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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마계촌

작성자 :	등록일 : 2010-12-17 오후 5:03:14

옛날을 추억하는 것은 인간으로써 당연히 하게 되는 일이다. 현재와 미래에 과거를 곱씹고 추억하면서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자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아련했던 추억. 눈을 감으면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듰하게 펼쳐지는 그 기억은 너무나 달콤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게이머들에게도 과거의 추억이란 기분 좋게 존재하고 있다. 지금은 체험할 수 없는 그 재미와 조금은 투박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없어 참으로 아쉬운 그 환경을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옛날의 즐거움을 다시 체험할 수 없는 아쉬움,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벗들과 함께 기억 속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즐거움, 그 재미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 추억 속의 게임이란 그렇게 많은 감정들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런 게이머들의 추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추억의 게임’이라는 것에는 한 가지 공통된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빼곡하게 들어 찬 전자기기가 가득했던, 그리고 그 전자기기의 숫자만큼 정확하게 재미가 비례했던 그곳. ‘오락실’, ‘컴퓨터 게임방’이라고 불렸던 그곳. 바로 과거의 아케이드 게임장이다.

△ 이번 지스타 2010에서 공개된, 마계촌의 IP를 온라인으로 컨버전한 마계촌 온라인. 추억 속의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게임’과 ‘추억’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아케이드 게임장은 아련해진 옛 기억이 되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대전액션들을 비롯해 아케이드 게임장 하면 빠질 수 없는 횡스크롤 액션, 종스크롤 슈팅, 체감형 리듬액션, 레이싱 게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유저들을 유혹하는 현장은 학창 시절 가도 가도 질리지 않는 장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기억이 남나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었다. 물론, 태생적으로 대전액션은 잘 하지 못해 게임을 가까이 하지 못했으며 비루한 동체시력 덕분에 빼곡한 포탄이 날아오는 슈팅 게임이나 체감형 리듬액션 게임들을 잘 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이렇게 본인처럼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조작이 간단하고 진행이 간편한 탓에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포괄적으로 캐주얼한 사랑을 받는 게임이었지만, 난이도는 전혀 캐주얼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많은 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이렇게 어려운 게임을 어떻게 하나’라며 한탄을 하게 만들었던 게임이 있었다.

바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악마와도 같았던’난이도를 자랑한 게임. 바로 캡콤의 ‘마계촌(魔界村)’이 그것이었다.

80년대 중후반은 아케이드 게임장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그야말로 ‘흥하는 사업’으로 주목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 전성기는 90년대 들어서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전부터 동네 여기저기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아케이드 게임장들의 숫자는 8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부작용으로 그 음침함과 ‘아무나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이라는 분위기도 함께 조성되었지만 말이다.

스트리트 파이터2 등으로 아케이드 게임장이 본격적인 붐업을 하기 이전의 시절에 게임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던 게임들은 대부분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나 간단한 슈팅 게임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전액션 게임이 꽃을 피우기 전에는 역시 스크롤 액션 게임들이 아케이드 게임장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왠지 두려운 듯한 모습의 게임화면. 하지만 본 게임은 절대 그렇지 않다.

태생적으로, 아케이드 게임장에 존재하고 있는 스크롤 액션 게임들의 경우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갖춰야만 했다. 유저들에게 적절한 재미를 주면서 중독성을 주면서도, 적절한 난이도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수명을 깎아 시간에 비례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 상업적인 책임(?)도 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무식한 수준의’난이도를 갖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1986년 국내에 등장한 캡콤의 마계촌은, ‘덮어놓고 무식한 수준의 난이도’를 갖춘 게임이었다. 액션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며 아케이드 게임장을 메우고 있던 시절,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던 셈이다.

마계촌은 그 이름대로 주인공이 마물이 득실거리는 마을, 즉 마계촌을 여행하는 것을 게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마물들이 등장하고 귀신, 악마들이 등장하는 곳을 일컫는 말이 게임의 제목인데 으스스하고 호러스러움이 게임 내용에 스며들어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물론, 마계촌은 처음 시작부터 으스스함을 선사해 주고 있다. 검은 배경에 파란색과 빨간색이 함께 어우러진, 피가 물든 듯한 느낌의 로고, 그리고 ‘계’자에 악마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한 형상의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박쥐가 날아다니는 모습이라니!

△ 묘지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프린세스 프린프린와 아더. 근데 왜 아더는 훌떡 벗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본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호러스러움은 곧 코믹함과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계촌은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라든가 아케이드 게임들과는 달리 오프닝이라는 것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었는데, 그 오프닝이란 한 공주가 마왕에게 잡혀가고 뒤늦게 공주를 구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 온 기사가 그 뒤를 쫓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마왕이나 공주, 기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기 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벌거벗고 공주와 함께 노닥거리고 있는 기사나(왜 굳이 묘지에서 벌거벗고 있어야 했던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주를 납치해 가며 공포심을 줘야 하는 마왕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공포심 따위는 저 멀리 내던지게 하고 코믹스러움만을 강조하는 그것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이 코믹스럽고도 간단한 전개가 아더왕의 전설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마계촌의 스토리 전개는 매우 간단하다. 공주와 기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마왕이 그것을 시샘해 공주를 납치해 기사가 공주를 구하고 사랑을 구하기 위해 마계촌으로 길을 떠난다는 것이 마계촌의 대략적인 줄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등장하는 기사는 바로 아더왕이고, 공주는 프린세스 프린프린라는 것이 설정이다(물론, 게임 상에서 아더와 프린세스 프린프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물론, 마왕은 아더왕의 전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순한 괴물에 불과하지만, 웅장한 판타지 전설의 영웅을 모티브로 한 게임이 이렇게 코믹하게 그려졌다는 것은 유저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코믹한 전개를 갖춘 마계촌이지만, 횡스크롤 액션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난이도를 갖춘 게임으로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클리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게임이 바로 마계촌이었던 것이다.

△ 갑옷이 벗겨진 뒤에 공격을 받으면 황천길이다. 아슬아슬한 스릴이 재미의 원천이랄까!

마계촌은 점프와 무기 사용, 그리고 방향 조작키만으로 아더를 조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다. 점프와 수그리기 이외에는 아무런 특수 조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이것만으로 적들의 공격을 피해야만 한다.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항아리를 든 적을 쓰러뜨렸을 때다. 이때에는 기본 무기인 랜서를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이것과 실질적인 HP라고 할 수 있는 갑옷 획득 이외에는 아더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런 조건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터. 마계촌이 ‘개똥같이 어렵다’라는 평가를 유저들에게 들었던 이유는, 바로 마계촌에서 등장하는 적, 마물들의 등장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 이번 판에는 박쥐가 아래에서 위로 등장했지만, 같은 스테이지라고 하더라도 다음에 할 때는 박쥐가 직선이나 아래에서 위로 등장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등장패턴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은 마계촌을 가장 어려운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수조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점프와 수그리기, 전진 후진만으로만 이런 역경을 견뎌내야 하니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열악한 플레이어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아더의 HP가 ‘2’라는 것에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아더는 갑옷을 입고 길을 떠난다. 그런데 공격을 한 번 받으면 아더의 갑옷이 벗겨지면서 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변경이 되고, 여기서 한 번 더 공격을 받으면 해골로 변해 사망을 한다. 단 두 번의 기회를 잘 살려서(물론 중간에 갑옷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지만) 스테이지 7까지 진행, 마왕을 사냥하고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공격당하면 죽는다’라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의 게임 진행은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난이도의 상승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더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언밸런스한 매력을 선사했다.

이런 엄청난 난이도에 쐐기를 하나 박는 ‘이벤트’가 있었으니. 바로 마계촌은 한 번 클리어 해서는 엔딩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총 6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마왕과 맞닥뜨릴 수가 있는데, 문제는 처음 처치하게 되는 마왕의 존재는 가짜라는 것이 게임의 ‘말도 안돼!’라는 말을 자아내게 하는 설정이다. 스테이지 하나 클리어 하는데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왔는데, 막상 엔딩을 볼 준비를 하다 뒤통수를 맞는 격이 아닌가! 엔딩을 보기 위해서 유저는 마계촌을 다시 처음부터 클리어를 해야만 했으니. 참으로 육두문자를 내게 만드는 난이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고생과 고난 끝에 한 번 더 클리어를 하고 마왕 곤디아스를 처치하게 되면(물론, 이 녀석도 굉장히 어렵다) 드디어 엔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엔딩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무하기 그지없는 것인데……프린세스 프린프린와 아더가 서로 우물쭈물 하다 키스를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마계촌의 엔딩이다. 속에서 절로 ‘이걸 보기 위해서 그 고생을 사서 했단 말인가!’라는 불같은 외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추에이션인 셈이다. 물론 뭔가 대단한 엔딩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분노와 허탈감이 찾아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이런 허접한 엔딩을 보기 위해 그렇게 고생을 해야만 했다니……!!

그렇게나 어려웠고 그렇게나 시답지 않은 엔딩을 자랑했던 마계촌이지만, 팔짝팔짝 익살스러운 점프를 하면서 마물들과 싸워 나가는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마계촌이 상당한 재미를 갖춘 게임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마계촌은 단조로운 조작과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지만, 그것이 스릴 넘치는 게임 전개와 몬스터들의 랜덤 등장과 패턴 변경으로 인해 할때마다 달라지는 게임 전개로 충실히 유저들에게 게임의 재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들은 게임 특유의 익살스러운 호러스러움과 맞물려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마계촌의 설정에 따르면,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40대 중년으로 보이는 아더의 나이는 28세이며, 프린세스 프린프린의 나이는 19세라는 사실이었다. 무려 9살의 나이차이. 그리고 묘지에서 옷을 벗고 데이트를 하다 사탄인 마왕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아더. 왠지, 이런 정겹고 구수하게 느껴지는 마계촌이 온라인으로 개발되어 국내에 등장한다니, 그 모습에 은근한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