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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울티마6

작성자 :	등록일 : 2010-06-18 오후 3:03:11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 이 글을 읽는 유저들이 알고 있는 게임 중 가장 오래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는 게임 브랜드는 무엇인지 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최장수 게임 시리즈는 23년 동안 13편의 본편과 다수의 외전 시리즈(그리고 온라인으로 14편의 발표를 한)를 만들어 낸 일본의 국민 RPG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일 것이다. 이것이 맞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RPG 중 최장수 게임 시리즈가 파이널판타지 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다른 견해가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을 부탁드린다).

‘가장 길게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 생각을 추리다 보면 오랜 기간 동안 같은 타이틀로 계속해서 게임을 발매하는 게임들은 정말 손에 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의 게임 브랜드가 시리즈화 되어 10년, 아니 5년 동안 꾸준하게 유저들의 주목을 이끌고 차기 시리즈들을 발매하는 메가 히트 게임 시리즈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들의 천국이 된 작금의 국내 실정에서 가장 오래 된 게임은 리니지 시리즈나 바람의 나라로 여겨지고 있을 테고, 이제는 고전 게임 대열에 끼어 있는 스타크래프트 역시 몇 년 후에는 ‘10년 이상 단일 패키지로써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게임’으로 역사 속에 그 이름을 당당히 새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과거로 눈을 돌려 보면, 온라인 게임으로 말미암아 게임을 시작한 ‘젊은 유저들’이 모르는 유수의 명작 게임들이 역사 속에 그 이름을 아로새기고 있다.

과거의 게임들이 왜 의미가 있냐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게임들-온라인 게임들도 포함해서-은 모두 과거 유수의 역사적인 게임들이 추구했던 재미와 시스템을 본받아 만들어 진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는 게임의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으로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개개인의 사고에 대한 발전과 새로운 철학 정립에도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시리즈를 만들어 내면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게임 시리즈들의 가치는 다양한 면에서 상당히 가치 있는 그것이라 하겠다.

더욱이, 지금의 게임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을 있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임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돌이켜보면 볼수록 그 의미가 깊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게임을 이야기하려 한다. MMORPG의 근간을 다졌던 ‘울티마 온라인’의 원판 시리즈, ‘울티마 시리즈’중 ‘울티마6 : 그릇된 예언자(The False Prophet, 이하 울티마6)’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오리지널 RPG라 한다면-역시 이웃나라이자 ‘게임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서인지-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퀘스트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물론, 199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던 국내 개발사들의 개발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나 ‘악튜러스’등의 이름을 거론하는 유저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년에 애플 컴퓨터 시절부터 게임을 한 가닥 했다는 양반들의 입에서는 다른 이름이 나온다. 바로 뉴 월드 컴퓨팅사의 ‘마이트&매직’시리즈, 서 택크사의 ‘위저드리’시리즈, 그리고 오리진 시스템즈사의 ‘울티마’시리즈, 소위 서양 3대 RPG라고 일컬어지는 명작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1986년 시작된 ‘마이트&매직’시리즈, 1979년 시작된 ‘위저드리’시리즈, 그리고 1981년 시작된 ‘울티마’시리즈에 비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RPG인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퀘스트는 어떻게 보면 이들 게임들이 다져 놓은 RPG의 초석과 법칙에 의거해 만들어 진 게임들이라고 할 수 있다(실제로 드래곤퀘스트는 위저드리의 영향을 다수 받았다). 물론 ‘마이트&매직’이 ‘위저드리’와 ‘울티마’의 영향과 ‘던전&드래곤즈’에 기초하여 만들어 진 게임이며, ‘히어로즈 마이트&매직’이라는 외전격 게임 시리즈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마이트&매직’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 명맥이 끊어졌지만, 어쨌든 이들 서양 3대 고전 RPG는 그 만큼 세계 게임사에 굵직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울티마’시리즈는 패키지,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향후 등장하는 RPG들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 게임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90년에 등장한 시리즈의 6번째 작품, 울티마6는 과감한 플랫폼의 변화를 단행하면서도 당대 최고사양 게임으로 위용을 뽐내는 게임이기도 했다.

당시-그러니까 1980년대 중반-세계 RPG시장의 주도권은 확실히 울티마 시리즈가 가지고 있었다. 특히 1981년, 1982년, 1983년 각각 울티마 1, 2, 3를 발표한 뒤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떨친 오리진 시스템즈는 단숨에 북미는 물론 유럽 애플컴퓨터 게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울티마 시리즈 세계관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훗날 ‘암흑의 시대 3부작(The Age of Darkness)’이라고 불리는 울티마 1, 2, 3는, ‘첫 번째 암흑의 시대(The First Age of Darkness)’와 ‘마녀의 복수(The Revenge of the Enchantress)’라는 부제를 거쳐, ‘엑소더스(Exodus)’로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다소 정체적이었던 ‘마녀의 복수’보다 오리진 시스템즈라는 회사의 창립 이후 한층 더 진보된 모습을 보인 ‘엑소더스’는 확실히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시스템을 탑재해 등장했고, 세계 시장에서 울티마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알릴만한 계기가 되었다. 그 증거가 바로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인 EA와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85년 EA와의 계약으로 확실하게 탄력을 받은 오리진은 게임 스토리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미시킨 4번째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어 낸다. 전작들에 이어 애플2용으로 만들어 진 울티마 4번째 작품인 ‘아바타의 퀘스트(Quest of Avatar)’는 당시 ‘게임’이 시스템과 영상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대세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바로 단테의 신곡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요소를 스토리와 게임 전반적인 이미지에 도입시켜 유저들로 하여금 진한 느낌을 주게 한 것이다.

울티마는 이때부터 3번째 작품인 엑소더스에서 시작한 세계관 정립에 더욱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주인공인 로드 브리티쉬가 정직, 동정, 용기, 정의, 희생, 명예, 숭고, 겸손의 8가지 미덕(Virtue)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적들과 싸우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의 충돌과 게임 상에 존재하고 있는 선적인 존재인 히어로들의 고뇌를 유저들로 하여금 충분히 느끼게 했다. 단순히 평화로운 세상에 악이 등장하고, 그 악을 쓰러뜨리기 위한 플레이어의 여행과 최종 보스를 쓰러뜨린다는 그 틀을 깨뜨린 부분이었다.

이 때 정립한 8개의 미덕은 울티마 시리즈의 스토리에 중요한 근간과 시리즈를 상징하는 요소가 되며, 미덕의 화신인 ‘아바타’를 비롯하여 울티마 시리즈에 등장하게 되는 8명의 동료들도 이때부터 등장하게 되었다.

참고로, 지금은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한 ‘아바타’라는 의미는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되었는데, 기실 현대 사회에서 쓰이는 의미를 정형화 한 것은 바로 이 울티마 시리즈에서의 또 다른 주인공의 이름인 아바타라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가상현실의 주인공의 이름이 아바타이기 때문에, 이후 모든 게임과 다양한 캐릭터들, 즉 플레이어의 분신을 아바타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울티마의 4번째 시리즈인 아바타의 퀘스트는 당시 울티마 시리즈 중 최고라는 찬사를 들으며 상당한 판매고를 올림과 동시에, 울티마라는 게임을 세계 최고의 게임의 반열로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유명세를 발판삼아 오리진은 울티마 시리즈의 확실한 변신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1988년, 오리진사가 만들어 낸 5번째 울티마 시리즈인 ‘울티마5 : 운명의 전사(Warriors of Destiny)’는 애플용 PC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물론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엔진이 된 애플용 PC와의 결별이 달갑진 않았겠지만, 당시 IBM PC로 모든 대세와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울티마5는 당시 생각할 수 없었던 울티마의 화려한 ‘꾸미기’를 시도한 게임이기도 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울티마 시리즈 최초의 훌륭한 오프닝 데모의 삽입이었다(물론 지금 보면 도저히 성에 차지 않겠지만).

이와 함께 오리진은 울티마에 BGM이라는 요소를 도입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게임을 구동하는 애플용 컴퓨터에 머킹 보드라는 사운드 카드가 있어야 그 모든 것을 들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울티마 시리즈에 대한 변신을 눈과 귀로 모두 느끼기 위해 그만한 지출을 전혀 거리끼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겠지만, 아바타의 퀘스트까지는 울티마에 배경음이라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더불어, 오리진은 울티마1과 2의 판권을 오리진사로 흡수하여 재발매하는 동시에 울티마 10주년에 맞춰 애플 컴퓨터와의 작별을 고한 차기작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2년이라는 개발 기간은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IBM기반에서 구동될 수 있는 울티마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엔진 툴을 만들기 위한 오리진의 노력은 계속되었고, 90년, 울티마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 등장한다.

1990년 등장한 ‘울티마6 : 그릇된 예언자(The False Prophet)’는 플랫폼이 바뀌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최고사양도 바뀌게 된 게임이기도 했으며, 올드 PC패키지 게임 유저들에게 최고의 RPG게임으로 평가받는 게임이기도 하다(혹자들은 7-1을 최고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써 울티마 시리즈의 첫 번째 시리즈인 ‘암흑의 시대 3부작’에 이어, ‘계몽의 시대 3부작 (The Age of Enlightenment)’인 울티마3~6편이 모두 완결되는 순간임과 동시에, 화려한 울티마 시리즈의 전성기를 찍는 방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상 울티마의 마지막 시리즈인 울티마7~9편인 ‘아마겟돈 시대 3부작(The Age of Armageddon, 가디언 이야기 The Guardian Saga)’에서 울티마가 완전히 몰락하고 울티마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울티마6야말로 그 화려했던 전성기의 최정점이기도 했다.

IBM으로 플랫폼이 업그레이드 된 울티마6의 그래픽은 당시 해외 유명 게임 디자이너가 “이제 게임 디자인을 할 자신이 생겼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기존의 선과 튀는 도트로 일관했던 비주얼을 확실히 일신된 디자인으로 선보인 것은 당시의 게임업계에서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VGA라는 훌륭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IBM이었기 때문에 더욱 화려한 그래픽을 만들 수 있었던 것. 또한 운명의 전사에서 머킹 보드가 없어 울티마의 BGM을 듣지 못해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던 유저들도 울티마의 BGM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으며, 탑 뷰 시점으로 3인칭 시점을 더욱 강화했다.

무엇보다 울티마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스토리와 자유도가 여전히 울티마6에서도 살아있다는 점은 유저들을 더욱 흥분케 했다. 현대의 시대로 다시 돌아 온 아바타가 다시 미지의 힘에 의해 브리타니아 대륙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치밀하면서도 반전이 숨어 있는,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시리즈를 기대케 하는 울티마 특유의 힘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울티마라는 게임의 역사에 길이 남아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개발자라고 할 수 있는 리차드 게리엇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훗날 아마겟돈 시대 3부작을 마지막이로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과 울티마에 대한 사업을 접고 엔씨소프트로 취직해 지금은 익히 모든 유저들이 알고 있을 법한 희대의 먹튀 사건을 벌인 그 미국인이 맞다.

이런 사건 때문에 우리의 기억 속에는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엄청난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아 우주인이 되겠다고 하는 엉터리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기실, 타뷸라라사라는 게임은 과거 울티마라는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그이지만,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중반은 ‘로드 브리티시’라는 애칭으로 많은 게이머들과 게임 개발자들에게 칭송을 받았던 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만큼 울티마 시리즈는 매우 훌륭했고, 본격적인 IBM PC게임 시대를 열어젖힌 울티마6는 그 훌륭함을 충분히 검증한 게임이기도 했다.

울티마 시리즈가 굉장한 게임이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정식으로 유통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아예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의 정식 유통과는 의미가 상당히 달랐다) 심오한 스토리와 엄청난 자유도를 만끽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그것을 국내 유저들이 확실히 만끽하지 못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서양 3대 RPG와 함께 인지도를 낮추는 일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울티마 시리즈는 국내 아마추어 집단들의 힘으로 리메이크가 되고, 한글화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 움직임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울티마라는 게임의 위력과 그 명성은 ‘허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