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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듄2(Dune2~ The Building Of a Dynasty)
작성자 : 등록일 : 2014-01-22 오후 7:01:17


어떤 장르의 ‘모범’이나 ‘아버지적’존재가 된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게임을 모티브로 해서 수많은 아류작들이 시장에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 게임이 시대에 훌륭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렇게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들은 ‘불세출’이라는 칭송을 들음과 동시에, 그만큼 극소수에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웬만해서는 허락하지 않는’칭송인 것이다.

비단 정말로 대단한 게임이 나왔다손 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단한 역량을 갖춘 게임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묻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게임들도 여럿 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특정 장르의 ‘시조’라고 불리는 게임들은 운과 역량, 그리고 독창성이 고루 갖춰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이런 게임이 흔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게임들의 존재로 인해 지금의 게임 역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세분화 된 장르로 게임들을 구분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사람의 게이머로써 각 장르를 정립하고 명작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풀어 놓은 ‘장르의 아버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각설. 어쨌든 이 시대의 게임의 선구자들 덕에 많은 종류의 명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상을 놀래게 만들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게임들의 기본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역시 다른 게임들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독창성이 게임 내에서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져 재미로 직결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무조건 새로운 것을 덕지덕지 발라 봤자(?) 그것이 재미로 이어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때문에, 신선함과 독창성을 게임 밸런스에 잘 맞춰서 구현을 해야 하는 장르의 경우 명작이 탄생하기 굉장히 힘들었다. 특히 이는 게임 내 밸런스를 잡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즉 RTS장르의 게임들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선구자는 이런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역사를 만드는 법. ‘현대 RTS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듄2(Dune2, 1992)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1985년, 브렛 스페리와 루이스 캐슬이라는 두 명의 젊은이가 설립한 웨스트우드 어소시에이츠(Westwood Associates)는, 전형적인 영세한 젊은 햇병아리들의 하청 게임사로 자리를 잡았다. 다행인 것은 에픽스나 SSI에서 발매한 8비트 타이틀을 16비트로 이식하는 작업을 외주로 맡아 자신들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웨스트우드가 북미 게임 시장에서 게임 개발을 천명하고 나왔을 당시의 글로벌 게임 시장의 대세는 ‘턴제’였다. 모든 게임은 적의 턴과 나의 턴이 명확하게 구분된, 말하자면 다른 시간을 가지고 정지된 상태에서 모든 명령어를 입력한 뒤에 시간을 흐르게 하는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박진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우드의 공동 설립자는 정지된 시간 내에서의 게임보다는 현실과 같이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 없는, 실제 현실 세계와도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는 그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정된 기회 안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식작들에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장난이었지, 사실은 획기적인 변화이기도 했는데, 1983년 에픽스가 발매한 RPG 템플 오브 압샤이(Temple of Apshai)를 코모도어64로 이식을 하는 의뢰에 그들은 턴 제 RPG를 실시간 액션 RPG로 바꾸기도 했다. 물론 에픽스의 반대로 인해 이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지만, 혹자들은 ‘만약 에픽스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의 신화는 웨스트우드의 손을 통해 훨신 빨리 구현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게임들에 존재하고 있던 ‘정지된 시간’을 ‘흐르는 시간’으로 바꾸고 싶어 했던 웨스트우드의 모험은 그들의 성장과 함께 실제로 이루어지고, 현대 RTS의 근간을 이루는 게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웨스트우드는 1988년 EA 하청으로 오리지널 타이틀인 마스 사가(Mars Saga)를 직접 개발하는 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하기 시작한 그들은 이후 배틀테크~ 크레센트 호크의 시초(Battle Tech)나 드래곤 스트라이크(Dragon Strike) 등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것이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게임은 아니었다.

웨스트우드의 성장은 1990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룰즈 기반의 RPG인 주시자의 눈(Eye of The Beholder, 1990)을 발매하면서 급속도로 달라진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인상적인 어드벤처 게임인 카란디아의 전설~ 1권(The Legend of Kyrandia~ Book One, 1992)을 연속적으로 내놓아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 낸 젊고 역동적인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92년, 버진 인터렉티브(Virgin Interactive)에 매각된 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명을 한 웨스트우드는, 비로소 충분한 자금 아래 실시간 게임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처음에 중세 판타지 배경에 기사와 마법사가 등장하는, 리얼타임 게임을 준비하고 있던 웨스트우드는, 모기업인 버진이 당시 인기 SF소설인 듄(Dune)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게임 기획과 개발 급선회를 했다.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가 1965년에 완성시킨 SF소설 듄 시리즈는 6부작 소설이었지만 작가가 집필 도중 사망해 완결되지 못한 비운의 명작이었는데, 이 소설의 광팬이었던 브렛 스페리가 듄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어 나름대로의 소설의 완결을 내 보자는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게임의 제목이 듄‘2’일까. 당연히 웨스트우드는 듄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내고 싶었지만, 버진에서 이미 듄이라는 이름의 어드벤처 게임을 발매해 버렸고 상표 등록마저 모조리 해 버렸기 때문에 듄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아쉬운 대로, 어쩔 수 없이 ‘2’라는 숫자를 붙여서 게임을 발매한 것이었다(하지만 이 숫자에는 딱히 의미는 없었다고).



듄이라는 소설의 세계관의 광팬이었던 브렛 스페리가 강력하게 개발 드라이브를 걸면서, 듄2는 자연스럽게 소설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그대로 계승하는 게임이 되었다.

원작의 듄은 아라키스의 행성을 배경으로 오르도스, 하코넨, 아트레이드 3대 가문이 행성의 유일한 자원인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그리고 있었다. 게임 또한 이런 대립 구도를 그대로 채용했는데, 게임은 황가의 내전으로 빚을 많이 지게 된 황가가 빚을 탕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귀족가문들에게 아라키스에 있는 자원인 스파이스를 채취, 자신에게 공물을 바치게 하고 그 중 가장 많은 스파이스를 바치는 가문에게 아라키스의 통치권을 주겠노라고 선포하면서 세 가문의 통치권을 둔 전쟁이 시작되는 스토리다.

다행인 것은 듄2가 원작의 세 가문의 경쟁 구도를 그대로 채용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RTS의 물고 물리는 종족전이 구현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현재 등장하는 RTS들을 포함해 다수의 RTS들은 보통 등장하는 종족이나 혹은 세력들이 3곳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듄2에서 세 세력의 경쟁이 RTS의 밸런스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듄2 또한 소설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게임을 개발했던 것이었지만, 이 과정이 RTS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위 바위 보’밸런스의 구축을 했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기여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듄2가 자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세력 간 밸런스를 구축한 것도 간과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아마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 진 RTS의 전형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전장 내에 존재하는 자원 채취→군자금을 만든다→군자금을 바탕으로 건물을 짓는다→건물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병력을 만든다→생산 병력으로 군대를 조성한다→군대로 적을 격퇴하거나 진영을 방어한다]

대부분의 RTS게임들은 전형적인 이런 틀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인 RTS의 흐름과 전개를 만든 것이 바로 듄2다. 유저는 게임 내에서 한정된 양의 스파이스를 채취해 기지와 생선 건물들을 만들어 군대를 성생하고, 강력한 병력을 확보해 전쟁을 해 나가며 적군을 물리친다. 이것이 기본적인 전개다.



특정 건물을 짓고 높은 수준의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일종의 테크 트리 시스템도 일찌감치 듄2에서 등장하고 있었으며, 최종테크에 이르면 각 진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슈퍼무기도 듄2에서 등장하고 있는 개념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기존의 게임 패러다임을 완전하게 뒤바꾸는 사건임에 틀림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거의 모든 게임들은 상대와 나의 시간이 완벽하게 나누어져 있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고, 현실 세계와 같이 상대와 플레이어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같은 시간 동안 다양한 변수를 계산해 실시간으로 전술을 겨룰 수 있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것만으로도, 듄이 현대 RTS의 뼈대를 완벽하게 정립한, ‘현대 RTS의 아버지’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



개성이 없는 듄2의 로고였지만, 게임 내 그래픽과 비주얼은 상당히 훌륭했다. 가히 웨스트우드가 심혈을 기울여 자신들의 꿈의 시작을 그려 낸 게임답게 깔끔한 색체와 구성으로 유저들에게 원작 소설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유닛 디자인도 SF스타일의 개성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고, 음성더빙 포함, 전투 시 긴박하게 전환되는 BGM은 게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했다.

재미있는 요소들도 존재했는데, 실제 전쟁처럼 차량으로 보병 유닛을 깔아 죽일 수 있는 잔인한 요소도 갖추고 있었다. 뭉개진 병사들은 소름 끼치는 비명과 함께 선혈이 낭자해 죽는 효과가 나오고, 아군 보병으로 적 하베스터를 공격하면 깔아뭉개러 쫓아오기도 하는 등 선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요소들도 유저들을 자극시켰다. 모두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게임이 전체적으로 템포가 빨라지고 스피디해진 덕분에 유저들은 이런 효과들을 더욱 극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듄2는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전 세계 수 백 만장 이상이 팔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느낄 수 없었던 빠른 진행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소설로 증명된 스토리, 그리고 RTS특유의 전략과 전술은 유저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듄2가 대단한 것은 이로 인해 1990년 초반부터 전 세계 게임 시장에 불어 닥친 RTS광풍을 이끌었다는 점이었다. 듄2로 인해 웨스트우드 자신들도 단점을 보완하고 아쉬운 점들을 보강한 RTS대 서사시 커맨드앤컨커 시리즈를 개발하고,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를 내놓았으며, 이 밖에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의 게임들이 등장해 세계 게임 시장을 수놓았다. 수많은 아류작들까지 포함한다면, 듄2가 게임 역사에 아로새긴 의미는 그야말로 지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유명한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조차 듄2가 만들어 놓은 토대에 단점을 보완하는 정도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을 정도이니, 듄2는 업적은 대단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쉽게도 듄2로 전성기를 시작해 커맨드앤컨커로 메이저 게임메이커의 반열에 오른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이후 좋지 않은 행보를 거듭하다 공중분해 되어버린 비운의 게임사가 되었다. 하지만 게임 역사가 그들의 업적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도전과 새로움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낳은 위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듄2를 통한 웨스트우드의 도전과 성공은, 표절로 의심을 받을 정도로 게임을 만들어 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작금의 국내 게임 시장의 크리에이터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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