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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둠(DOOM)

작성자 :	등록일 : 2011-08-17 오전 11:53:46

FPS라는 장르는 원래 그다지 주목을 받는 게임 장르가 아니었다. 게임의 형식과 방식으로 장르가 갈려 왔던 탓에 FPS라는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늦게 정립이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RPG와 같은 장르들과는 달리 ‘젊은 장르’라고나 할까.

First Person Shooting(1인칭 슈팅)이라는 뜻의 준말인 FPS는 80년대 후반 게임에 대한 ‘시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립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많은 명작들과 시험작들이 등장해 FPS라는 장르와 시장을 형성했고, 90년대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그 붐이 일어나 유저들을 매료시킨 장르라고 해야 하겠다(물론,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좀 더 늦게 알려졌지만).

△ FPS의 선구자, 그리고 실질적으로 FPS라는 장르를 만들었던 창시자라고도까지 불리는 그 게임! 둠이다!!

FPS라는 장르의 전 세계적 성공에 이어 3D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며 게임의 시점이 더욱 다양화되어 이제는 ‘나쁜 그래픽은 있을지언정 보기 힘든 카메라 앵글은 용서치 못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게임의 시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물론 최근에는 거의 풀폴리곤 3D로 360도 회전이 가능하지만). 현대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시점, 이 시점으로 창조된 최초의 장르가 바로 FPS인 것이다.

물론 젊은 장르라고는 해도 온라인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전 국민의 유희가 되어 있는 국내 시장에서 FPS게임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라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인기 FPS게임이 등장하고 난 이후에 FPS신작 게임들이 등장하는 일들은 매우 잦아졌다.

또, 국내 게임 시장이 커진 만큼 해외의 유수의 FPS게임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일들도 잦아진 만큼-어찌 보면 거의 모든 FPS신작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FPS게임이라는 장르가 이제는 희소성이 있는 장르의 게임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FPS계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밀리터리 FPS게임들의 등장은 이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FPS라는 장르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 FPS계는 밀리터리 FPS보다는 마치 영화 ‘에일리언’을 보는 듯이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이나 레이저 건이 등장하는 SF FPS게임들이 대세였다.

특히나, 당시 FPS게임업계를 강타했던 그 게임. 수많은 이들을 컴퓨터 앞으로 이끌게 한 전설의 FPS ‘둠(DOOM)'이 대표적이었다.

‘MIT를 거쳐 IBM에 입사할 천재’라고 불리던 프로그래머 존 카맥과 게임이라는 세계관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또 전체를 지휘하기를 즐겨하는 게임 디자이너 존 로메로는 서로를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소프트디스크라는 회사에서 다수의 히트작을 개발해 냈다. 이 과정에서 ID소프트라는 전설적인 FPS의 효시와도 같은 게임사를 창립하게 될 멤버들을 만나기도 했으며, 최초의 FPS엔진을 이용한 최초의 FPS, 카타콤을 개발해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자’라며 회사를 창립하게 된다.

1991년 울펜슈타인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1인칭 시점에서 펼쳐지는 슈팅게임의 개발에 몰두하던 존 카맥은, 1994년 운명적인 모험에 나서게 된다.

그 동안 다양한 게임들의 발매와 나름대로의 성공으로 게임개발 장비를 확충하고 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ID소프트의 인원들은, 당시 ID소프트 전원은 존이 만들어 낸 D&D의 세계에 빠져 일을 마친 후에 꼭 TRPG를 하면서 지냈는데, 던전 탐험이라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 안에 액션을 조합한 뒤 RPG의 스토리를 적용하고 신기술이었던 텍스처 맵핑을 사용하여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그 결과가 발표 당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카타콤3D, 그리고 이후 존이 만들어 낸 3D엔진을 기반으로 하여 제작한 것이 울펜슈타인3D였다). 미궁형 탐색 게임이라는 점은, ‘던전 탐험’이라는 콘셉트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 이런 그래픽을 천재가 만들었다……라고 하면 지금은 웃기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파격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 와중에 존 카맥은 “피! 게임에서 피를 보면 끝내줄 거야”라는 동료의 말을 듣고 3D그래픽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존은 그 말에 선혈이 낭자한 게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선혈이 낭자한 게임의 등장은 상상하기 힘든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심시티같이 차분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대세였기 때문에 선혈이 낭자하는 게임의 등장은 많은 충격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던 것. 그들이 개발한 울펜슈타인 또한 당시 셰어웨어 게임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게임이 되었지만, 만만치 않은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와 독일에서의 판매 중단 선고를 맞이해야만 했다. 물론, 게임 내에서 창작의 자유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당시 미연방 심의위원회를 바쁘게 만든 게임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이 때부터 북미에서 게임 심의 시스템이 철저해지기 시작했다고).

당시 울펜슈타인3D의 확장팩격인 ‘운명의 창’을 개발하고 있던 다른 개발진들은 어느 날 존이 자신의 컴퓨터와 짐을 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존은 로메로와 동료들에게 “아파트에서 뭔가 해 보고 싶은 게 있어”라는 말과 함께 몇 주 동안 충근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독수공방하는 그의 스타일을 감안한 로메로와 동료들은 그가 복귀할 때 쯤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존 카멕이 3주 후 ID소프트에 출근했을 때 들고 온 것은, 로메로와 동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당시 세계 게임업계를 주름잡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오리진의 울티마 시리즈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94년에 등장한 울티마의 8번째 작품은 ‘마리오아바타’라는 치욕적인 별칭이 붙여진, 울티마 최악의 작품이었다.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의 시대를 원하고 있었다. ID소프트는 그런 타이밍을 아주 잘 보고 있었다.

존은 새로운 엔진을 동료들에게 보여주었고, 로메로와 동료들은 경악했다. 그 엔진은 훗날 테란(Terrain)엔진과 함께 3D엔진의 기초가 될 bsp트리(Binary Space Partitioning Tree・이진공간분할트리)였다.

이전 울펜슈타인3D에 사용했던 엔진은 단면으로 이루어져 굉장히 단순한 맵 구성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던전 탐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짜인 던전 안에 캐릭터가 헤매고 다닌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bsp트리에 의해 제작된 엔진은 불규칙한 던전의 모습과 그에 따라 다양해진 공간, 그리고 지형의 높낮이 등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쉐도우캐스터에서 받은 영감, 즉 움을한 분위기를 더욱 잘 표현해 내기 위해 빛의 농도를 조절하여 괴기스러움과 두려움을 더욱 잘 살려낼 수 있었다.

△ 공중에 매달린 시체. 당시에는 충격의 연속이었다랄까.

로메로는 이 엔진을 사용하여 곧바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로 결정한다. 엔진이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게임의 테마를 결정하고 그래픽과 전체적인 디자인의 틀을 잡으면 끝나는 문제였다.

존과 로메로는 게임의 테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존 카맥은 뛰어난 프로그래머이자 천재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외골수에 고집쟁이였기 때문에 그는 기획에서 나온 이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의도대로 엔진이 사용되기를 원했다.

존과 로메로는 영화 이블데드와 에이리언을 결합한 분위기의 게임을 생각했다. 외계인을 통해 얻는 공포와 호러성, 과학의 무서움을 통해 얻는 현실적인 공포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1987년작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컬러오브 머니’에서 탐 크루즈의 대사를 착상한 게임 타이틀을 존 카맥이 제안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이름은 FPS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둠(DOOM?)‘이 되었다.

둠은 애초부터 액션 슈팅 게임의 재미와 함께 현재의 바이오 하자드로 대변되는 호러 게임 특유의 재미를 전달해 주기 위해 고안된 게임이었다. 또한 존과 로메로는 정체불명의 외계인과 인류의 진일보된 과학으로 인해 잘못된 발견으로 이상 생물체들이 다수 등장하는 이 게임에서 빠른 속도는 필수적인 조건이었고, 굉장히 자극적인 게임이 되었다. 울펜슈타인3D로 인기를 얻은 만큼 그들은 공포심을 게임에서 어떻게 유저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기획팀은 둠의 스케일을 더욱 크게 하고 싶어 했으며, 울펜슈타인계(말하자면 FPS)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홀은 ‘둠 바이블’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장쾌한 스토리 라인을 배경으로 깔고 시리즈 형식으로 그 스토리의 맛이 살아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을 구상했다. 매우 아쉽게도 게임의 스토리라는 면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존 카맥에 의해 이 구상은 묵살되다-아마 이 기획이 통과되었다면 둠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그 대단한 여정을 계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존이 애초부터 bsp트리 엔진을 만들 때 고안했던 종류의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전기톱이 무기로 등장할 만큼 잔인함은 대단했다.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들보다 플레이어가 더 무서워지는 경향이(……사일런트 힐!?).

굉장히 고집스러운 존 카맥으로 인해 많은 창립자들이 ID소프트를 떠났지만, 그와 동시에 1993년 11월 10일에 셰어웨어 버전의 둠이 인터넷과 미국 내 PC통신 서비스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둠의 셰어웨어 버전이 최초로 올라간 위스콘신 대학의 한 서버는 일시에 9만 명의 게이머가 몰려들어 곧바로 다운이 되어 버렸고, 세계의 게임 언론은 둠의 셰어웨어 버전에 대해 보도했다. 그야말로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이다.

사실 이 게임이 당시의 게임들보다 뭔가 대단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비주얼이나 사운드, 그리고 게임 내용에서 특별함은 있었지만 다른 게임들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었다. 퀄리티 자체로 시대를 재패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도 하지 못했던 힘이 게임 내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렬함’이었다. 선혈이 낭자하고 뼈와 살이 튀는-물론 지금 눈을 아프게 하는 미친 듯한 도트 그래픽은 지금으로썬 지옥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대단했다-게임 내용은 영문도 모른 채 미래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진 주인공에게 달려드는 흉측하고 정체 모를 괴물들로 대변되어 유저들을 자극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둠은 게임으로써 최초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게임으로 기록되었다. 전례가 없었던 잔인성과 폭력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던 둠은, 1999년 둠을 광적으로 즐기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을 들끓게 만들어 시민사회를 발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퍼지기 시작한 1994년부터 본격적인 에피소드(93년에는 에피소드1 버전만 업로드 되었다)가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둠 세대(Doom Generation)를 즐겁게 하기 시작했다. 게임 내용에는 해괴망측한 괴물들이 달려들어서 플레이어의 총을 맞고 선혈을 온 화면에 튀기는 등 그야말로 ‘잔인한’화면만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유저들은 인간이 반드시 가지고 있는 가학적 쾌감과 공격성을 교모히 자극하는 게임에 열광하고 극찬했다.

둠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참으로 많은 물의를 빚게 만들고, 또 참으로 많은 희귀한 기록을 남긴 게임으로 유명하다. 둠은 당시 MS-DOS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복사된 소프트웨어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곧 북미를 넘어 남녀노소, 나라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았다. 모뎀을 통한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구체화시킨 게임이기도 했으며(넷플이라는 말이 최초로 나온 게임이다) 게임 디자인과 엔진 기술, 그리고 현대 게임 기술의 기초가 된 게임으로 언급되고 있다.

△ 정체불명의 괴수들과 싸우는 둠.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 것은 지금도 훌륭하다고 생각되어질 정도의 BGM이 큰 몫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하드코어한 게임의 내용답게 그 난이도 또한 엄청나게 하드코어했는데, 당시 국내 유저들은 둠의 에피소드 1과 2를 치트키를 쓰지 않고 클리어하면 대단한 인내력의 소유자이거나, 대단한 천재이거나, 혹은 대단한 거짓말쟁이 중 하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일본에 마계촌 시리즈가 있다면, 북미에는 둠이 있다’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리라.

둠을 시작으로 ID소프트는 퀘이크 등을 만들며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된다. 바야흐로 SF FPS게임이 ‘대세’가 되는 순간이었다. 때문에 1990년 초~중반을 보면 밀리터리 FPS게임들보다는 현대와 미래를 넘나드는 괴이상학한 SF FPS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전드가 될 만한 게임이 등장하면 그에 관련된 산업은 엄청나게 발전하며, 아류작들이 등장한다. 둠은 그러한 면에서 진정한 레전드였으며, FPS의 진정한 역사, 그리고 ID소프트를 세계 게임의 중심지로 만든 게임이기도 했다. 아마, 국내에도 둠을 기억하는 많은 ‘둠 세대(Doom Generation)’들은 이 게임이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산증인’이 아니겠는가.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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