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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왜?+] 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분노했나
작성자 : 등록일 : 2013-07-08 오후 12:53:54


게임업체에 취직을 하는 사람들, 또 게임 개발자 대부분은 ‘너무나 하고 싶어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고 싶은’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업계의 덩치가 커지고 ‘게임회사를 다닌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전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를 희망하는 인구는 더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 혹은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의 전부가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복리 후생과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느냐면 그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너 대신에 일하고 싶은 인력은 차고 넘치도록 많다’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게임과 관련된 업계 종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인력들 중 대부분이 ‘자발적인 희생에도 감수하고 업계에 몸을 담고 싶어 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소간 낮은 처우에 대해서는 이를 악물고 참고 버텨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 산업, 흥미와 관심이 지대하게 높지 않으면 업계 종사자가 되기 힘든 게임업계의 특성 상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처우가 좋아져야 하지만 억지로라도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아이러니한 직업군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와 관련된 직업은 흔히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아름답게’비쳐지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소수의 인원들은 제외하고 자신들의 업무 환경과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 각박한 현실을 뒤로하고 ‘볕들 날’을 위해 젊음을 바치는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들은 자주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더 자주 나오는 사례들은 결국 꿈과 희망은 물론 현실적인 보상도 받지 못하고 쓸쓸한 결과를 받아드는 이야기들이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고생을 감수하는 직업군’이 된 탓에 그 흔한 노조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게임업계. 어쩔 수 없이 고용인으로써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사실인 가운데, 최근 게임업계의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꿈과 희망을 담보삼아 젊은이들의 고혈을 짜 낸 한 업체에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5월, 업계에 일러스트 전문 외주 제작사인 팝픽이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노동 착취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업계를 ‘발칵’뒤집었다.

팝픽은 일러스트 전문 외주제작사이자 일러스트북을 발행하는 출판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특히 국내 최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커뮤니티인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하 방사 카페)'을 운영하며 일러스트레이터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명성을 떨치던 팝픽에서 근무를 했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계약 조건과 운영 실태 등을 고발하면서 그 동안 쉬쉬하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노동착취에 대한 실상이 드러났다.


△ 팝픽 송현정 대표(오른쪽)의 모습. 그녀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집안의 부고가 있었다며 두문불출하다 사과문을 발표했다. 나쁜 의도로 시작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골자의 사과문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팝픽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일러스트레이터들에 대한 보상책 등에 대한 부분은 일언반구 없이 두루뭉술한 변명을 해 많은 이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업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 처우, 정식직원으로 채용을 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팝픽에서 근무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사실상 심각한 노동착취를 당해야만 했다. 팝픽이 외주를 받아 일거리를 가져다주면 직원들은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운영진이나 사장인 송현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러스트를 그리고도 그에 대한 수장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거기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그림에 사장이나 운영진 측이 사인을 하고 자신들이 그린 그림인 양 내보내는 경우도 계속 있었다. 물론, 할당된 일을 다 하지 못하면 급여에서 그 일을 못하는 만큼 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연봉계약이 유명무실했다.” 팝픽에서 근무를 했던 일러스트레이터의 회고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처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팝픽의 수뇌부는 지속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너희들이 실력이 없어서 회사가 성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페이 지급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든가, “우리가 아니면 너희를 어디에서 쓰겠는가”라며 처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인지도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정책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다른 업체에서 일을 하거나 외주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는 팝픽의 악행은 결국 페이스북과 익명의 제보로 인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실무 교육을 명목으로 과도한 외주 작업을 배당하고, 완성도를 문제 삼아 약속된 페이를 삭감하고,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의 행패를 부렸던, 그리고 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대표인 송현정씨가 마음대로 출판물 등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특히 현역으로 게임 업계에서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러한 팝픽의 행태에 분노하며 사태 해결과 팝픽과 송현정 대표에 철퇴를 내리기 위해 나서고 있다.

팝픽의 만행이 알려지고 난 뒤 업계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팝픽대책위원회’를 설립했는데, 여기에는 블레이드앤소울과 창세기전 시리즈로 유명한 김형태,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꾸엠과 흑요석, 사다함 등 업계에 명망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40인이 나서고 있다.


△ 현재 팝픽대책위원회가 추진 중인 팝픽 프로젝트는 목표금앨을 훌쩍 넘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당한 고용과 불안정한 청년 고용으로 인한 사회적 이슈가 모아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팝픽대책위원회는 책과 엽서, 액자 등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판매한 금액을 모아 피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민, 형사상 소송비용을 충당하고 권리 회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팝픽대책위원회는 소송비용 및 작품 생산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도구가 없거나, 교육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 꿈나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팝핀대책위원회는 펀딩 사이트인 유캔펀딩을 통해 'PICTURIZE YOUR FUTURE 팝픽 소송 모금 프로젝트', 이른바 ‘팝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 5,000원부터 최대 400,000원까지 다양한 금액대로 진행되고 있는 해당 펀딩은 많은 숫자의 게임인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 당초 펀딩 목표금액인 1800만원을 넘어서 6400여 만원이 모이고 있다. 그만큼 게임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또 고용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모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7월 21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펀딩인 만큼, 억대의 모집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팝픽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을까. 노동착취에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은 회사와 대표의 행각이 드러난 만큼 팝픽은 더 이상의 운영을 포기하고 회사 폐업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 또한 피해를 입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이로 인해 분노를 한 게임업계의 공분을 잠재우지 못하는 행동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안이 밖으로 유출되기 시작하자 팝픽 측은 사과문과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출판권 계약 해지 요청 동의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내용이 불분명하고 투명하지 않아 다시 한 번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공분을 사고 퇴짜를 맞았다.

팝픽은 현재 6월 28일까지 외주 계약을 마친 뒤 30일 폐업을 결정했다. 또, 송현정 대표가 운영하는 그래픽 학원인 팝픽 아카데미도 새로운 관리자에게 양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팝픽대책위원회 측은 문제가 불거진 뒤 송 대표가 잠적을 하는 등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책 마련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없이 회사를 정리하는 등 사실상 ‘먹튀’에 가깝다고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게임업계에 만연해 있는 부당한 고용으로 인한 첫 고용인들의 반발로 점철되고 있는 이번 팝픽 사태로 게임업계의 폐단이 어느 정도 걷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팝픽대책위원회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에 알려져 있는 작가에 대한 착취부터 표절 의혹까지 해명해야할 사안이 아직 많다"며 "팝픽은 책의 재고를 처분하고 회사를 정리하는 등 사과의 뜻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하고 있는 지금, 팝픽프로젝트는 이를 바로 잡는 첫 단추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게임업계의 고용인이 최초로 회사의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처우에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요구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당한 고용인으로써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의 게임업계에서 고용인이 부당한 대우를 항의하는 첫 단체 행동은 일부 몰지각한 고용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게임 개발자들과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미디어 관계자들 등 많은 숫자의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젊음을 바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악덕 고용주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번 팝픽 사태가 게임업계를 넘어서 IT업계에 만연해 있는 부당 고용과 열정 노동이라는 미명 하에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폐단이 바로잡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글쓰기
 
분신자      [13-07-08]
이번사태로 제작사분들이 잘되었으면하네요. 시늉은커녕 흑막에 가려지다

제보로 거쳐주니 탈탈털리는 때가 되었다는건데 특히 여러곳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분들은 더 협박했을듯
흠흠      [13-07-09]
이번 일 터진지 꽤 된걸로 아는데 이제야 기사가 뜨네요
빨리해결좀      [13-07-14]
을로써가 아닌 을로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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