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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콜 오브 카오스 오픈베타 체험기

작성자 :	등록일 : 2009-09-07 오후 1:11:59

현재 범람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0년. 어느 누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렇게 많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하리라고 생각했겠는가. 그야말로 온라인 게임 업계의 발전은 눈부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처럼, 온라인 게임이 막 태동했을 당시의 시장은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적은 숫자의, 그리고 협소하게 편중되어 있는 장르의 게임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IT붐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기술력으로 갖춰 진 지금의 온라인 게임 퀄리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퀄리티나 콘텐츠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 콜 오브 카오스가 오픈베타를 실시했다

하지만 게임이란 출중한 퀄리티와 뻑적지근한 그래픽으로만 그 재미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게임 유저들이 알고 있을 정도의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패키지 게임이든, 해당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퀄리티가 좋아도 재미는 안드로메다로 가기 십상인 것이다(다행스럽게도 우리는 2006년에 그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게임들이 등장할 때마다, 유저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옛날이 좋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옛날, 게임이라는 로망을 품에 안게 해 줬던 소중한 추억의 게임들. 지금 그 게임들을 보면 그래픽의 엉성함과 엄청난 도트의 향연으로 눈이 아파올 정도로 허접스러움이 넘쳐나지만, 막상 해 보면 여전히 웃음과 재미를 전달해 주는 내 기억속의 명작들. 단순함에서 전달해 주는 재미를 그리워하며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게임들에 장탄식을 던지곤 한다.

물론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는 과거와 현재를 따질 것 없이 온라인 게임 1세대부터 지금까지 정상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라는 역사적인 게임이 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게임들을 했던 적지 않은 유저들은, 과거 퀄리티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때 로망과 추억을 안겨 주었던 게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과거로의 회귀’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 과거의 MMORPG로 돌아가 그 때의 추억의 재미를 다시 우리들에게 안겨주겠다고 나선 게임이 있다. 바로 콜 오브 카오스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 처음으로 국내에 MMORPG가 등장했던 시절-그러니까 리니지 시리즈와 뮤가 최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에는 핵&슬래시 스타일의 게임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핵&슬래시 스타일은, 썰고 베는 단순함에서 액션과 타격의 쾌감을 느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마우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MMORPG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겟다.

또, 시점은 고정된 쿼터뷰가 다수 채용되었다. 하늘에서 다수의 필드와 함께 게임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방식인 쿼터뷰 시점은, 과거 풀폴리곤 3D로 게임을 만들지 않았던 시절에는(360도 화면전환이 되지 않았던 저사양 시절) MMORPG게임들에게는 고정적으로 채용되는 시점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리니지를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콜 오브 카오스 역시 핵&슬래시 스타일의 쿼터뷰가 채용되어 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모든 인터페이스의 관정과 전투, 스킬 사용이 가능한 게임이라는 것.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리얼(or 스타일리시) 액션형 MORPG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말하자면 옛날의 전형적인 MMORPG를 하는 느낌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러나 사실상, 너무나 간단하고 간편한 전투 방식 때문에 ‘너무나 단순하고 심심한 옛날 MMORPG의 마우스 클릭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플레잉 타임이 길 수밖에 없는 MMORPG에서 몬스터 하나를 클릭해 둔 뒤 가만히 지켜보고 타이밍 맞춰서 스킬을 써야만 하는 전투 방식은 ‘수면제 MMORPG’라고 불렸던, 지루한 온라인 게임을 대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지금은 그다지 환영받는 조작법이 아닌 것이다(잘 쓰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랄까).

줌 인&아웃, 360도 회전으로 시점을 바꿀 수 없는 게임들에 유저들이 느끼는 것은 역시 ‘답답함’이다. 한 시점으로 고정되어 그대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은 플레이를 하는 사람의 시점에 대한 갈증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데 충분하다. 다행스럽게도 풀폴리곤 3D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웬만한 MMORPG들은 시점에 대한 불편은 더 이상 없는 것이 사실이다.

콜 오브 카오스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쿼터뷰 형식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줌&아웃은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는 없다(줌 인&아웃). 쿼터뷰라는 틀에 박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랄까. 문제는, 이런 시점의 한정이 그래픽 퀄리티만큼은 과거로 회귀하지 않은 것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단, 오래된 타입의 게임이라는 느낌이랄까?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부터 유저들은 느꼈겠지만, 콜 오브 카오스의 비주얼 퀄리티는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다. 디자인되어 있는 모델링이라든가, 그것을 표현해 내는 기법 등은 여느 MMORPG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판타지 스타일의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에 적절한 색감, 그리고 섹시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 드는 각 종족 캐릭터들의 모습은 깔끔함, 부드러움 등을 모두 담고 있는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런 멋진 캐릭터들과 수준급의 그래픽을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끽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점이 쿼터뷰로 확실히 박혀있기 때문에 시점의 답답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특히, 시점이 전환되지 않아서 캐릭터끼리 충돌했을 때 게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 등을 보면 시점에 대한 갑갑함은 더욱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콜 오브 카오스의 게임 플레이는 무난하다. 딱히 막힐 것이 없다. 퀘스트를 받아서 사냥을 하면 되고, 마우스 하나로 이루어지는 모든 플레이에 딱히 다른 조작법을 익힐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어려움이 없는 플레이가 계속된다. 속된말로 ‘의자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담배를 물고 한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는’MMORPG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육성도 어려울 것이 없다. 스킬 커스터마이징이나 분배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알아서 잘 자라므로 아이템만 좋은 것을 장착시켜주는 고민만 하면 그 뿐이다. 문제는 이런 무난함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지루함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UI의 불편함을 동반하여 신선함을 외치게 한다는 것이다.

콜 오브 카오스의 UI는 리니지 시리즈나 뮤에서 봐 왔던 그것을 연상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UI가 옛날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것을 연상케 한다는 것.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최신 게임의 그것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게임을 하면 할수록 상당한 언밸런스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전 느낌과 같이 UI를 불러내려 해도, 그 안에 적용되어 있는 인터페이스의 내용들이 최신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항목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들어맞지 않는 작동 방식이 되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오면, 굳이 인터페이스의 골격을 예전 그대로의 것들을 답습해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 간단해서 고맙다고 해야하는 건지, 아닌지?

또한, 인터페이스는 불편한 것을 넘어서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콜 오브 카오스에서의 캐릭터는 레벨과 체력, 그리고 마나 수치가 올라갈 뿐 다른 스테이터스는 올라가지 않는다. 스탯은 자동으로 성장하는데, 문제는 캐릭터가 레벨의 성장에 따라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가에 대한 척도, 즉 정확한 수치를 인터페이스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UI와 캐릭터 육성에 관한 불편함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마법사 클래스를 제외한 물리공격 클래스들은 클로즈베타 때 그나마 몇 개 있던 스킬들이 사라졌다. 즉 모든 공격이 평타라는 것이다. 마우스의 클릭으로 모든 공격이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과거형 MMORPG의 사냥 스타일에서 스킬마저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는 맛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킬이 있는 마법사 클래스들은 어떨까. 마법사 클래스에도 황당한 일은 벌어진다. 스킬은 존재하고 있지만, 이 스킬들이 퀵슬롯이나 스킬 창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인벤토리 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다수의 스킬을 습득하게 됐을 때 인벤토리의 여유가 없으면 캐릭터가 사망을 할 때 스킬북이 필드에 드랍이 된다는 위험성을 갖추고 있다. 인벤토리의 구조 자체가 매우 불친절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 아무리 클로즈베타 때 없었던 튜토리얼이 오픈베타 이후 등장해 ‘유저 편의를 감안했다’라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튜토리얼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유저들의 불편을 불러오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콜 오브 카오스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내건, 가장 눈길을 끈 캐치프레이는 과거로의 회귀를 외쳤다는 점과, 과거 온라인 게임 시장의 패자였던 리니지1의 뒤를 잇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콜 오브 카오스는 여러 면에서 리니지1과 아주 흡사한 면을 다수 갖추고 있는데, 그것은 PK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콜 오브 카오스는 리니지1처럼 마을을 제외한 전 지역을 무대로 제한이 없는 PK를 표방한다. 그러나 이 PK 시스템은 몇몇 고레벨 유저들의 얌체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 콜 오브 카오스에서 다른 유저들이란 PK상대밖에는 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사망에 의한 아이템 드랍인데, 콜 오브 카오스에서는 랜덤한 확률로 플레이어가 사망을 하면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 필드에 드랍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고레벨 유저들은 아이템을 노리고 너나할 것 없이 자신보다 약한 캐릭터들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캐릭터 밸런스를 따지기도 전에 초심자 유저들의 게임 진입 자체를 막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물론 사망을 한 뒤에 아이템 드랍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아이러니하게도 레벨 업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애초부터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루트 자체가 막혀있는데 무슨 수로 초심자들이 레벨 업을 한다는 것인가. 처음 게임에 입문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참으로 불친절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콜 오브 카오스는 첫 번째 클로즈베타 이후 곧바로 오픈베타를 실시했다. 그리고 오픈베타를 실시하면서 추가된 시스템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톤샵 시스템이다.

스톤샵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초보 유저들의 게임 적응을 돕기 위한 시스템인데, 초반 자본이 없어 난감해하는 초보 유저들을 돕기 위해 신설된 특수 상점으로 각 유저들에게 매달 15일, 2천만CP가 무료로 지급된다. 잘만 활용하면 초보 유저들도 돕고 기존 유저들에게도 쏠쏠한 비상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 퀘스트는 없다. 단순한 클릭 사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스톤샵은 게임 내에서 그 본래의 취지를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콜 오브 카오스의 초반부 게임 진행에서 유저들에게 자금난은 유저들에게 굉장히 많은 태클을 걸어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스톤샵에서는 살 수 있는 것이 체력 물약과 각종 확인서, 부활 주문서밖에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원래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초보 유저들을 위한 값싸고 질 좋은 장비 아이템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스톤샵은 효율적인 면에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초보 유저들이 주로 구입하는 물약은 하나에 2십만 CP로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의 양도 구입할 수 없다.

콜 오브 카오스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의 독창적인 재미를 찾기 이전에 이 게임이 2009년에 오픈베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게 된다. MMORPG로써 처음 게임을 시작한 뒤에 20레벨까지 제대로 된 퀘스트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에(퀘스트의 숫자 자체가 없다. 난생 처음으로 막노가다 퀘스트가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파티 시스템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급기야는 ‘이 게임이 리니지1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아니, ‘어디서 리니지1을 계승하겠다고 등장한 것인가’라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오픈베타 시작 이후 유저들을 ‘폭발’시켰던 서버 불안정 사태와 계속된 점검 사태, 그리고 이어진 아이템 복사 파문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것도 없다. 운영을 논하기 전에, 게임 자체가 엉망인 것이다.

필자가 게임 리뷰어로써 패키지를 포함해 많은 종류의 온라인 게임을 해 왔지만, 이 게임처럼 장점을 찾기 힘든 게임은 정말로 찾기 힘들었다. 예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 스타일을 계승한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개발진들이 알고 있다면, 이런 게임을 만들어 시장에 내 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콜 오브 카오스라는 게임이 시장에 등장해 유저들에게 전달해 주고자 하는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