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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디아블로3 심의전쟁, 결론은 언제?

작성자 :	등록일 : 2012-01-11 오후 4:53:39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대작의 국내 출시를 결정지을 ‘키’인 등급심의가 한 달 째 결정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대작 RPG, ‘디아블로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업계에 따르면 8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디아블로3’의 등급분류를 하지 못한 채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는 지난 6일 등급분류회의를 개최하고 안건으로 올라 온 게임물들의 등급분류를 진행했지만 ‘디아블로3’는 6일 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디아블로3’의 국내 출시 향방을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디아블로3’에 대한 국내 심의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발매를 기대 받고 있는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여기에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결정을 시작으로 신작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핫이슈를 양산하기를 바랐던 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한국 지사인 블리자드코리아를 통해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의뢰를 한 것은 지난해 12월 2일. 이미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견은 업계 안팎으로 나온 상황이었다. 8월 블리자드 측에서 공개한 현금경매장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민감한 게임과 관련된 사행성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게임위 측은 당시 현금거래 시스템을 갖춘 ‘디아블로3’의 심의에 대해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는 인터뷰를 하는 등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었다.

심의 신청 후 약 한 달 이후 지난 현재 게임위의 등급 분류를 막고 있는 것은 ‘디아블로3’의 현금경매장 시스템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위 측은 현금경매장과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배틀 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환전 시스템에 대한 추가 자료를 블리자드 측에 요청하면서 등급 분류를 계속해서 미뤄 왔다.

이에 블리자드 측은 100%에 가까이 올라 온 게임의 완성도를 감안해 글로벌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국내 심의 제출 버전에는 게임 내 환전 시스템을 삭제한 버전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게임위 측은 그 이후에도 ‘디아블로3’의 심의는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의 두 번의 심의회의에서 ‘디아블로3’는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한 달 넘게 등급심의에서 표류하고 있는 디아블로3. 경매장 문제를 운운하며 ‘신중론’을 펴기에는 게임위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임위의 납득되지 않는 행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 타이틀의 심의를 직접 결정하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윗선’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개입과 교통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위원들이 블리자드 측이 등급분류를 받은 뒤 게임 출시 이후 환전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우려해 사회적인 논란과 책임 소지를 떠안게 될지 두려워 등급분류를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전 시스템을 삭제한 버전에 등급심사를 의뢰해 둔 상황이지만, 블리자드는 해당 버전에 경매장 시스템과 환전 기능을 도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남겨둔 상황이라 쉽게 등급 판정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금경매장 추후 도입이 확실시 된 만큼 국내에서 민감한 사행성 문제인 만큼 굳이 자신들이 나서서 ‘총대’를 매고 책임소지를 회피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게임위의 입장에 암묵적인 지지를 하는 편이었다. 사행성 문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게임에 대한 심의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게임위가 아닌 다른 누가 심의를 했더라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위의 신중함이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위가 등급분류 뿐만이 아니라 회의 안건 상정조차도 하지 않고 무작정 등급분류를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에 업계마저도 등을 돌리려 하는 분위기다. 당초 게임위의 판단이 신중해서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위의 공감을 표했던 업계와 전문가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모양새를 취함에 따라 ‘디아블로3’에 대한 게임위의 결정은 더욱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유저들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디아블로3’의 심의 지연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달 넘게 계속해서 미뤄지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대작의 출시가 늦어지는 것에 공분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저들은 게임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하루 빨리 ‘디아블로3’의 등급 분류를 결정지으라며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뿐만 아니라 업계 전문가들도 게임위의 계속된 연기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문제가 되는 화폐 경매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거론됐던 부분이며, 게임위 측에서 블리자드가 심의를 신청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충분히 고민이 됐던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심의를 결정하지 않는 것은 게임위의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블리자드 측 또한 심의가 연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블리자드코리아 측 관계자는 “게임위는 현재의 환전 시스템이 삭제된 버전을 가지고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라며 “사행성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만을 가지고 등급심의를 이유 없이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추후 기능이 추가된 이후 규제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리자드 측은 지난해 12월 23일 현금거래 기능이 삭제된 버전을 제출한 뒤 3차례의 등급 심사가 열렸지만 단 한 차례도 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많은 이들은 디아블로3의 경매장이 문제가 된다면 시스템 적용을 하겠다며 콘텐츠 업데이트 재심의를 신청할 때 다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게임위의 명분 없는 등급 보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하고 안팎으로 ‘디아블로3’에 대한 등급분류 결정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심의회의에서 등급분류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유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요구에 계속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경우 게임위는 책임회피를 하는 것 밖에 안 된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위 스스로 내부 정책과 기조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위가 민간심의 이양에 따른 존폐 여부 사안이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아블로3’로 인한 등급분류 사태로 인해 기관의 무능과 부조리함을 다시 한 번 세간에 알리게 된다는 꼴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등급 분류는 조만간 결정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블리자드 측은 공공연히 ‘디아블로3’의 개발이 완료가 되었으며, 100%가까운 완성도를 갖추고 글로벌 출시 일정을 잡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2012년 초 출시를 위해 발 빠르게 국내 출시를 위한 등급 분류를 2011년 말에 신청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공통 서비스 기조를 내세웠던 현금경매장 콘텐츠가 글로벌 출시 일정을 위해 국내에서 삭제된 채 등급심의 신청을 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2012년 시장을 좌지우지 할 대작 중 하나인 ‘디아블로3’의 글로벌 출시의 키를 국내 게임 등급 분류가 쥐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게임위는 자신들의 등급 분류로 인한 후폭풍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라며 “환전 시스템 도입 후의 규제는 부처와 추후 상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악의 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