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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40화- 게임업계에 노조를 허(許)하라
작성자 : 등록일 : 2012-07-09 오후 2:19:54


어떤 업계든지 간에 고용 주체가 되는 회사가 힘들어지게 되면 대부분 ‘과감한 투자로 인한 신사업 확대와 매출 증대’를 노리기보다는 ‘지출을 줄임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는’방법을 택한다. 당연하다. 불경기, 활발하게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과 생산을 늘리려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와 같은 ‘선택’은 대부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된다. 매출의 하락으로 인한 쓰임새 줄이기 중 가장 쉽고 간편하며 효율적인 것은 단연 회사에서 고용하고 있는 이들을 줄여 직원들의 월급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강제로 피고용 직원들의 직장을 빼앗는 것이기에 피고용자 입장에는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으레 벌어지는 집단 파업 등의 반발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강제적 구조조정’과 게임업계 또한 거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원자재가 들지 않는 업계지만, 높은 수준의 예년보다 크게 늘어 난 게임업체들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블루오션 산업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고용처는 많아졌지만 경쟁에서 뒤쳐진 업체에서의 구조조정 소식은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바로 피고용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집단의 필요성이다. 이른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인 것.

‘업계’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산업으로 성장한 지 갓 10년 남짓한 어린 게임업계지만, 문화콘텐츠 국가 경쟁력 산업으로 성장한 온라인 게임업계에 아직까지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없다는 것은,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노조의 존재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괴리감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일방적인 고용과 노동착취로 인해 그 옛날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던가. 어떤 업계든지 간에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인 삼성은 노조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 노조가 존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노동에 대한 대가는 철저하게 지불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회사들과의 대우와 복리 후생 비교는 무의미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게임업계에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삼성의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와 같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게임업체 단일 기업 최초 매출 1조를 돌파한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NHN한게임 등 1위권 메이저 업체들은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이 타 업계와 비교해 봤을 때도 후한 편이다. 이들 게임사들이나 산하 개발 스튜디오에서 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정도의 재원(才媛)은 대부분 연봉 1억 원을 넘는다. 젊은 업계인 만큼 30대 중후반이다. 이 정도 되면 일반적으로는 ‘능력자’에 속한다.

△ 엔씨소프트 또한 넥슨이 대주주가 되고 난 뒤 곧바로 희망퇴작지를 모집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외의 중견급 게임 개발사들이나 중소기업, 소규모 게임 개발 업체들의 처우는 결코 쾌적하다고 할 수 없다. 낮은 연봉, 적절하지 않은 복리후생, 메이저 게임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근무환경 등이 대부분이다. 투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서 언제 임금이 체납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중소기업 수준의 게임업체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로 회사 대표가 야반도주를 하는 케이스도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기도 한다.

노동 강도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연스럽게 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IT업계 중에서도 강하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게임업계다. 당연히 받는 임금과 대우가 성에 찰 리 없다. 간이침대에서 숙식을 하며 야근에 철야, 결혼을 해도 정상 퇴근 시간에 아들이나 배우자의 얼굴을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들어서 식상함에 ‘돋을’정도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개발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말로도 처참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강제적으로 해고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곧바로 노출된다. 흔한 업계 종사자의 농담처럼 “내가 스펙이 낮아서 천대를 받는다고는 쳐도 이런 대우는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노조가 결성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환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노조가 설립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게임 개발과 업계 종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인력들이 모두가 ‘자발적인 희생에도 감수하고 업계에 몸을 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서(최소한 그렇게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고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젊은 산업, 흥미와 관심이 지대하게 높지 않으면 업계 종사자가 되기 힘든 게임업계의 특성 상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게임업체에 취직을 하는 사람들, 또 게임 개발자 대부분은 ‘너무나 하고 싶어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고 싶은’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업계의 덩치가 커지고 ‘게임회사를 다닌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전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를 희망하는 인구는 더더욱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노조 설립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너 대신에 일하고 싶은 인력은 차고 넘치도록 많다’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개발자들이 노조를 설립해서 경영진과 처우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정도의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직업을 뒤흔드는 상황은 보다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게임업계에 있다 보면, 경영진과 개발진이 손발이 잘 맞아 돌아가서 환상의 하모니를 일으켜 당장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엄청난 궁합을 자랑하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또, 투자에 대한 문제나 회사 경영상의 문제 때문에 경영진이 소위 ‘막장 테크’를 발휘하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물론 회사 자체를 한 그릇 뚝딱 시원하게 말아먹어 버리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2009년의 그리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조가 없어도 개발진과 경영진이 대립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상항에서 노조와 경영진의 대립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그 또한 굉장히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게임업계는 최근에 들어서 더욱 ‘이직이 매우 자유로운’업계가 되어가고 있다. ‘쓸 만한 인재’를 찾는 회사들의 손길이 많아지면서 굳이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개발을 하고 있던 게임이 실패한다면 분명 해당 팀원이나 팀장 등 개인의 이력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여파로 인해 구조조정이 된다고 해도 그리 큰 걱정은 없다. 이력이 있는 만큼 다른 게임사로 이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환경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게임사에 대한 소속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 2005년 그라비티는 창업주이자 대표 회장이 일본 기업에 4000억 원으로 매각됐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피고용자들을 강제로 해고한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회사에서 강제로 해고가 되고 퇴직을 종용받는다고 해도 타 기업으로의 이직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렇다 할 위기감도 없다. 노조를 결성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만큼 대단한 ‘충격’을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메이저 게임사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은 그들대로, 중견, 중소기업 게임사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은 그들대로의 입장 때문에 노조를 결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에는 상당히 애매하고 힘든 복합적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은 밖에서 바라보는 ‘로망’이라는 단어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전혀 멋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노조의 존재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 고생스럽고, 많은 것을 견뎌내야 하며 부조리함과 유혹에 결심이 흔들리는 지금의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게임’이라는, 하는 이로 하여금 즐겁고 긍정적 상상을 불러 일으켜야만 하는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업무 환경과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노조가 아니더라도, 게임업계 종사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많은 게임사들이 조직개편을 하고 효율적 업무 추진 성과를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숫자의 근무자들이 ‘강제 해고’를 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특유의 게임업계의 사정과 환경 탓을 하며 감내해야 하는가.

게임업계에, 노조를 허락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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