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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천사의 제국2

작성자 :	등록일 : 2010-10-01 오후 3:22:11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폭발’을 하고 있는 지금을 한번 곰곰이 곱씹어 보자. 체험할 수 있는 게임들,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들 중 그 종류와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의 다양성, 장르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많은 게임들이 콘텐츠의 동일성 때문에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온라인 게임의 범람의 시대.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의 숫자와 그 종류가 한없는 수준이라고 할 만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과 문제들이 언급되고 있고 지적을 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업계이긴 하지만, 만약 아예 발전이 되지 않아서 아무런 게임이 등장하지 않는 시장이라면 반대로 또 어떻겠는가. 게임을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옥이 틀림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기 전 전성기를 누렸던 패키지 게임 시장의 ‘로망’시절에도 현재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행복해 하는 것과 같이 유저들에게 행복한 나날들을 선사해 줬다고 할 수 있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후세에 길이길이 추억될 게임들이 등장했던 만큼 당시 유저들은 그야말로 천변만화하는 국내외의 수많은 명작 게임들과 유수의 역사를 함께 한 것이다.

△ 이름과 함께 남성 유저들의 좌심방 우심실을 충동질하게 했던 그 타이틀!

이렇게 유수의 게임들을 만끽할 수 있었던 유저들의 기억 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명작 메이커들이 만들어 낸 역사적 게임들이다(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런데 이상한 것 한 가지. 종종 당시의 패키지, PC게임에 대해 상기를 해 보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타이틀이 대체 어디서 누가 만든, 정확한 게임 명은 무엇일까’하는 게임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 일종의 와레즈라고 할 수 있는 그 유명한 ‘지인들끼리의 디스켓 복사’로 말미암아 유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 이름을 마음대로 적어 놓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비스트 마스터를 ‘동물전쟁’으로, North&South를 ‘남북전쟁’으로 기입하는 등의 일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 한글화 되어 정식발매가 되지 않은 다수의 명작 게임들 또한 유저들의 유치한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었다(물론 PC게임 시장이 더욱 거대화되고 한글화와 정식발매가 대부분 이뤄진 만큼 이런 일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계중에는 ‘대체 이 게임이 어디서 누가 만들어 낸 무슨 게임인가’라는 의문에 엉뚱한 오해를 받는 명작 게임들도 존재했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임, 대만의 명작 게임메이커인 소프트스타(Softstar)의 S.RPG, ‘천사의 제국2(天使帝國2)’가 바로 그랬다.

천사의 제국2는 국내 유저들에게 그렇게까지 생소한 게임은 아니었다. 이미 전작이 암암리에 PC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며 숨겨진 감초 게임이라는 것을 익히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는 미국과 일 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발된 유수의 게임들이 정식으로 발매되던 PC패키지 시장의 전성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천사의 제국 역시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 널리 알려지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유저들에게 금방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해외 게임이었고 당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원활하게(최소한 지금보다는) 얻을 수 없었던 시장의 상황에 맞물려 천사의 제국에 이라는 게임에 대한 인포메이션을 유저들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있었던 것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고루한 게임 전문지들이었는데, 그곳에서도 천사의 제국이라는 게임의 태생과 어디서, 누가 만든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저 정도도의 노출도 파격(?)이었던 시절이었다. 왠지 죄짓는 것 같아서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훗날 밝혀진 사실이지만, 천사의 제국은 저명한 PC게임메이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대만의 소프트스타(Softstar)가 개발한 게임이었는데, 게임의 콘셉트가 여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각되어 있던 게임이다 보니 일본 게임사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도(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그리고 세대의 흐름으로 인해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2D캐릭터들의 속살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이거나 파격적이라고 생각되는 콘셉트의 게임들은 막연히 일본산 게임이라고 여겼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 시리즈와 영웅전설 시리즈, 대항해시대, 삼국지 시리즈 등 당시 국내에서 일본산 PC게임 브랜드들의 훌륭함이 검증되어 널리 알려진 상태에서 천사의 제국이 일본 게임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비단 선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게임 선진국인 일본에서 만들어 진 게임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훌륭한 게임성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메인타이틀에서부터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의 갑옷(……이라고 하기에는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나 한정적인)의 쭉빵한 여성들이 등장하는 천사의 제국2라는 게임은, 당시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오해와 추측과 함께 유저들의 앞에 나타났다.

천사의 제국2가 전작의 인기와 국내 PC게임의 중흥기라는 점에 힘입어 한글화 되어 정식으로 발매되었을 때는, 어쩌면 온라인 게임이라는 아이템 덕분에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수많은 사람들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보다 더 유저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눈이 높아져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유수의 명작들의 범람으로 인해 많은 게임들을 접하게 되면서 이제는 흔한 게임으로는 쉬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마니아 유저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나 게임 좀 하고 있다’라고 하면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하는 흐름. 라이트 유저들이 마니아 화 되면서 자연스레 시장의 눈높이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게임의 소제와 아이템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게임 흐름의 핵을 쥐고 있는 콘텐츠가 좋지 않고서는 인정받을 수 없었던 시기였던 것이다.

△ 파격적인 여전사들은,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천사의 제국2라는 게임은 겉으로도, 안으로도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요인을 완벽하게 갖춘 게임이었다. 우선적으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임팩트 있는 원초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게임을 하는 여성이란 동네 뒷동산에서 산삼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찾아보기 힘든 존재였다.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인구는 남성들이었는데, 당연하게도 메인타이틀에서부터 본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아슬아슬한 차림에 여성들이 등장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천사의 제국2가 유저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었던 점은, 단순히 메인타이틀이나 비주얼에서의 육감적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그 섹시한 미녀들이 게임과 떼래야 뗄 수 없도록 부합된 설정을 갖추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천사의 제국2의 기본적인 설정은 ‘굳이 한글화가 되지 않더라도 궁금하지 않을 수준’으로 상당히 심플하고 간단하다. 여왕이 나라를 빼앗을 음모를 꾸미고 있는 한 신하에게 이세계(異世界)로 유괴되고, 주인공인 니아를 비롯한 충직한 신하들이 여왕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며 그 과정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진정한 적을 맞이해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 나간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천사의 제국2에 등장하는 나라는 여성들만 존재하는 여전사들의 나라이며,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와 함께 전장을 누빌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아슬아슬한 매력(?)을 뽐내는 여성 캐릭터들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아, 적군은 여전사 + 몬스터들이다).

아, 물론 스토리 후반부에서 왜 여왕이 유괴가 되었는지 등의 반전이 등장하고 동료가 배신을 하는 등의 다소 긴박감 넘치는 전개가 이루어지지만 사실 게임의 스토리가 대단히 훌륭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유저들의 관심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설정을 게임에 적용시켜 두고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는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원초적인 방법이라 저급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게임의 설정과 비주얼을 묘하게 씽크를 맞춰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주얼적으로 남성들의 말초적이고 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게임, 그것이 바로 천사의 제국2였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흥미’를 보낸 유저들을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PC게임의 전직 시스템의 원조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성 넘치는 전직 시스템과 코믹한 전투 신으로 유저들을 S.RPG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 게임이기도 했다.

천사의 제국2에 등장하는 여전사들은 처음에는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출발하지만, 게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전직이 가능해 최대 3차 전직까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전사, 기사, 마법사 계열로 나눠 진 직업군 중 최종 클래스는 무려 20가지. 그야말로 캐릭터들의 직업을 키우는 데 플레이어의 선택기는 무한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했던 것이다.

전직 시스템이 이렇게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데 비해 캐릭터들의 스테이터스는 상당히 간결하게 되어 있었다. 생명력과 공격력, 방어력 이외에는 다른 능력치는 아무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에는 아이템도 없었다! 적과 아군 캐릭터 모두 같은 직업에 같은 레벨이라면 공격력과 방어력 수치가 완벽하게 같다. 자연스럽게 게임의 전개와 캐릭터의 육성이 단순화되고 캐릭터별 개성이 없어질 수밖에 없어 보일 것이다.

△ 중간보스라고 할 수 있는 ‘대두’용. 상당히 귀엽다(?)

그러나 전투가 상당히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전투에서의 다양한 매력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게임의 전개는 단순화되지 않고 있었다. 각 직업군이 차지하고 있는 전투에서의 분할 파트가 상당히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직업군도, 특별히 나쁜 직업군이 나누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직업군 별 밸런스가 잘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전투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찬차만별로 달라진다. 즉, 캐릭터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군대’를 조직해 싸워 나가는 게임인 것이다.

여기에 시뮬레이션 RPG의 전투답게 지형지물에 대한 효과도 철저하게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동력이나 이동불가, 그리고 공격력 감소 등의 효과가 적용되어 있어서 전투 포메이션이나 군대의 이동 전법 등 나름 치밀하게 유저들의 전략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이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도 손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기도 했다.

이런 전략적인 ‘군대’의 전투 전개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은 코믹하고 다양한 모습을 선사하고 있는 전투 화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사의 제국2에서 전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때문에 코믹한 화면 연출이나 다양한 전투 화면의 등장은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능력을 조합해 군대로 싸워나가야 하는 전투는 천사의 제국2 특유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S.RPG계의 명작들은 대부분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파이어앰블렘이나 택틱스 시리즈, 하다못해 나름 난이도가 쉬운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페다까지도 전투에서 캐릭터가 사망하면 다시는 그 캐릭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중간 세이브가 되지 않는 나름대로의 코어함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천사의 제국2는 죽는다고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나마 난이도가 어려워 클리어를 할 수 없다면 F4를 눌러 경험치를 얻은 상태에서 그 판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 꼼수(?)를 게임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굉장히 부담 없는, 라이트한 게임이었던 셈이다.

아이템을 얻기 위해 대륙횡단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고, 생고생을 하며 얻은 최강의 무기가 부서질까 두려워 한 번 쓰는 데 오금을 저릴 필요도 없었다. 부담 없이 즐기면서도 나름대로의 전략을 짜며 군대를 지휘하는, 섹시한 여성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사전 그대로의 ‘즐거운’ 게임이었던 것이다.

△ 죽어서도 복수를 위해 일어난 무서운 적군, 하지만 별로 어렵지 않다!

천사의 제국2는 황당한 개그로 유저들의 헛웃음을 만들어 내는 추억을 남긴 게임이기도 했다. 최종보스인 피나위기를 쓰러뜨리고 나면 엔딩이 등장하고 에필로그가 나오는데, 그 뒤에 갑자기 또 다른 전투가 시작된다. 맵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가득히 등장하고 주인공 니아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적들은 게임 상에서 니아에게 죽임을 당했던 적군들. 죽어서 복수를 하기 위해 묘지에서 일어나 싸우러 왔다는 설정인 것이었다.

물론 적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마지막까지도 유저들에게 공허함과 황당함,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는 제작진의 허탈한 센스가 아닐 수 없었다. 이 황당한 전투를 마지막으로 천사의 제국2는 막을 내린다. 단순하면서도 또 무작정 단순하다고 할 수 없는, 쉽다고 하면서도 또 무작정 쉽다고는 할 수 없는, 그리고 그 ‘중도의 미’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천사의 제국2가 그 옛날 유저들에게 선사한 재미라고 할 수 있었다.

PS. 천사의 제국2 스크린샷은 인터넷 검색으로 찾다 보니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