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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81화- 여전히 부족한 개발자의 처우
작성자 : 등록일 : 2014-08-20 오후 4:11:36


게임 산업은 IT산업이라는 큰 범주 안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업계가 존재하고 있는 IT업계 안에서도 게임 산업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전체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그 크기가 상당히 비대해진 것이다.

그러나 IT산업의 특성 상, ‘업계’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라인 게임업계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수많은 젊은 재원들이 게임업계에 몸을 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 중 하나인 노조는 사라진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IT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산업인데다, 게임을 산업으로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주역들 또한 노조라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업계는 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의 메이저 업체들은 다른 산업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매출과 순이익도 내고 있다. 그만큼 게임업체에 몸을 담고 있는 직원들의 복리후생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처우는 너무나 부족하다. 특히 상위 2%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 업체들에서 소위 ‘잘 나가는’직급의 이들을 제외하고서는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둘러싼 고용 불안과 그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중소기업 모바일게임사인 게임아이콘에서 한 여성 기획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게임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된 이 사건은, 그러나 한 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서는 대중들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만약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나 재직자가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손에 꼽을 수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에서 재직을 하고 있던 이들 중 누군가가 목숨을 끊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전 업계가 모두 공감하고 고민해야 하는 사태의 심각성을 가지고 있는 성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 중소기업 게임사 대표 A씨의 말이다.

몇몇 언론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등, 이번 사건은 나름대로 알려지기는 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오랜 고민이 담겨진, 그리고 개선을 해야만 하는 사안과 관련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과 논란의 쟁점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는 이렇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이자 중소기업 게임개발 업체인 게임아이콘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 기획자가 과도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한 채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시달려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소 게임개발 업체들의 가장 큰 폐단이자 병폐인 비상식적 처우로 인해 극단적인 길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고인의 형부라는 이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병가를 낸 하루를 제외하고 평균 12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근무를 했으며, 콘텐츠 기획자인 고인에게 계속해서 과중한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간 관리자가 대표로부터 내려온 무리한 업무일정을 조정하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떠안기는 등의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인이 병가를 내자 많은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상급자가 생리주기를 묻는 등 성적으로 수치심을 더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 한 중소 개발사의 기획자가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많은 주목도가 쏠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인은 게임아이콘의 대표에게 계속해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칭찬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특성 상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본업이 아닌 업무가 과중할 정도로 몰린데다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시장에 런칭할 만큼 게임의 완성도가 올라가지 않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유가족 측은 “본래 하던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가 계속 들어오고, 관리자는 이를 커트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개 직원이 업무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라며 사측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업무 분장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곧바로 게임아이콘의 최윤석 대표가 유가족 측이 고인의 자살이 비단 회사 측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상 야근시간은 밤 9시에서 10시 사이이며, 새벽까지 근무를 하는 고인에게 무리를 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권고를 했다는 것. 또한 기획자의 업무가 아닌 일을 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 입사 전부터 콘텐츠 기획자가 아닌 밸런스와 맵에 몬스터를 배치하는 일을 주로 할 수 있음을 언급했으며, 성적인 수치심을 자극할 수 있는 생리주기를 묻는 일 또한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고인의 죽음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폭로전만이 펼쳐진 가운데, 많은 이들은 사안의 중대함을 생각해 본질을 꿰뚫어보기보다는 잘잘못을 가리려는 목소리들만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이 벌어진 업계의 병폐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잘못을 따지려는 근시안적인 주장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안이 업계에 심각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회사측과 고인 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윤석 대표는 홈페이지 입장 표명 발표문을 통해 유족이 밝힌 고인의 사망 이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게임 개발이 막바지라 야근이 불가피했으나, 새벽까지 일하도록 강요하거나 일정을 못 맞춘다고 타박한 적은 없었다”라며 “실제 회사로 인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면 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을 테지만, 유가족을 통해 유서를 확인했을 때는 이런 내용은 없었다”라며 유족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최 대표의 입장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 확인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고인이 생전에 직접 말한 것, 그리고 통화나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과 유가족 측 모두 결과적으로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여부를 정확하게 가릴 수 없는 시점에서 ‘진실게임’은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유가족 측과 사측은 합의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고 했지만, 결국 이와 같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녀가 왜 자살했는가’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부당한 중소기업 개발자들의 처우에 있음에도 업계의 시선과 주장은 모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국내 중견급 게임 개발사들이나 중소기업, 소규모 게임 개발 업체들의 처우는 결코 쾌적하다고 할 수 없다. 낮은 연봉, 적절하지 않은 복리후생, 메이저 게임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근무환경 등이 대부분이다. 투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서 언제 임금이 체납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중소기업 수준의 게임업체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로 회사 대표가 야반도주를 하는 케이스도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기도 한다.

노동 강도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연스럽게 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IT업계 중에서도 강하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게임업계다. 당연히 받는 임금과 대우가 성에 찰 리 없다. 간이침대에서 숙식을 하며 야근에 철야, 결혼을 해도 정상 퇴근 시간에 아들이나 배우자의 얼굴을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들어서 식상함에 ‘돋을’정도다.

△ 게임 산업을 둘러싼 처우, 그리고 개발진들을 대하는 시선 등은 반드시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시하는 시선은 매우 적다. 사측과 유족 측의 합의가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그로 인해 ‘사건이 끝났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개발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말로도 처참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강제적으로 해고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곧바로 노출된다. 흔한 업계 종사자의 농담처럼 “내가 스펙이 낮아서 천대를 받는다고는 쳐도 이런 대우는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업체에 취직을 하는 사람들, 또 게임 개발자 대부분은 ‘너무나 하고 싶어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고 싶은’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업계의 덩치가 커지고 ‘게임회사를 다닌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전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를 희망하는 인구는 더더욱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노조 설립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너 대신에 일하고 싶은 인력은 차고 넘치도록 많다’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개발자들이 노조를 설립해서 경영진과 처우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정도의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직업을 뒤흔드는 상황은 보다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게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콘텐츠 중 하나다. 그러나 게임 업계가 재원들을 대하는 처지는 여전히 팍팍하고 메말라 있다. 많은 이들이 사건의 주인공인 고인의 사정을 듣고 ‘나도 한 번쯤 겪어봤던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이 거대해지고 업계의 비중과 존재는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런 잘못된 악습의 고리는 끊어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아지지 않는 것은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2013년, 게임 일러스트 외주제작사인 팝픽이 일러스트들의 노동착취를 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게임업계를 둘러싸고 게임 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대표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잠잠하다. 과연 이와 같은 본질을 주목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들의 중심은 모두 ‘사람’이다. 아무리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개발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창의력이 강조되는 산업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거나 주목해서 한 목소리를 내자는 이들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 그리고 개발자들을 대표하는 연대 등은, 이런 문제를 직시하라고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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