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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미소스 오픈베타 체험기

작성자 :	등록일 : 2010-07-20 오후 4:58:30

게임을 조금 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게임의 추억’이란 매우 소중한 기억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끼리 만나 우연치 않게 게임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왕년에 내가 했던 게임 중엔 말이지’라는 이야기로 갑자기 10년 넘는 우정을 과시하는 단합(?)을 보여주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그야말로,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말이다(비유가 좀 비위가 상하는 느낌인가?).

혼자서 외로이 그 추억을 곱씹는 것보다 그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지새울 수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축복이자 게임인들의 즐거운 소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 추억을 준 게임들,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임이란 그래서 소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가슴 한편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는 게임들,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게임들의 숫자와 그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레어한 게임도 있으며, 또 그 만큼 그 게임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에 당장이라도 보증을 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미소스, 당당히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본인 한 명의 게임인 으로써, 그런 느낌과 경험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과 가장 많은 에피소드를 나누며 가장 많이 즐거워했던 게임은 바로 디아블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고 PC게임과 콘솔 게임을 하던 사람들을 한 데 모이게 했던 게임이기도 했으니(사실 본인은 디아블로가 등장하기 전까지 PC게임은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왕년에 게임 좀 했다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항상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대표적인 추억의 게임이었다. 밤새워 하며 디아블로와 소울스톤의 진실을 알고 섬뜩해 했던 디아블로1, 그리고 밸런스는 엉망이었고 서버 상태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그것을 다 감안하더라도 유저들을 끌어들이게 했던 디아블로2와 파괴의 군주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그것이다.

당연히 게임인으로써 디아블로에 대한 추억은 각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디아블로3에 대한 이야기가 야금야금 나오기 시작한 몇 해 전부터 ‘디아블로의 재림’을 외친 온라인 게임 타이틀이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국내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리차드 게리엇과 함께 ‘금지어’수준이 된 전 디아블로 개발자인 빌 로퍼가 기획한 게임, 하지만 예의 그 사건 이후 한빛소프트가 이후의 개발을 하게 된 그 게임, ‘미소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소스는 지금은 도산한 빌 로퍼의 플래그쉽스튜디오가 디아블로의 재림을 노리며 만든 IP다. 때문에 기획과 성향, 그리고 분위기는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그것과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플래그쉽스튜디오와 결별한 이후에 미소스의 개발을 계속해서 진행한 한빛소프트 역시 게임의 런칭과 함께 홍보적인 측면에서 ‘디아블로’의 이름을 꺼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이, 게임의 비주얼과 분위기는 디아블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일단, 디아블로의 향기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은 역시 인터페이스다. 양 사이드에 HP와 MP를 표시하는 빨간색과 파란색 구슬, 중앙 상단에 위치한 현재 플레이어가 클릭해 확인 한 몬스터의 HP와 이름이 표시되는 것 하며, 스킬들이 아래쪽에 표시되는 것, 그리고 미니맵이 표시되는 방식까지 인터페이스에서는 디아블로의 향기를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

△ 디아블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유저 인터페이스와 시점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틀과 분위기, 그리고 인터페이스의 형태만을 보고 ‘디아블로를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결국 옛날 게임 베끼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 하겠다. 미소스는 외형적인 면에서 충분히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스의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니다. 세밀하고 디테일한 면에서는 최신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신 게임들, 언리얼 엔진이나 소스 엔진으로 구현해 낸 뻑쩍지근한 그래픽 퀄리티를 갖춘 게임들과의 비교일 뿐, 미소스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또 딱히 나쁘다고 할 만한 퀄리티도 아니다. 보고 충분히 감흥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수준이랄까.

먼저 캐릭터들과 몬스터, 그리고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과 모델링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또 이펙트는 조금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뻥뻥’터지는 면은 있지만 이펙트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모습은 액션성을 강조하고 있는 게임의 성향에 확실한 플러스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게임의 기본 시점인 디아블로 스타일의 쿼터뷰 시점을 플레이어의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에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액션 RPG스타일의 게임 성향을 잘 살리고 있는 비주얼과 이펙트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미소스의 그래픽 퀄리티는 만족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획일적인 시스템과 게임 성향을 갖추고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매력을 풍만하게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게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미소스는 디아블로 시리즈를 모태로 두고 있지만, 시스템과 콘텐츠의 양은 전혀 그렇지 않다. 디아블로라는 기본적인 뼈대에 미소스라는 게임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를 도입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은 던전 RPG로써의 기본은 모두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다(던전 RPG의 바이블이자 레전드인 디아블로를 모태로 하고 있는 게임인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듯). 랜덤 시스템의 경우,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구조가 바뀌는 디아블로 특유의 무한던전 시스템을 잘 구현하고 있다.

△ 미소스의 개인창고는 디아블로와 비교하면 거의 태평양 수준!

확인되어 있지 않은 아이템을 확인하는 시스템도 충분히 잘 구현되어 있다. 과거 레어나 유니크 아이템, 매직 아이템을 획득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했던 향수 가득한 그 느낌이 새삼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이템에 뚫린 구멍에 소켓을 받는 기본적인 형태로 시작하는 강화도 시스템에서 디아블로의 색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겜블과 조금은 다르지만 디아블로의 스킬트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스킬 트리, 평판과 속성저항 등의 서브시스템들은 미소스를 왜 유저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물론 업적이나 제작시스템, 퀘스트와 스킬은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과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소스라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길 만한 준비도 필요하다.

디아블로의 기본적인 골격에 미소스의 색을 입히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인데, 아쉬운 점은 미소스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 너무 미약하고, 상대적으로 디아블로의 색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디아블로와는 달리 게임의 주된 진행도 퀘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소스의 색을 드러내려는 듯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보편적인 면과 디아블로의 색을 지우고 미소스라는 이름을 새길만한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디아블로의 이름을 지우고 ‘미소스’라는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을만한 부분은 찾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게임을 조금씩 진행을 하다 보면 익숙하게 등장하는 디아블로의 그림자들, 유저들은 익숙하면서도 미소스라는 게임을 하는 것인지, 디아블로라는 게임의 그래픽 업그레이드 버전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할 무렵에 등장하는 미소스의 콘텐츠들은 유저들의 이런 생각을 지우게 만들기 충분하다.

미소스는 디아블로와 같이 직관적인 핵&슬래시 무한 던전 RPG가 아니다. 그저 마구 때려 부수고 좋은 것을 획득해 더 강해지고 다른 플레이어를 척살하는 본능적인 게임 전개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아블로와 미소스가 다른 게임이라는 점은, 콘텐츠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아블로에 없던 시스템의 종류도 그렇지만(물론 서브시스템들이지만), 콘텐츠의 양은 그야말로 상당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막 오픈베타를 한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소스의 콘텐츠는 시작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다가온다.

△ 미소스는 퀘스트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소스는 퀘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당연히 퀘스트의 숫자에 대해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게임의 시작부터 퀘스트의 숫자는 그야말로 ‘압박’스러운 수준으로 유저들의 눈앞에 등장한다. 퀘스트에 대한 보상은 유저들을 퀘스트의 클리어로 이끌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성장에 ‘꼼수’가 존재하고 있던 디아블로와 게임 진행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다만, 퀘스트에 대한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그 숫자에 대해서는 한번 재고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퀘스트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 올바른 게임 진행 방식인가에 대한 여부다. 디아블로라는 던전 RPG와 액션 스타일의 게임에 가장 특화되어 있는 게임에서 ‘어쩔 수 없이’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퀘스트 중심형 진행이 어울리는가에 대한 여부다. 이는 미소스가 얼마나 퀘스트를 매력적으로 꾸며서 유저들을 ‘흥하게’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달려 있지만, 초반부터 상당한 숫자로 등장하는 퀘스트가 얼마나 유저들을 끌어 나갈 수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다수 등장해 있는 현재의 미소스 콘텐츠들이 얼만큼의 지속성을 갖출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도 미소스의 인기 지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소스가 내놓은 콘텐츠의 숫자는 상당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제작 아이템이나 업적 등의 흥미로운 콘텐츠들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초반부터 이렇게 많은 숫자의 콘텐츠 숫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게임 오픈 이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다고는 단정하기는 힘들다. 콘텐츠가 많은 것(즐길거리가 많은 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이 없지만 현재의 미소스는 국내 RPG유저들에게 콘텐츠 소화량을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것보다는 만약 현재의 콘텐츠 양이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면서 차근차근 콘텐츠 보강을 해 나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한빛소프트의 개발진의 능력이 현재의 콘텐츠 양을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다면야 할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소스의 모태가 되는 디아블로는 전투의 재미와 그 화끈함에서 유저들을 충족시켰던 게임이다. 그리고 미소스는 이런 디아블로의 성향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투의 재미를 확실히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MMORPG지만 액션 RPG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한던전이라는 타이틀을 채용하고 있는 만큼 맵의 형태는 그에 따라 각양각색이며 몬스터들의 종류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다양해 다음 던전을 향할 때마다 유저들의 기대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RPG의 전투의 재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타격감이 이펙트와 함께 잘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금방 질리기도 힘들도록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던전의 변화무쌍한 점과 몬스터의 다양성, 그리고 그에 대한 다음 전투에 대한 기대감, 이 모든 것을 기본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타격감이 게임에 존재해 전투의 즐거움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화끈하고 다이내믹한 면보다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팡팡 터지는 이펙트의 즐거움이 존재하고 있다고나 할까.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조금 과한 듯한 이펙트는 본인 취향이다

전투의 다양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열쇠인 캐릭터의 성향도 상당히 다양해 전투에 따른 전투의 재미도 이끌어낼 수 있다. 미소스에는 근거리와 원거리,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들이 그 성향이 뚜렷하게 갈려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은 전부 다른 스킬 트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각자 다른 스킬트리들을 어떻게 찍느냐, 어떻게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캐릭터들의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마검사로 만들 수 있으며, 원거리 캐릭터를 선택해 엘프와 같은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라고 해서 무조건 멀리서 마법을 쓴다는 것, 궁수라고 해서 활만 쏴야 한다는 편견은 미소스에 존재하지 않는다.

몬스터의 종류도 전투를 더욱 ‘흥하게’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미소스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와 챔피언급, 히어로급 몬스터로 나누어지는데, 일반 몬스터는 싹 모아 쓸어 담는 통쾌한 맛이 있고, 챔피언 몬스터는 살짝 긴장하게 해주는 맛이, 그리고 히어로 몬스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 드랍될 아이템을 기대하게 해주는 맛이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숫자의 몬스터들과 또 그 종류가 다른 몬스터들의 물량공세는 전투와 게임의 재미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미소스라는 게임 자체가 디아블로의 온라인의 재림을 확실히 알리고 있는 게임인 만큼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관심과 미소스 자체가 그리 나쁜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 중첩되어 현재 미소스는 오픈 초반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서비스 사업 이후 계속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빛소프트의 운영에 대한 문제는 이번에도 미소스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아무리 오픈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점검이나 접속에 대한 문제는 ‘게임이 아무리 훌륭해도 운영과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라는 온라인 게임업계의 불문율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픈 이후 서비스가 지속되면서 운영적인 문제는 나아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인 만큼, 운영과 향후 콘텐츠의 양을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소화력에 보급해 줄 수 있다면 여름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잇는 게임이 바로 미소스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