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스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하는 것을 뜻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는 국내에서는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위한 별도의 시장도 존재하는 등 하나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적용하기 좋은 미디어 중에는 당연 게임도 속하고 있다. 이미 해외서는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을 게임으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많은 편이며 국내에서도 이런 케이스를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유명 IP를 활용해 게임 제작을 하기도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유저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회의적인 시선을 남겼다.
유명 IP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최근까지 게임 시장에서 해외 유명 IP를 활용해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네오위즈게임즈의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명의 패키지 게임을 활용해 개발된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현재까지 장수하는 해외 IP 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 외에는 그렇게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유명 IP를 활용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만화, 애니메이션이고 나머지는 동명의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외 IP를 가지고 가장 큰 실패를 경험한 게임사로는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 팔콤사의 ‘이스’ 시리즈를 게임화한 ‘이스온라인’을 시작으로 ‘드래곤볼 온라인’까지 유명 IP를 들여와 야심차게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최악의 결과만 낳고 말았다. 이뿐 만이 아니다. 구름인터렉티브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개구리중사 케로로’를 가지고 다소의 온라인 게임을 제작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매년 몇 차례씩 해외 유명 IP를 가지고 온라인 게임화 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성적은 계속 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게 해외에서 들여오는 IP의 경우 확실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구축되어 있다. 이를 어떻게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지가 제일 큰 관건인데 국내 게임사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한 점을 보인다.
특히 넷마블이 선보였던 ‘이스온라인’의 경우 이런 케이스에 속하는데 원작의 세계관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완전히 지워버리고 평범한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는 우를 범했다. 원작의 팬들을 안고 가고자 했다면 이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지만 넷마블측은 이를 무시해버렸다.
결국 ‘이스온라인’의 실패 때문인지 ‘드래곤볼 온라인’에 접어들면서 넷마블은 여러 가지 장치를 준비해 이를 막으려 했다. 먼저 원작자와의 커뮤케이션을 통해 원작의 세계관을 제대로 살려 기존의 팬을 확보하려 했다. 시도 자체는 좋았는데 문제는 콘텐츠 제작이 빈약했다는 점이다. 운영적인 측면은 전적으로 서비스사의 문제이지만 콘텐츠의 문제는 다르다. 과도하게 재활용되는 캐릭터와 지루한 게임 진행은 결국 있던 팬도 떨어져나가는 심각한 상황을 연출했다.
‘케로로’ 시리즈의 경우는 캐릭터를 적극적인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간과했다. 분명 ‘케로로’ 시리즈의 경우 여러 가지 장르적 변화를 꾀하기는 했지만 이미 시장에서 힘을 잃은 캐주얼 게임을 소재로 너무 정직한 승부를 했고, 재미면에서도 기존의 게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성공을 운운하기에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패키지 게임의 엔진을 그대로 가져와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개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파온라인’의 개발팀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원래 있던 엔진이라고 해도 온라인 게임화하는데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고 서비스 방식, 유저 편의성 부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앞서 열거한 게임들과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을 회피할 수 있는 IP고유의 특색이 있다. 먼저 스포츠 게임이다 보니 캐릭터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물론 실제 선수가 게임에 등장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빼도 게임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경우 ‘피파’ 시리즈와 달리 피파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또 축구 게임이다 보니 별 다른 세계관을 구현에 공을 쏟지 않아도 된다. 오직 해야 될 점은 패키지 게임의 재미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이외에도 오랜 시간 다듬어진 게임성으로 인해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소재 자체도 광범위한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는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꼽을 수 있는데 소재 부분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점을 ‘피파온라인’ 시리즈와 비슷한 방법으로 피하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다.
한 메이저 게임 개발사의 관계자는 “해외 게임을 개발하면서 원작사와 충돌이 상당했다. 언어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원작을 변질시키지 않으면서 재미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2중, 3중으로 힘든 작업”이라고 토로한다.
해외 IP를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본 작업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시장 조사와 원작사와의 신뢰 관계 구축, 프로젝트의 대한 충분한 검수가 수반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분이 다소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넷마블에서 서비스 준비 중인 ‘마계촌 온라인’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 이상의 테이스트를 첨가하면서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마계촌 온라인’을 선택한 넷마블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유저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상당히 기대 중이다.
‘마계촌 온라인’은 앞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한 듯한 인상이다. IP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세계관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물론 온라인 게임화 하면서 상당부분 게임 스타일을 고쳤다. 또 장르 자체도 최근 유저들이 좋아하는 횡스크롤 MORPG면서 캐릭터도 상당히 잘 살려냈다.
결국 해외 IP를 가지고 온라인 게임으로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재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팬들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으면서 새로운 유저풀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됐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 곧 ‘마계촌 온라인’을 필두로 ‘파워레인저 온라인’, ‘짱구는 못말려 온라인’ 등 해외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인데 이러한 문제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겜툰FOCUS/겜툰특집
유명 IP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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