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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서풍의 광시곡
작성자 : 등록일 : 2013-11-30 오전 8:07:33


올드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한 번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게임들의 존재는 쉽게 잊히지 않는 ‘첫사랑’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추억이 아름답게 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지금보다 더 순수한 마음으로 게임을 접하고 즐겼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다.

게임을 접하는 데 있어서 많은 것들이 제약이 되고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현재에 비해, 과거는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그 중 재미 하나를 찾기 위해 그것들을 모두 감수하고 게임을 만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도 존재하고 있었다. 불편함을 헤쳐 나가고 게임의 재미를 만끽했을 때 비로소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가를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지금은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대변이 되는 과거의 국산 RPG들은, 대부분 이런 ‘난관’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엇다. 치명적인 버그들이 대부분이었고, 애초에 게임 빌드 자체가 잘못되어서 게임 설치나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이상한 꼼수(?)를 써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아마 작금에 그런 버그들이 존재하는 게임들이 있다면 ‘치명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꼼수들을 시행하고, 매우 불편한 버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하기 위한 일념으로 오로지 ‘도전’을 외쳤으니.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위함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그런 불편함 따위는 방해거리가 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순수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올드 게이머들이 순수한 게임에 대한 치열한 열정을 쏟았던 타이틀 중 최고봉을 꼽는다면 역시 창세기전 시리즈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PC RPG명작 중 여전히 최고라고 불리는 창세기전 시리즈지만, 처녀작부터 시작해서 매 편 마다 게임이 멈추거나 혹은 진행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버그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없이 게임이 멈추더라도 유저들은 창세기전에 쏟은 집중도를 거둬들이지를 못했으니……사실상의 처녀작이자 시리즈 중 최고의 센세이션, 국내산 PC패키지 RPG중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고 불라는 창세기전2~ 회색의 잔영에서 유저들은 유난히 순도 높은 게임에 대한 열정을 보냈다(※참고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창세기전2).

당연히, 창세기전2의 후속작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을 수밖에 없었던 시기. 당연히 정식 넘버링인 3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이들에게, 개발사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의 외전, 서풍의 광시곡(Rhapsody of Zephyr?)을 내 놓는다.



실질적인 첫 번째 편이라고 할 수 있었던 창세기전2는 희대의 역작이라는 평가 속에 국내산 RPG의 훌륭함과 역량을 시장에 확실히 어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시간이 지나도 강렬하면서도 애잔하게 남는 창세기전의 스토리와 엔딩에 젖어 있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유저들과 시장은 소프트맥스의 다음 움직임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관건은, ‘언제 저 창세기전의 정식 후속 넘버링이 등장할것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소프트맥스에게는 창세기전의 후속작을 바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창세기전 시리즈를 외전격으로 해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생각 또한 없었다.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창세기전2에서 기획했던 바와 창세기전1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수 보강하는 등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한 만족도를 끌어올렸으며 흥행도 성공했기 때문에 간판 타이틀을 내세운 또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메인이자 ‘전설’이 되고 있는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그러나 창세기전2 이후 출시한 신작들이 시장에서 크게 실패를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1996년 액션 RPG인 에임포인트와 1997년 국내 최초로 시도된 해저 시뮬레이션 게임인 판타랏사가 기대와는 달리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었다. 창세기전2가 시장에서 큰 성공을 했다고는 하지만 두 신작 게임의 실패를 ‘묵시’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여전히 소프트맥스는 벤처 회사였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커맨드앤컨커라든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RTS게임들이 PC게임 시장에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을 즈음, 소프트맥스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두 종의 RTS게임을 선보였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에 밀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회사의 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결국, 소프트맥스는 회사의 재정상태를 다시 돌리기 위해 창세기전이라는 카드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존에 기획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식 넘버링 타이틀을 내놓다가는 게임의 흥행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명성마까지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넘버링 타이틀이 아닌, 외전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급박하게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창세기전의 외전, 서풍의 광시곡이었던 것이다.



급작스러운 기획이었지만, 콘셉트는 확실히 서 있었다. 현 소프트맥스 이사인 최연규 당시 메인PD는 게임의 스토리와 구성에 오마주와 패러디를 적극적으로 살리는 방식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 자신과 게잉믈 개발하는 개발진이 모두 명작 애니메이션과 소설, 판타지 세계관과 무협 작품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었고, 그것들을 한 대 어우르고 또 다른 완성도를 구현해 내는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배경 스토리의 뼈대가 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프랑스의 유명 소설이자 명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의 탈옥과 화려한 재기 뒤 복수의 고전을 선택한 개발진은 이 안에 무협과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를 한데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 고안을 해 낸다. 짧은 개발 기간과 기획 기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만들어 진 스토리라인은 창세기전2의 배경이었던 창세기 전쟁이 끝난 뒤 50년 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게이시르 제국의 붕괴 이후 연인과 가장 믿던 친구에게 배반당한 주인공 시라노 번스타인이 수감된 감옥에서 탈옥해 복수를 위해 싸운다는 설정이 주된 내용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게임은 획일적이고 단일적인 복수극으로 그치지 않고,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창세기전 세계관의 다양한 설정들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시라노가 이올린을 만나 흑태자의 검술을 전수받고 흑태자의 유물인 아수라를 받은 뒤 창세기전 세계관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이야기 전개는 창세기전 시리즈 특유의 다양한 구도의 스토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서풍의 광시곡이 성공적인 스토리 구성을 성공하면서,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짜는 창세기전의 성향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또, 시리즈 최초로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특징으로 신작의 독특함을 더했다.

서풍의 광시곡은 총 3가지의 엔딩을 지원했는데, 진엔딩인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와 원안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결말과 비슷한 ‘신천지를 향하여’, 그리고 비장미가 넘치는 ‘광시곡’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고 죽을때까지 싸우는 ‘광시곡’엔딩이 인기가 있기도 했던 멀티엔딩은, 창세기전 외전의 또 다른 외전인 템페스트, 그리고 창세기전3로 이어지는 정식 엔딩인 1에서의 시라노의 ‘고작, 독이 든 와인을 마시기 위해 15년 동안을 기다렸단 말인가’라는 명대사 등으로 유저들에게 어떤 엔딩이 마음에 드는가를 따지는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특히, 게임을 세 번 플레이하는 원인이 됨은 물론, 또 다른 엔딩이 혹시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열띈 토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풍의 광시곡은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전작은 물론 당시 등장한 RPG들과 큰 차이를 내고 있었다. 개발 초기 게임 그래픽에 대한 개발 툴이 큰 변혁을 일으키고 있었고, 하드웨어의 발전 또한 크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좋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서풍의 광시곡이 개발되고 있을 당시, 게임 그래픽 카드의 성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640X480 해상도에 16비트 컬러의 구현을 해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저해상도 그래픽에서 차원이 달라지는 비주얼 퀄리티 구현이 가능해지자, 서풍의 광시곡은 한층 더 풍성한 게임이 되었다. 배경 또한 고해상도로 작업해 화려한 면을 더했는데, 교회에서의 스태인레이스 글라스 배경이라든가, 물의 표현, 자연경관의 모습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전투시의 스킬 임팩트 또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이었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필살기 중의 필살기’인 아수라파천무가 너무 썰렁하게 구현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아쉬웠던 점’이었을 뿐, 게임의 비주얼 퀄리티 점수를 깎아내리지는 못했다.

창세기전 특유의 미려한 일러스트 또한 외전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작화는 일본인인 Mr.Huruno씨가 담당했는데, 상당한 퀄리티로 캐릭터들을 표현해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간에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일러스트레이터가 갑자기 개발팀에서 이탈을 하는 사정으로 그가 만들어 놓은 극화를 국내의 극화팀이 따라 그려야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 진 일러스트였지만 원안이 워낙 훌륭했던지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구현해 낼 수 있었고, 중세시대와 창세기전 시리즈에 어울리는 판타지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탄생됐다. 주인공이자 복수의 느낌을 확실히 내뿜고 있었던 시라노는 물론, 흑막의 포스를 내뿜던 체사레, 메디치와 리델하트, 이자벨과 클라우제비츠 등 인기 캐릭터들을 수없이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서풍의 광시곡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비주얼적인 만족감을 주는 요소는 단연 음악이었다. 창세기전 특유의 OST가 전에 없는 호평을 받을 정도였던 서풍의 광시곡은, BGM이 좋기로 소문난 게임인 창세기전의 전통을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게임의 이름(광시곡, Rhapsody)만큼이나 훌륭한 음악을 자랑했으니, 유저들의 귀와 눈이 즐거운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한편, 서풍의 광시곡에서의 음악은 장성운과 황주은이라는 외주 개발진이 따로 제작을 해 제공했는데, 이들 중 장성운은 소프트맥스에 입사해 창세기전 시리즈와 마그나카르타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으며, 황주은은 어뮤즈월드로 입사해 EZ2DJ등을 작업한다)..



사실,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은 시스템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게임이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분명히 있었지만, 문제는 이 콘텐츠들의 밸런스가 너무나 좋지 않았던 것이었다. 전작 또한 흑태자 등장 이후 아수라파천무와 캐릭터들의 필살기 난무면 게임이 그냥 끝나 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런 평가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풍의 광시곡에서도 또한 전투 시스템은 다양한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밸런스 면에서는 썩 훌륭하지는 못했다. 서풍의 광시곡은 전투를 하기 전에는 전통적인 RPG시스템, 즉 탐험하고, 대화하고, 이벤트를 일으키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투에 돌입을 하면 전투캡에서 S.RPG를 하는 패턴이었는데, 전투맵에서 캐릭터를 이동시킨 후 취소가 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온갖 변수를 계산하고 나서 확실한 이동을 하지 않아야 턴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잘못된 클릭 후 이동은 유저들의 많은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었으니.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를 불렀던 것은 무기 내구도 문제였다.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무기 내구도라는 것이 존재해 캐릭터들의 무기 내구도가 0이 되면 공격력이 크게 하락하는 시스템이 존재했는데, 돌파 시스템과 인카운터율이 높아 전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경으로 인해 유저들의 불편함을 자극시키는 시스템이 되었다.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검이나 창, 총 같은 장비들이 한계치 이상의 데미지를 막았을 때 내구도가 감소하는 것을 ‘돌파’라고 불렸다. 그런데 이 무기가 완전돌파를 당해서 깨져버리면 전투 도중에 공격력이 0이 되어 버린다는 것인데, 후반부에는 일반 병사가 쏘는 총알에도 무기들의 내구도가 깎여 전전긍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5000데미지를 받아야 돌파가 되는 아수라 또한 최후반 보스전에서 크리티컬 공격을 맞으면 돌파가 되는 ‘깝깝한’상황이 발생했으니, 유저들의 밸런스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이로 인해 게임 후반에는 물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포기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각성제를 가득 사서 시작 전에 시라노에게 각성제를 먹이고 아수라를 소환한 후에 아수라파천무를 난사하는 패턴으로 전투가 획일화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결국 이로 인해 처음부터 MP가 0이어서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MP가 하나도 올라가지 않는 실버는 버려지고, MP의 성장이 엄청난 마법딜러 에스메랄다는 끔찍하게 중용이 되는, 캐릭터 선택에도 제한을 주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서풍의 광시곡이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한 일본 유저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마법으로 깼습니다. 무기가 깨질 것을 대비해서 악세서리 안 달고 예비 무기 달기는 귀찮아서요."라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고.



후반부가 가면 ‘마법의 광시곡’이 되는 게임의 제약적인 콘텐츠와 총기류 또한 원활히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제약들로 인해 전투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는 유저들이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산적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CD 3장이라는, 당시로써는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서풍의 광시곡이었지만, CD 1장이 통째로 프롤로그로 짜여져 있었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는 것이다. 맵이 굉장히 넓고 앞서 언급했다시피 전투 인카운터율이 높아서 한 번 헤매기 시작하면 똑같은 맵에서 지겹도록 전투를 하면서 뱅뱅 멤도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버그도 있었다. 폭풍도에서 아수라와 일전을 벌일 때 게임이 강제종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유명한 것이었으니, 당시 저사양 컴퓨터로 맵을 이동할 때마다 막대한 로딩시간을 투자해 겨우 아수라와 일전을 벌일 만한 레벨로 키워놨더니 전투 중에 게임이 강제종료 되었다는 사례들도 등장하며 ‘눈물의 아수라’를 만들기도 했다. 더욱이 서풍의 광시곡 자체가 알트탭이 먹히지 않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게임이 셧다운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게임 자체의 스토리 비중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캐릭터들도 스토리에 따라 파티에서 들락날락 해서 열심히 키운 주인공들이 죽어버리고 조연들로만 게임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진엔딩 루트에서는 리델하트가 죽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 물론 시라노가 죽은 뒤 들어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깡패 수준이라 타격은 없지만), 캐릭터 밸런스 문제까지 합치면, 사실 서풍의 광시곡이라는 게임은 ‘게임’이라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낙제점을 줄 수 있었다(개발 기간도 짧아서, 버그도 너무 많았으니).

하지만 유저들은 이런 불편함이 산적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라노의 복수극을 즐기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마치 적군을 섬멸하고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보다 게임이 유저들의 엔딩을 향한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 진짜 난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한 번 게임을 시작한 이들은 마력의 스토리와 아름다우면서도 어두운 세계,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더욱이 창세기전을 처음부터 즐겨 온 유저들은 다양한 스토리 결합적 포인트를 보고 무릎을 두드리며 게임을 즐겼으니. 서풍의 광시곡이 유저들에게 전해 주는 이야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최소한, 이올린과 흑태자의 아련한 사랑과 그 뒤에 있었던 창세기전의 기묘한 반전을 여전히 곱씹고 있던 창세기전 유저들은 고난에도 놓칠 수 없었던 게임이었다.

웅장한 사운드와 당대 최고라고 불렸던 그래픽, 그리고 유저들을 매료시키는 빛나는 스토리는 당시 한국 게임 시장을 강타하며 국민 게임으로 발돋움한 스타크래프트의 행보를 잠시나마 막은 전무후무한 타이틀이 되었다. 당연히, 기념비적인 판매고를 올린 게임으로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후 서풍의 광시곡은 국내에서의 인기를 발판삼아 어스 시리즈로 유명한 팔콤에서 게임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일본 퍼블리싱을 하기도 했다. 각각 2000년에 PC, 2001년에 드림캐스트, 2004년에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으로도 선보여지기도 했으니. ‘패키지 게임의 왕자’인 일본 시장이 인정한 게임이기도 했다.

한편, 서풍의 광시곡은 그 음악 좋기로 소문난 창세기전 시리즈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메인테마인 ‘Wind of memory’를 만들어 낸 게임이기도 했다. 바람에 휩쓸리는 창세기전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날에 문득 듣고 싶어지는 노래. 그 옛날 순수한 열정을 쏟아 게임을 했던 날들을 수놓았던 바람의 기억은, 유저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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