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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디아블로2

작성자 :	등록일 : 2010-11-26 오후 4:57:27

‘악마를 보았다’라는, 신작 영화에서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자와 그 살인자에 여자친구를 희생당한 주인공의 잔인극악무도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자극적인 영화 제목에서 보이듯 영화의 내용과 영상은 매우 자극적이고 하드코어한 수준이다.

물론 영화는 악마라는 것은 인간 내면의 사악한 것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겠으나, 많은 이들은 ‘악마’라는 단어에 한 번쯤은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될 것이다.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인자의 머리통을 망치로 두들기는 주인공의 눈빛과 표정.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면서 무언가 쾌감을 느끼는 듯한 살인자의 표정은 정말로 인간이 아니라, 악마가 실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하게 만든다.

그렇다. 언제나 항상, ‘악마’라는 존재는 사람을 섬찍하게 만들면서도 흥미를 유발시키게 만드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절대 악의 존재. 그러나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마음. 그리고 ‘그런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드는 존재. 그것이 바로 ‘악마’라는 느낌이다.

△ 믿어지는가? 이 게임이 벌써 10주년이라니!

그래서 그런지 악마라는 존재가 등장하거나, 혹은 언급되는 이야기나 영상물 등은 항상 자극적이거나 사람으로 하여금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긴. 앞서 언급한 ‘악마를 보앗다’의 사례와 같이 강렬하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엮어져 있을 테니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랄까.

그런 이유에서인지 악마라는 소재, 그리고 지옥이라는 소재는 너무나 친숙할 정도로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더욱이, 절대악이라고 결정되어 있는 악마라는 존재를 분쇄하거나 혹은 그거대한 음모를 부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쾌한 쾌감이자 또 스펙터클한 대서사시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된다. 세상을 해하려 하는 악마를 없애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것! 게임에서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소재 중에서는 아마 최고가 아닐까.

악마, 지옥, 그로 인한 인간계의 혼란. 검과 마법이 살아 숨 쉬는 세계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그릴 수 없다고 평가를 받았던 게임 시리즈가 있다. 단 두 편이 나왔을 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은 ‘악마’의 게임. 오늘 추억해 볼 게임인 바로 ‘디아블로2(Diablo II)’다.

빌 로퍼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콘도르(Condor) 스튜디오는 게임 코딩에 관련한 외주제작으로 살림살이를 꾸려가던 캐나다 소재의 영세 업체였다. 당시 이 회사의 대표는 게임 프로그래머이자 데이빗 브레빅이었다. 콘도르는 자신들이 개발할 첫 번째 게임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자금 사정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블리자드에 재직하고 있던 친구에게 워크래프트를 하나 받으려고 한 전화가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데이빗이 전화한 친구는 바로 블리자드의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알렌 애드햄 회장이었다.

7명의 악마의 이름을 딴 ‘디아블로’라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현재 자금 사정 때문에 개발이 중지되어 있다는 데이빗의 하소연을 들은 알렌은 “액션요소를 강조한 리얼타임 롤플레잉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 블리자드에서 개발비를 대고 추진해 볼 의향을 전달했다. 당시의 디아블로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전략적인 요소가 다분히 들어간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형식의 게임으로 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었기 데이빗은 그의 이야기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좋은 콘셉트의 게임(디아블로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당시에도 분위기였다)을 버릴 수 없었던 그들은 알렌의 말대로 게임 프로그래밍을 바꿔 보기로 결심했다. 빌 로퍼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을 바꾼 것이 블리자드의 눈에 들어 게임 발매를 제의받고, 블리자드는 콘도르 스튜디오를 그대로 인수해 블리자드 노쓰(Blizzard North)라는 이름의 산하 스튜디오를 차리고 디아블로의 개발을 일임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바로 1997년의 PC 던전 RPG게임, 디아블로였다.

△ 음습한 궁전에서의 악마들과의 혈전, 디아블로는 그렇게 공포를 선사했다.

당시의 RPG와는 정 반대의 단순무식하면서 플레이어와의 경쟁만을 유도하는 이 게임은 그러나 화끈함과 뛰어난 그래픽으로 전미는 물론 전 세계를 잠식해 나갔고, 모든 장점이 배틀넷이라는, PC게임 역사상 최초로 시행된 온라인화로 이어짐에 따라 디아블로를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었다. 강한 캐릭터를 만들고 화려한 액션성에 혈안이 되어 있던 유저들에게는 배틀넷에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 ‘누가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룰 수 있는 PK가 있었다는 것은 유저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디아블로의 배틀넷 성공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게임들이 바로 워크래프트2와 스타크래프트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대한 문제점을 블리자드가 확실히 찾아내게 되면서 후속작에 대한 퀄리티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디아블로의 멀티플레이 정보는 서버가 아니라 각 유저의 컴퓨터에 저장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유저들은 이 사실을 알고 해커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이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자신의 캐릭터를 최강으로 만들고 배틀넷의 세계를 휘젓고 다녀 밸런스 붕괴의 심각성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블리자드는 유저의 멀티플레이 정보를 각 유저의 컴퓨터에 내장시키는 방법을 버리고 수정을 가하게 되었다.

‘~크래프트’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만한 게임 브랜드를 만들어 낸 저력의 블리자드는 당연하게도 디아블로의 후속작을 기획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 디아블로 자체의 인기의 효력이 떨어지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인기를 확실하게 우려먹을 수 있는 최고의 상술인 ‘확장팩 발매’가 바로 그것이었다.

개발진이 회사의 요청에 의해 확장팩을 기획하던 개발진. 그런데 여기서 개발진의 기획 의도를 확 틀어버리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블리자드 본사가 블리자드노쓰에게 디아블로1의 확장팩의 판권을 시에라 온라인으로 넘겼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 버린 것이다. 당시 개발 자금이 넉넉하지 못했던 블리자드는 여러 곳에서 자금줄을 만들고 있었고 디아블로1의 확장팩 판권의 판매 또한 그런 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연히 개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할 조건-판권사인 시에라 온라인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므로- 때문에 블리자드노쓰의 개발진들은 모두 강력히 반발했지만, 이미 성사된 계약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디아블로~ 헬파이어’라는 이름의 확장팩을 개발하게 된다(물론, 판권이 넘어가면서 확장팩의 개발 또한 시에라 온라인에서 하게 됐지만).

△ 시간에 맞춰 이 확장팩을 사러 가기 위해 회사 눈치를 얼마나 봤던가!

원래 이 확장팩에는 디아블로2의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는 후속작의 전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개발진은 1과 확장팩에서 디아블로의 확실한 죽음을 확실히 1에서 매듭짓고 메피스토나 바알 등 디아블로의 형제들이 등장하는 것을 디아블로2에 등장, 그리고 나머지 이즈모던 등 7대 악마들의 등장을 2의 확장팩에서 다룰 예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발진의 의사를 무시한 회사의 처사(정확히는 모회사 비벤디)에 결국 확장팩의 내용은 그저 그런 내용이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97년 시에라에서 만든 디아블로1의 확장팩인 헬파이어는 ‘대체 이 게임이 왜 확장팩인가’라고 할 정도로 졸작으로 등장했다. 베틀넷을 지원하지도 않고 괴상망측한 두 명의 캐릭터가 추가된 이 게임은 디아블로 유저들조차 확장팩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의 게임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블리자드노쓰는 후속작이 될 디아블로2의 개발 노선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디아블로2에서 부활한 디아블로의 완벽한 죽음에 대해 다루고, 2의 확장팩에서 디아블로의 큰형인 바알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로 수정을 한 것. 만약 노선을 바꾸지 않았다면 디아블로3는 바알과 메피스토의 등장을 다룬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고를 겪은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2000년에 등장한 디아블로2의 모습은 ‘최고’의 모습이었다.

디아블로2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유저들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싱글플레이는 물론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무료 배틀넷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었다. 디아블로2의 전성기동안 배틀넷 서버는 계속해서 렐름다운에 시달렸고 게임 도중 튕겨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사람들은 그에 개의치 않고 어떻게든 게임에 접속하여 게임을 즐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물론, 필자도 계속된 렐름다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액션RPG 게임 중에서도 그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이후 발매된 여러 액션RPG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이 시스템을 모방하거나 계승하는 게임들은 작금에 이르러서도 굉장히 많지만 게임 평론가들이나 플레이어들에게 디아블로2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전무하다. MMORPG처럼 멀티 플레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지만 정액 시스템이나 아이템 판매 시스템 등 추가적인 상업적인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것도 게임의 인기를 오랫동안 이끄는 이유가 되었다.

△ 내 캐릭터를 최강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연구를 거듭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에서 계속해서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패치를 끊지 않았다. 마치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계속된 안정적인 패치는 150여개에 이르는 캐릭터들의 스킬 밸런스 조절과 디아블로1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아이템의 방대한 양, 그리고 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물고 물리는 캐릭터들과 그에 따른 PK의 재미는 유저들을 게임에서 떠나게 하지 못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버그의 개선, 새로운 시스템의 추가 등을 하는 패치는 자주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운 패치마다 게임의 밸런스가 크게 바뀌고, 지금까지 최강으로 여겨진 직업이 패치를 통해 최약체로 변해 패치 때마다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확립해 나가는 것도 게임의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2001년 6월 등장한 확장팩 파괴의 군주(Lord of Destruction)은 또 한 번의 감동이자 유저들에게 있어서 큰 선물이 되었다. 액트4인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등장하는 최종 보스인 디아블로를 죽이는 데 성공하면, 유저들은 지금까지 스토리를 진행해 왔던 한 노인이 대천사 티리엘에게 죽임을 당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티리엘이라고 믿고 있었던 그 후드 쓴 정체불명의 인물은 바로 디아블로 형제의 큰형인 파괴의 군주, 바알이었다. 이렇게 끝나는 영상을 본 유저들은 아직 디아블로2가 끝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디아블로2의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다. 사실 지금까지 디아블로2의 인기는 확장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대단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물론 배틀넷의 재미와 캐릭터의 육성, 그리고 강력한 유니크, 레어 아이템의 획득 등에 중점적인 재미를 둔 유저들은 모를 수도 있었지만, 디아블로의 스토리는 상당히 장쾌하고 음산한 악마와 천상계, 그리고 영웅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었다. 때문에 추가된 5번째의 액트를 통한 많은 시스템의 추가는 사람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에 대한 추가는 물론이고 새 캐릭터인 드루이드와 어쎄신은 많은 타입의 캐릭터들은 물론 캐릭터간의 PK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그것은 기존의 캐릭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보스를 사냥하고 난 뒤 ‘alt'를 누른 뒤의 두근거림이란!!

또한 현재 온라인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의 레벨 업은 유저들이 더욱 다양하고 완벽하게 강한,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게 하는 데 일조하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물론 카우던전이 생긴 이후 고렙 캐릭터가 저렙 캐릭터를 이끌어주면서 한 순간에 70~80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RPG로써의 재미보다는 많이 떨어진 이질적인 플레이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디아블로의 빠르고, 힘 있는 플레이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장점 중 하나였다. 리니지와 같이 레벨 업이 상당히 느린 국내 MMORPG들이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배틀넷에 집중되어 있던 디아블로2의 플레이는 단순한 캐릭터 키우기에서 이질적인 문제를 낳았다. 그것은 바로 아시아서버에서 음성적으로 퍼져나간 아이템 복사 시스템이었다. 아시아서버에서는 당시 유저들 간 화폐로 거래되고 있던 ‘조던링’을 마구 복사해 문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확장팩이 나온 지 무려 2년 1개월이 흐른 뒤인 2003년 7월에 이 문제를 수정한 베타패치가 등장한다(게임의 인기가 많이 하락된 뒤에도 패치를 한 블리자드에 경의를 표한다). 복사와 버그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코드를 삭제시킨 이 패치로 배틀넷 시스템에 전체적인 진화를 가져왔다. 당연히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를 염두에 둔 계획이었을 것이다.

디아블로와 디아블로2는 게임 평론가들이 입이 앓도록 게임을 평가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의 요소인 ‘게임 밸런스’는 그야말로 엉망인 게임이었다. 소위 ‘버스’를 태워주는 고레벨 게이머가 한 명 있으면 하루에 50~60레벨을 찍는 것은 예사고, 메피스토나 디아블로, 심지어 바알도 나중에는 최종 보스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허약해진다.

△ 디아블로3의 등장,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캐릭터를 최강으로 만든다’라는 일념과 그 캐릭터로 PK를 하는 재미는 다른 어떤 단점도 모두 커버하게 만드는 그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PK최강 직업인 ‘아마존 킬러’를 잡아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다 아마존의 가이드 애로우를 팔라딘의 방패 스킬로 막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왜 이 게임에 그토록 열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디아블로2는 2010년이 된 지금에도 다수의 코어 유저들을 중심으로 레더 시즌제로 계속해서 운영이 되고 있다. 디아블로3가 언급이 되고, 또 이번 지스타 2010에서 그 시연 버전인 공개가 될 지금에도, 디아블로2의 코어 유저들은 ‘디아블로2만한 게임이 없다!’라며 눈길도 주지 않을 지도 모른다. 디아블로3가 디아블로2와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거침없이 비판을 하던 유저들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