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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왜+] 왜, 아폴로 신드롬을 경계하나
작성자 : 등록일 : 2014-04-02 오후 12:43:45


영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은 1960년대 말부터 약 10년에 걸쳐 헨리 경영대학에서 팀 역할이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조직의 행동양상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의 연구였다.

현대 사회의 팀 역할이론에 대한 핵심적인 기초를 제공한 연구였던 이 시도는, 다양한 형태의 팀을 구성하고 성과를 평가했다. 그리고 그 사례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팀이었다.

벨빈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 팀을 ‘아폴로 팀’으로 명명했다. 인류가 아폴로 우주선을 만들어 달을 정복했던 것과 같이 뛰어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재들이 필요해 보였던 것과는 달리 실제 사례에서의 아폴로 팀의 조직은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한 팀에 모이자 보이지 않는 대립과 팀에서 리더가 되기 위한 암투가 실제 성과를 내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

결국 아폴로 팀은 뛰어난 자들만이 모인 조직은 정치 역학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채 해체되었고, 멜빈은 우수 인재 집단일수록 높은 성과를 내지는 않는다며 아폴로팀의 전반적인 성과에 낙제점을 내리고, 뛰어난 인재들만 모인 집단에서 오히려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현상을 자신의 저서인 ‘팀 경영의 성공과 실패(Management teams~ why they succeed or fail)에서 ’아폴로 신드롬‘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조직에서든 돋보이는 두뇌들의 모임은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지 않는다는 이 아폴로 신드롬은 수많은 창의적인 두뇌들이 모여 있는 게임 시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아폴로 신드롬과 견주어 봤을 때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인재들이 모인 조직에서 개발한 결과물이 유저들이 기대하는 결과와는 ‘영 딴판’인 경우가 속속들이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폴로 신드롬으로 불리는 ‘천재들의 조합’의 최상의 결과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기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게임 업계는 아폴로 신드롬의 예외가 되는 사례를 기다리고 있다.



2012년 6월은 국내 게임업계에 보기 드문 대형 ‘뉴스’가 터져 나온 달로 기록되었다. 국내를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던 메이저 게임 개발사,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한 몸’이 된 날이기 때문이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주식거래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업계는 두 회사의 물리적 조합이 낳을 결과에 대해 주목했다.

그리고 그 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소식도 곧바로 들려왔다. 넥슨의 간판 게임 브랜드인 마비노기 정식 넘버링 후속작, 마비노기2를 엔씨소프트와 함께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 당시 업계의 화두가 ‘협업(콜라보레이션)’으로 떠오를 정도로 두 회사의 물리적 결합은 뜨거웠다. 우스갯소리로 많은 이들은 마치 드래곤볼에서 베지터와 카카로트의 퓨전을 언급했다. 그만큼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메이저 게임메이커의 결합은 많은 이들을 주목시키게 했다.

두 회사의 협업 소식은 지속적으로 업계에 들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넥슨이 지스타 2012의 프리뷰 기자간담회를 통해 마비노기2를 지스타에서 공개할 것임을 밝힘과 동시에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한 공동 개발 방침을 밝혔는데, 이 자리에서 김택진 대표가 공개 영상에 등장해 넥슨과 엔씨의 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마비노기2의 협업 중단. 하지만 이것이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마비노기2는 지스타 2012를 통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두 회사의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대대적으로 두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넥슨의 개발부서가 N스퀘어개발본부(엔씨소프트 경암빌딩)라는 협업 사무실로 들어가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를 통해 전해지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스타 2012이후 들려오던 소식은 이내 잠잠해졌고, 1년 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2014년 1월 2일, 넥슨이 ‘마비노기2의 잠정 개발 중단’이 발표되면서, 마비노기2 프로젝트는 잠시 중단이 되었다. 아쉽지만 두 회사의 물리적 협업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비노기2가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의 말처럼 “현재 시장 상황에 따른 사업성 검토를 해 본 결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라는 판단 하에 잠정적으로 중단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마비노기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만큼 마비노기2 프로젝트는 언제든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은 넥슨과 엔씨의 조합이 베지터와 카카로트의 퓨전으로 나타난 최상의 결과가 아닌, 아폴로 신드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당초 넥슨의 캐주얼성과 엔씨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내는 노하우가 접목되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 즉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아직은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 회사의 협업은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던 만큼 처음부터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개발자들이라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에서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더욱이 오리지널리티와 기획 방향성이 성공의 열쇠로 크게 요구되는 게임 개발의 특성 상 서로 완전히 다른 조직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도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콘텐츠 개발이라는 면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개발자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고 경력을 통해 고집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조직과의 협업은 섣불리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 마비노기2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아폴로 신드롬이 유력한 메이저 게임사들의 물리적인 협업은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 하지만 이는 협업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의 미숙함을 걷어낼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도 인식되고 있다. 무조건 최고를 자랑하는 개발진이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아폴로 조직’을 탈피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을 해 낸다면 협업 또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제휴 형태인 만큼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결과적으로 마비노기2는 두 회사가 물리적인 시너지 효과를 대외적으로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종의 ‘무리수’를 둔 감은 있지만, 그로 인해 최소한 물리적인 협업을 어떤 식으로 해서 아폴로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단일 조직의 성과가 아닌, 협업이라는 형태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 업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 유수의 양질의 콘텐츠가 공습을 하며 국내 게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따로 또 같이’라는 M&A가 지속적으로 빈번해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협업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가운데, 자연스럽게 메이저 조직들의 결합으로 인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콘텐츠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해답’이 기대되었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불황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콘텐츠는 당연하게도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업계 심정에서 메이저 업체들의 결합으로 인한 실질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업계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그렇다.

넥슨은 마비노기2의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하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결과물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향후 새로운 게임의 개발에 있어서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무형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협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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