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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 프린세스 메이커2

작성자 :	등록일 : 2010-03-25 오후 9:30:21

아직은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미취학 아동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특히 딸을 키우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세상에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구경했던 사건들이 바로 우리의 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자식, 그리고 딸 키우기 무서운 세상이란 말인가.

이런 무서운 세상이 아니더라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들, 딸이지만 자식을 키우는 것은 가뜩이나, 정말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어느 정도 성장한 본인도 부모님들의 가슴을 시커멓게 태우는 일이 매우 잦았었는데, 본인과 똑같은 자식이 본인의 슬하에 태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한 느낌이 든 바 있었다(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을 키우시는 부모님들의 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나 같은 자식을 키운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상상을 해 보면 된다고 한다. 한번들 상상을 해 보자. 본인의 경우, ‘이런 나도 키워 주셨으니 이 얼마나 무한한 부모님의 사랑인가’라는 결론에 도달했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에게 너무 과도한 것을 바라고 강압적으로 대한다면 훗날 삐뚤어져 나갈까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온화하게만 대하면 말을 듣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커져만 간다. 교육, 인성, 건강……무엇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은 내 자식이지만, 신세대의 취향과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알기 힘든 ‘구닥다리’부모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자식 키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는 것이 어찌 고난과 역경만 있으랴. 그에 못지않은 행복과 기쁨, 환희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부부가 사랑했다는 증거, 세상에 살았다는 유일한 증명. ‘부모가 된다는 기쁨’은 그야말로 인간의 말로써 형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것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미혼일뿐더러 아이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본인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당연히 아주 당연한 이론을 어쭙잖게 주절거린 것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육아에 아무런 경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친다면-비록 게임이기는 하지만-게임을 통해서 육아를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해 육아의 즐거움과 딸의 사랑스러움이 어떤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줬던 그 게임.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널리 이롭게 한(?) 그 게임. 그리고 육성 시뮬레이션 역사상 최고, 시리즈 최고의 역작이라 불렸던 그 게임은 바로 ‘프린세스 메이커2’다.

‘에반게리온’시리즈, 그리고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등으로 국내 유저들에게도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게임 제작 회사인 가이낙스가 1991년 5월 24일 PC 9801버전으로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타이들의 게임을 발매했을 때만 하더라도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에 대한 정의는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다. 주로 스포츠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선수의 능력치를 키워나가는 육성 시스템이나, RPG에서 등장 캐릭터들의 레벨을 올리고 능력치를 관리하는 육성 시스템은 익히 접해 본 것이 사실이었지만 자신이 부모가 되어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고 키우는 육아의 관점에서 접근한 게임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도 프린세스 메이커의 존재는 새로운 개념에서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훗날 다마고치 등 열풍을 일으킨 애완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한 모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프린세스 메이커의 존재였던 것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프린세스 메이커는 게임 역사에서 그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게임이기도 했다.

‘가상현실에서의 딸을 키운다’라는 콘셉트가 아무리 참신하고 주목받는 기획이라고 할지라도 게임의 재미가 동반되지 않아 히트를 하지 못한다면 ‘공상’에 그치는 것이 사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유저들에게 그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만큼이나 충실한 재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게임이 되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전국적으로 미혼의 아버지가 급증'이라고 보도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 감독 및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한 아카이 다카미(赤井孝美, 가이낙스의 창립 멤버로 가이낙스의 각종 인기 캐릭터 디자인과 원안, 감수로 참여했다)의 원안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소녀를 게임에 이용하는 동 종류의 게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등 기념비적인 게임이 되기도 했다.

국내보다 깊은 유수의 게임 역사를 지닌 일본 현지에서도 ‘보기 드문 획기적 기획을 접목시킨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국내에서도 정식발미 후 유저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신선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물론 당시 보기 드문 18금스러운 설정이 있었던 만큼 그에 대한 호기심적인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러나 국내에서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은 시기는 단연 후속작인 프린세스 메이커2가 발매가 된(국내 정식발매는 1994년) 1993년이라고 할 수 있다(현지의 발매일은 1993년 6월 15일).

사실 프린세스 메이커2가 발매되기 전까지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은 분명 흥미롭고 색다른 게임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히 접근해 플레이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있는 게임으로 국내 유저들에게는 인식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시기적으로 RPG라는 장르조차 어떤 재미를 갖추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던 ‘순진한 라이트 유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RPG조차도 생경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국내의 상황에서 일본 게임업계에서도 ‘참신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던 프린세스 메이커가 곧바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국내에서 프린세스 메이커가 발매되었을 때 주목을 받고 유저들의 호평도 있기는 했지만 다소 산발적인 것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또 유명세를 탔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린세스 메이커2가 1994년 국내에 정식 발매되고 난 뒤에야 그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전작까지도 인기를 얻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때문에 여전히 국내 유저들은 물론 게임 전문가들에게서도 그 발매 시기와 유행을 탄 시점이 굉장히 애매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후 프린세스 메이커2와의 합본판과 프린세스 메이커2에 열광한 유저들이 전작까지도 구입해 플레이를 하는 일들이 다수 발생해 전작과 후속작이 동 시대에 함께 인기를 얻는 게임이 되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프린세스 메이커2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인데, 1994년 국내 발매 당시는 국내산과 해외산을 가리지 않고 명작 RPG들이 너나할 것 없이 국내에 소개가 되어 붐을 일으키고 있던 격동의 시기였다. RPG 붐이라는 바람을 타고 인기 몰이를 했던 이스2,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 엄청난 게임들이 등장했던 시기와 프린세스 메이커2가 발매된 시기가 겹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국내 PC패키지 게임 시장의 전성기를 열어젖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국내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유수의 명작 RPG들이 다수 쏟아져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경쟁작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시장에서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그리고 전작의 네임벨류를 등에 업지 못한 상황에서도-프린세스 메이커2는 그 게임성과 참신함, 그리고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써 갖춰야 하는 모든 소양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며 생소한 장르였던 게임을 일약 메가 히트 게임으로 발돋움 시키며 국내 미소녀 게임 역사에 획을 긋는 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프린세스 메이커2의 전작인 프린세스 메이커의 그래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일으키게 하는 그것을 갖추고 있었다. 동시대에 등장했던 게임들이 대부분 320x20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프린세스 메이커는 640x480의 고해상도를 갖추고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이런 고해상도로 상당히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감이 게임 상에서 구현되어 많은 유저들의 눈을 매료시켰었다. 중세 유럽풍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마족과의 전쟁으로 고아가 된 소녀를 수양딸로 키워가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미려하면서도 중세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따스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충실히 살려내고 있었다.

후속작인 프린세스 메이커2에서도 이런 훌륭한 그래픽 퀄리티는 변함없이 훌륭했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영웅이 된 플레이어가 수호신으로부터 내려 받은 천계의 순수한 소녀를 딸로 키워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판타지풍의 세계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몽환적이면서도 판타지의 세계관에 어울리는 배경을 주로 선보이고 있었다. 섬세한 색감과 질감, 그리고 당시의 2D그래픽으로는 굉장히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그래픽으로 구현해 내면서 유저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프린세스 메이커2의 그래픽은 ‘감탄할 만한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경악을 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고해상도였음에도 불구하고 16비트 512컬러나 8비트 256컬러로 만들어 지지 않은, 단순한 ‘16컬러’로만 구현된 비주얼이라는 점에서 그 대단함을 설명할 수 있다. 전작보다 월등히 발전된 그래픽과 질감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16컬러로써 만들어 냈다는 점이 제작사인 가이낙스의 도트 그래픽 활용에 대한 응집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거의 모든 부분을 도트 노가다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질감을 선보였기 때문에 도저히 16컬러로 구현되었다고는 믿겨지지 않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비록 기술력의 발전으로 구현된 멋진 그래픽이 아닌, 그래픽 노가다의 진수로 빚어 진 비주얼이기는 하지만(시뮬레이션인 만큼 운동성에 대한 표현력이 그리 필요치 않은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찌 보면 16컬러 그래픽 기반의 최고 퀄리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16컬러 기반으로는 도저히 구현 불가능한 그래픽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동시대에 등장했던 게임들보다 월등히 훌륭한 그래픽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 훌륭함은 극찬을 받아도 될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프린세스 메이커2의 시작은, 떠돌이 용사인 아버지(플레이어)가 한 왕국을 마왕의 손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딸이 될 아이의 생일을 결정하게 되는데, 생일이 언제인가에 따라 수호성이 바뀌고 수호성은 자식이 없는 플레이어에게 태어난 뒤 성스러운 빛 속에서 자라나 세상의 더러움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를 맡기게 된다. 하늘이 내려 주신 성스럽고 깨끗한 영혼의 여아를 맡아 키우게 되는 것이 프린세스 메이커2의 게임 목적인 것이다.

전작이었던 프린세스 메이커도 그랬지만, 프린세스 메이커2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딸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의도한 성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빠의 노력, 시뮬레이션의 몰입도와 재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딸의 디폴트 이름은 올리브 오일(전작은 마리아 린드버그). 당연히 플레이어인 아빠의 이름과 딸의 이름을 임의대로 설정이 가능하다.

특히 전작에서의 특유의 재미를 대폭 강화하고 새로운 요소의 추가와 편리성이 특화되면서 유저들을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지게 했다. 플레이어는 딸의 성장을 하루하루의 스케줄을 지정해 주는 것으로 이끌게 되는데, 아르바이트, 교육, 바캉스 등의 다양한 스케줄과 더불어 판타지 세계관을 접목시킨 게임답게 무사수행이라는 RPG적인 요소도 함께 첨가해 악마, 드래곤, 마왕 등을 물리쳐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적들을 물리치면 악마의 드레스나 마신의 검 등 색다른 아이템들을 획득해 딸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사수행 뿐만 아니라 10일 간격으로 스케줄을 정해 가정, 마법, 학교, 사교, 무술 분야에서 딸을 육성시키고 성 내에서 인맥관계를 형성해 딸을 육성시킬 수 있는데, 종합적인 능력치를 고려해 딸을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능력치만 특화시켜 육성하는 것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빠의 육성 방향’에 따라 딸의 성장이 달라진다. 물론, 게임 내내 집안일만 시켜도 딸은 성장하고 그에 따른 엔딩이 등장하며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고 놀러만 다녀도 엔딩은 등장한다. ‘올바른 성장을 이끌지 않으면 딸은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익히 알고 싶다면 이런 나태한 플레이를 해도 무방하다. 딸의 능력치와 스케줄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내용. 그야말로 엄청난 경우의 수를 담고 있는 게임인 만큼 유저들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게임은 스토리 라인이 정해져 있는 흐름대로 간다기보다 마치 리얼타입과도 같은 흐름으로 전개가 된다. 딸이 몇 살에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등장하는 이벤트가 천차만별로 나눠진다.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려 매력이 하늘을 찌르게 되면 온갖 정혼자들이 등장해 돈을 놓고 가 쏠쏠한 돈벌이(?)가 되며(하지만 사교계에서 오는 남자들이라고는 돈 많은 늙은이들 뿐) 서부에서 쓰러뜨린 드래곤이 찾아와 청혼을 하는 이벤트도 발생하기도 한다. 동부에서 엘프와 인연을 맺고 마법을 배우거나, 마왕과의 술자리 이벤트로 연을 맺어 훗날 마왕의 신부가 되어 악인이 되는(베드엔딩이지만) 루트 또한 진행이 가능하다. 물론, 딸 자신이 마왕이 되는 육성방법도 있다.

어디 이 뿐이랴. 1년에 한번 씩 있는 추수제 때에는 성에서 무투전, 요리대회, 댄스대회, 예술제 등 4개의 대회가 펼쳐지는데 이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게 되면 딸이 14세 때에 라이벌이 등장한다. 당연히 그 라이벌과의 결전은 물론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이벤트가 등장해 게임의 목적성을 더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라이벌들은 대부분 굉장히 짜증나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이기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승부욕이 항상 자극되기도 했다. 추수제 대회 역시 성장의 일환이고, 게임의 궁극의 목적인 공주가 되기 위한 발판(왕자와의 결혼)이 되는 루트이므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이처럼 프린세스 메이커2의 이벤트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다양한 숫자를 자랑했고, 또 그 시기와 방법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딸의 육성기에 대한 재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의 경우아 수가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았으므로 한 번의 플레이에 모두 본다는 것은 무리. 때문에 어느 정도 플레이 구력이 되는 유저들은 게임 내에 있는 모든 이벤트를 보기 위한 도전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숫자의 이벤트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설정과 흥부놀부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유치하고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도 딸을 키우는 재미가 있었던 프린세스 메이커2였지만(사실 이 정도 되면 스토리 따위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의 정수는 바로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멀티엔딩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딸이 훌륭하게 성장해 어떤 미래를 맞이하는가에 대한 여부는 딸의 육아를 책임지는 아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터. 프린세스 메이커2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딸이 성장했는가에 따라 엄청난 숫자의 엔딩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로 하여금 반복되는 플레이에 질리지 않고 계속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었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와 굿 엔딩은 왕자비가 되는 것, 즉 왕자와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2에서의 딸의 직업과 결혼은 별개이기 때문에 딸이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왕자와 결혼을 할 수 있는데(물론 악인, 마왕의 아내 등 베드엔딩 루트는 예외) 전반적인 능력치가 어느 정도 높고 1월 31일 1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청년무관(왕자다)과의 만남을 지속한다면 왕자가 와서 청혼을 하는 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왕자와 결혼을 하지 않고 딸이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갈고닦는 엔딩도 임의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반면, 왕자비가 되기 위해 여러모로 높은 능력치를 달성해 왕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다가 갑작스럽게 딸이 여왕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여왕의 경우 딸의 능력치가 비정상적으로 굉장히 높게 되면 생기는 엔딩 이벤트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떻게 딸의 인생과 스케줄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같은 높은 능력치의 딸의 엔딩 조건이더라도 달라지는 것이 프린세스 메이커2의 대단원인 것이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인생과 다를 바 없는 부분이다.

좋은 엔딩도 있는 반면 좋지 않은 엔딩도 얼마든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딸이 다양한 분야에서 악행을 휘둘러 악인이 된 채로 엔딩을 맞이하게 되면 마왕이 될 수도 있으며, 마왕에게 시집을 가거나 떠돌이 용병이 되거나 현상금 사냥꾼, 사기꾼, 퇴폐업소 주인, 창녀, 이혼녀, 떠돌이 마술사 등 우울한 엔딩도 수두룩하다.

대부분 첫 번째 플레이를 해서 무난하게 딸을 육성시킬 경우에는 노멀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농부의 아내나 나뭇꾼, 문학가, 무기상의 맏며느리, 왕국 정규 마법사, 일반수녀 등이 된다. 하지만 굿엔딩과 엑셀런트 엔딩의 경우 기사나 영웅이나 여왕, 왕자비 등의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딸로 육성하기 위한 아빠들의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린세스 메이커2가 단연 화제를 뿌렸던 엔딩은 역시 플레이어인 아빠와 결혼을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특유의 전통적인 ‘조금은 18금 스러운 퇴폐적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실제로 18금 스러운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반엔 플레이어의 나이를 10세로 설정하고(말하자며 딸과 같은 나이……) 딸과 대화를 매달 나누며 딸이 아프거나 할 때에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옆에서 직접 간호를 하고(그래서 아빠와의 결혼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은 딸을 일부러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우호관계를 계속해서 높게 설정하면 아빠에게 청혼을 하는 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당시에는 성인 비디오나 야한 잡지 등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각박했던 시절(?).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설정은 한창 혈기가 왕성하고 호기심이 충만한 청소년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남자라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엔딩’으로 불리며 게임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기도 했다.

필자가 프린세스 메이커2를 처음 접했던 이유는 재미보다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창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던 시기였고, 또 딸을 키우는 색다른 게임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의상 파일을 삭제해 딸의 누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저 유명한 'dd.idx'파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등 그 때 나이의 남자들이 할 만한 짓도 했었던 조금은 지저분한 추억(?)도 있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정말로 본인이 아빠가 되어 순수한 맑은 영혼의 딸을 육성하는 재미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줄 몰랐던 추억이 대부분이다(……진심이다).

프린세스 메이커2의 진정한 마력은 역시 시뮬레이션으로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하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과, 한 번 더 하면 딸을 예쁘고 아름답게 키울 수 있다는 플레이어의 도전정신이 빚어 낸 ‘재반복 플레이’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면 할수록 더욱 능숙하게 딸을 키우면서도 새롭게 등장하는 이벤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다르게 딸을 육성해 엔딩을 맞이하는 대목에서 유저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말하자면, 현실에서 딸이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고 아빠가 된 입장에서 ‘아, 이것이 행복인가’라고 느끼는 감정을 가상현실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엄청난 비약이지만, 그래도 당시 청소년 유저들에게 있어서 딸을 키운다는 것에 대한 환상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다.

프린세스 메이커2가 국내 유저들에게 육성 시뮬레이션 역사상 최고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워낙에 대단한 명작이 당시 패키지 게임 붐이 일었던 시대와 맞물려 등장해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다른 게임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성에서의 고동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후속작인 프린세스 메이커3가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과 2보다 더 많은 것들이 추가된 3에서는 밸런스의 붕괴 등으로 유저들에게 많은 악평을 받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린세스 메이커2 만한 명작은 다시없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굳어지게 된 것이었다. 어쩌면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최고의 명작을 당시 자연스럽게 플레이하게 된 국내 유저들은 행운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태에서 딸을 키운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만큼 섬세하고 유약한 딸들을 올바르고 건강하게 선도해 나가는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고 하겠다. 세상은 더욱 무서워지고 각박해지며 황폐해지고, 우리의 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과도 같은 황무지에서 피어오르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의 찬란함과 같이, 그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위해 준비를 하는 아름다운 영혼들을 이끄는 것은 이 시대의 아빠들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적, 뭣도 모르고 가상현실의 딸을 공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리고 그 노력의 보상인지 무엇인지 모를 알 수 없는 기쁨에 환희했던 그 청소년들은 어느새 딸을 가진 아빠들이 될 만한 나이가 되었다. 어렸을 적 그 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진짜 딸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혹은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은), 프린세스 메이커2를 하면서 느꼈던 유쾌한 추억이 돠살아 오르기 때문이라고 얘기해도 무방할 게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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