자발적 중단도 쉽지 않다"며 "청소년 중 상당수와 학부모 중 절반 이상이 스스로 인터넷게임 시간 통제가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는 등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헌재는 "PC게임·모바일게임 등에는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아 평등권이 침해됐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PC게임·모바일게임은 종류나 시간적 이용이 제한적이어서 이들에 셧다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해서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 인터넷 게임의 과도한 이용이 건강에 나쁘고 청소년의 보호를 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업계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에 셧다운제를 포함해 규제법을 추진하고 있는 보수진영 측, 여성가족부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게임업계를 비롯한 문화연대 등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헌재가 강제적 셧다운제가 헌법을 위배하고 국민의 기본법을 보장하지 않는 초월적 법안이라는 것에는 근거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대부분 받아들여 판결을 했다는 것에 ‘실망’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당초 헌재의 헌법재판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도 규제법이 헌법과 기본법을 감안했을 때 위헌이라는 판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이보다는 청소년의 보호와 게임업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고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헌재는 결국 게임이 청소년에 유해한 매체라는 점, 규제할 대상이라는 점에 자신들의 ‘한 표’를 던진 셈이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헌재가 헌법에 위반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 보다 게임의 유해함을 먼저 생각하고 판결을 내렸으니 주객이 전도된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공식 인증’을 받은 셧다운제는 위헌성과 실효성 논란을 뒤로한 채 지속적으로 게임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헌재가 게임의 유해성과 청소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서 판결을 내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반대로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왜 감안하지 않는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 게임 이용자 1천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의 27.4%가 '게임물의 연령별 이용등급 구분이 유용하지 않다'고, 이 중 59.9%는 그 이유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헌재가 ‘오지랖’을 부렸다면 최소한 법의 개정도 언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 업계 전문가의 볼멘소리다.

△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인해 현재 업계를 억누르고 있는 규제법안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모바일 게임 시장의 셧다운제 도입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셧다운제는 업계에서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헌재의 합헌 결정이 셧다운제 자체로는 무의미할 수 있다. 여가부도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심야시간 게임 이용자가 0.5%에서 0.2%로 불과 0.3%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는 등 실효성도 없는 법임이 만 천하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헌재가 게임 규제법에 대해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향후 다가올 더 심각한 규제법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게임업체에 전체 매출 중 일부를 강제로 징수하는 법안과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규제법이 이번 셧다운제 합헌 영향으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고 있다.

또 당장 직면한 문제도 있다. 그 동안 유예되어 왔던 스마트폰 게임으로 셧다운제를 확산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여가부는 당초 스마트폰 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게임업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와 업계의 반발로 시행이 유보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합헌 결정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률 상승을 들어 스마트폰 게임에도 셧다운제 적용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문화콘텐츠 전반적인 적용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등 미디어 산업에 이르는 문화콘텐츠 전반적인 업계는 좌불안석으로 향후 추이를 지켜보게 되었다.

위헌 소송에 참여한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국민이 뽑은 국회가 만든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이례적이어서 이번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걸쳐 모든 규제 시도가 탄력을 받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헌재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업계와 문화콘텐츠 산업은 이제는 규제법 자체를 폐지하려 하는 노력으로 규제법에 대한 반대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국회와 정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셧다운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민주주의 시민’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중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앞으로도’강제적인 규제에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성인들이라고 피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도 없다. 당장 게임중독법이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규제를 하려고 하는 규제법이 대두되어 있다.

결국 업계는 물론 시민운동 차원에서 국민의 자기결정권과 문화를 향유할 권리,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규제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누구를 위한 헌법인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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