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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대만 공포 게임 환원, ‘중국 발(發) 테러’로 판매 중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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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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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2-27 오전 8:5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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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PC 공포 게임 ‘환원-디보션-(還願 -Devotion-, 이하 환원)’이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밸브 스팀(Steam)에서 잠정 판매 중단됐다. 개발사 레드 캔들 게임스(赤燭遊戲, Red Candle Games)는 2월 23일과 2월 26일 SNS를 통해 최근 발생한 이슈에 대해 해명하고, 판매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환원’은 1980년대 ‘대만 계엄령’ 시절을 배경으로 제작된 공포 게임이다. 1949년 12월 9일 장제스(蔣介石)와 국민당이 중국 공산당에게 패배하고 대만으로 퇴각한 후 대만은 1949년 5월 20일부터 1987년 7월 15일까지 약 38년 동안 계엄령을 유지했다.
이 기간에 대만은 국민에게 집회, 언론, 출판, 결사, 여행 등 기본권을 제한했고, 공직에 나가기 위해서는 보증인을 세워 연대 책임을 지는 ‘연좌제’를 시행했다.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대만은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정치 사회 부문은 암흑기를 겪었다.
개발사 레드 캔들 게임스는 이런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공포 게임을 제작해 왔는데, ‘환원’ 이전에 출시된 작품은 1960년대 대만 계엄령 시기를 다룬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이하 반교)-‘다. 2017년 1월 13일 출시된 ‘반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취화고급중학(翠華高級中學)에 고립된 학생들이 학교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게임 곳곳에는 국민당에 의한 민간인 처형을 암시하는 요소가 표현돼 있었고, 도교(道敎)에 전해 내려오는 여러 가지 설화와 공포 요소도 첨가됐다. 출시 후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교’는 이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 닌텐도 스위치, OS X, 리눅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반교’는 ‘학생이나 졸업생이 학교로 돌아가다’는 뜻을 지닌 중국어로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뤘는데, ‘환원’은 불교(佛敎)에서 ‘부처에게 빈 소원이 이뤄져 예를 올린다’는 뜻과 ‘약속을 지킨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로 신앙심 깊은 대만인 일가족 3명이 살았던 낡은 아파트에서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을 표현했다.
전작 ‘반교’가 사이드뷰 명작 공포 게임으로 평가받았으니, 후속작인 ‘환원’에 보내는 유저 기대도 컸다. 발매 전부터 개발사는 SNS를 통해 게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해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식 발매 후에는 1인칭 3D로 표현된 영화 같은 연출, 배경과 어울리는 음악, 몰입감 높은 이야기와 공포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적절히 조합돼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월 23일부터 스팀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부적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희화화(戲畫化)한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가 시진핑과 닮았다는 이유로 영화도 개봉되지 않을 정도로 검열을 강화했는데, ‘한원’ 속 부적에는 ‘시진핑곰돌이푸(習近平维尼熊)’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이를 확인한 중국인들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환원’ 스팀 평가를 ‘극도로 부정적’이 될 때까지 악평을 남기는 ‘평가 테러’를 자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개발사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도 신고를 통해 삭제되게 만들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는데, 중국 유저들은 VPN을 사용하면서까지 영상에 테러를 가했다.
이에 레드 캔들 게임스는 SNS를 통해 “레드 캔들 게임즈 개발진 중 한 명이 넣은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2월 21일에야 발견해 수정했고, 이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환원’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성애가 부른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논란이 된 내용과는 관련이 없고 절대 특정 이념이나 인물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드 캔들 게임스는 “게임을 제작할 때에는 게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아무 관련도 없는 소재를 넣은 저희가 전적으로 잘못했고, 이로 인해 게임 체험을 망쳤다면 정말 죄송하다“며 “해당 건에 대해서는 이미 조정 단계에 들어가 중국에서는 아예 판매 중단되고 스팀도 환불에 협조할 예정이니 부디 시간을 두고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사가 입장을 발표한 후 ‘환원’은 2월 26일부로 스팀에서 판매 중단됐다. 관련 논란에 대해 중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유저들은 타국 국가 지도자를 희화화한 내용이 담긴 콘텐츠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평점 테러’를 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흠잡을 데 없는 연출과 음악, 이야기 구조와 전개 등으로 게임성에 대해서는 불만이 거의 없었던 만큼, 중국인 유저이 남긴 악의적인 ‘평점 테러’에 반대해 긍정적인 리뷰가 도배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SNS에서는 게임을 상징하는 ‘노란 튤립’ 이미지와 ‘#support_redcandle’이라는 해시태그로 개발사를 응원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드 캔들 게임스는 자국 흑역사라 할 수 있는 ‘대만 계엄령’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한 공포 게임을 통해 개발력을 인정받았고, 신작인 ‘환원’은 스팀 인기 게임 1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며 “하지만 개발진 한 명이 몰래 넣은 게임 내용과 상관없는 콘텐츠가 ‘중국 발(發) 테러’를 불러와 신작이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 중단되는 수모를 겪었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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