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부활로 탄력을 받았기 때문일까. 대전 격투 게임 개발의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캡콤이 이번에는 ‘배리어블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면서 ‘마블 VS 캡콤 3: 페이트 오브 투 월드’를 내놓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던 이 게임은 과거 대전 격투 게임 장르를 이끌었던 대표 타이틀 중의 하나로 유명 출판사인 마벨 코믹스의 캐릭터와 캡콤의 대표 캐릭터가 대전을 펼치는 것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
과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마벨 코믹스의 캐릭터들은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통해 촉발된 마벨 코믹스의 인기는 ‘마벨 VS 캡콤 3’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를 증명하듯 국내에서도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9년 만에 돌아온 ‘마블 VS 캡콤 3’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번 시간을 통해 ‘마블 VS 캡콤 3’ 시리즈가 어떤 진화를 겪었는지 살펴본다.
△ 기본 필살기를 비롯해 초필살기의 연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전작과 ‘마벨 VS 캡콤 3’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바로 그래픽 부분에서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전작들을 살펴보면 흔히 클래식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2D 도트 그래픽을 주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굳이 3D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을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며 과도기적 시기였기 때문에 신뢰성 높은 2D 그래픽이 사용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캡콤도 3D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MT 프레임워크 엔진이다. MT 프레임워크는 게임 구동 시에도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엔진을 사용해 개발된 첫 번째 게임은 바로 ‘데드 라이징’이다.
‘데드 라이징’ 이후에 캡콤은 MT 프레임워크 엔진을 적절히 발전시키면서 게임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하는데 ‘로스트플래닛’, ‘데빌메이크라이’, ‘바이오하자드 5’ 등에서 MT 프레임워크가 사용됐다.
‘마벨 VS 캡콤 3’는 MT 프레임워크 2.1을 사용하고 있는데 2D 그래픽에서 3D로 넘어왔지만 큰 위화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 3D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전혀 없다
특히 3D로 오면서 과거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과거 느낌을 녹아낸 것은 물론 연출면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초필살기의 연출도 과거와 달리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상당히 강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캡콤의 대표 대전 격투 게임 중 하나인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스트리트 파이터 4’와 비슷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데 담백하기 보다는 다소 과장된 연출을 사용함으로써 보다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또 보통 3D로 캐릭터를 만들 경우 2D 그래픽에 비해 위화감이 드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징을 잘 잡아내 거슬리지 않게 만들어낸 것도 눈에 띠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부분에 있어서는 출시 전과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소한 부분에만 수정이 가해졌다.
△ ‘심플’ 모드에서는 간단한 조작으로도 콤보를 사용할 수 있다
대전 격투 게임은 크게 심리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나 ‘사무라이 스피리츠’ 등의 게임과 '킹 오브 파이터즈’, ‘길티기어’ 같은 콤보가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타일이 존재한다.
‘마벨 VS 캡콤’ 시리즈의 경우 콤보를 중심으로 해 펼쳐지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지상에서 시작해 공중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콤보가 펼쳐져 다이나믹하게 게임이 진행된다. 이는 ‘마벨 VS 캡콤 3’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특히 전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빠른 스피드와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콤보 등은 유저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콤보를 중시하는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바로 숙련도에 따라 게임에 재미가 결정된다는 부분이다. 사실 대전 격투 게임은 슈팅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연습량을 요구 한다. 특히 심리전 중심의 게임 진행을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콤보 스타일의 게임은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벨 VS 캡콤 3’는 이러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유저들에게 2가지의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초보자나 콤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게임 시작 시 설정하는 오퍼레이션 모드를 보면 ‘노멀’과 ‘심플’ 등으로 나뉜다. ‘노멀’ 모드는 말 그대로 ‘마벨 VS 캡콤 3’에서 제공하는 모든 기술을 유저가 직접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저가 모든 커맨드와 기술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또 화려한 콤보 등을 사용할 수 있다.
△ ‘노멀’ 모드는 조작이 다소 어렵지만 일격 콤보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심플’ 모드는 무엇일까? ‘심플’ 모드는 말 그대로 간단한 조작으로 필살기와 콤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한 모드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약한 공격 버튼을 연타만 해도 자동으로 콤보가 발동하거나 필살기를 버튼 하나로 시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액션 게임을 방불케 한다. 물론 ‘노멀’ 모드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인 플레이만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더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심플’ 모드의 장점은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약캐(성능이 좋지 않은 캐릭터’)도 나름 재미를 붙여서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심플’ 모드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스틱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큰 강점 중의 하나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 바로 ‘조이 스틱’인데 ‘심플’ 모드의 경우에는 별도의 커맨드 입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 패드로도 무리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노멀’ 모드의 경우도 연습만 한다면 쉽게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기술 커맨드가 겹치기 때문인데 실제로 복잡한 커맨드는 거의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복잡한 콤보의 경우는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
△ 마벨 캐릭터들 중 유명 영웅들은 모두 등장하지만 악역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꽤 많은 변화를 겪은 ‘마벨 VS 캡콤 3’는 전체적인 모습만 놓고 보면 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소 모자란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온라인 대전의 경우는 이전에 출시됐던 ‘스트리트 파이터 4’보다 퇴화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대전 신청 이후에 상대를 찾지 못할 경우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점이 아니다.
메인화면으로 돌아올 경우 다시 온라인 대전을 신청하는 몇 가지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바로 다음 대전 상대를 찾지 못하는 점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 온라인 대전 중에 발생하는 렉 현상도 ‘마벨 VS 캡콤 3’의 평가를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모든 게임이 동일하겠지만 매 순간 빠르게 승부가 결정지어지는 대전 격투 게임에서 렉 현상은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등장 캐릭터 부분도 과거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전작인 ‘마벨 VS 캡콤 2’의 경우 50여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DLC를 포함해도 총 38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마벨의 경우 영웅보다 악역 캐릭터의 비율이 너무 크다는 것도 이상한 점이다. 물론 매력적인 악역들이기는 하지만 영웅들의 모습이 줄어든 모습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지구를 구하기 이전에 유저부터 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외에도 캐릭터 밸런스에 대해서도 유저들의 불만이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캐릭터 밸런스의 경우 대전 격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지만 전체적으로 상성 관계를 넘어서서 일부 캐릭터의 경우 지나치게 강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최대 8명까지 참여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로비’의 경우도 관전 모드가 삭제되어 있어 대전 차례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도 수정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세세한 부분에서 장점을 살리지 못한 점은 ‘마벨 VS 캡콤 3’가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분명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달리 콘솔 게임의 경우 대대적인 패치를 통해 게임을 수정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도 유저들을 좌절케 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온라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 유저들에게 만족스러운 게임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사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리뷰/프리뷰
배리어블 시리즈의 귀환 - 마벨 VS 캡콤 3
아이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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