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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샤이닝로어

작성자 :	등록일 : 2013-04-15 오후 7:31:57

사실, 추억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면 ‘몇 해 전까지만’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이나 2009년도 들어서 발매된 게임들에 대해서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게임을 했던, 어느 정도 ‘게임 구력’을 가지고 있는 나이가 있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추억의 게임이라는 반열에 오를 만한 게임들은 최소한 ‘1990년대’에 해당되는 게임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이제 추억의 게임이라고 해서 굳이 옛날 시대를 풍미했던 패키지 게임들만을 국한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 2000년대를 넘어 2010년대로 접어들었다. 온라인 게임들이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시기. 온라인 게임이라는 신개념의 게임 문화가 등장했을 때 20대였던 파릇파릇한 게이머들은 이제는 서른이 넘은 부쩍 머리가 굵어진 어른들이 되었다.

△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손꼽히는, ‘다시금 부활을 바라는 온라인 게임 1순위’, 샤이닝로어다.

당연히, 10년 전에 즐겼던 게임들은 충분히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온라인 게임들을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게이머들 대부분은 온라인 게임 초반에 등장한 게임들의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시기, 온라인 게임이 막 게임 시장에 대세가 되어 등장했던 시기에 ‘정말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2002년이었다. 나라가 온통 붉은빛과 축구로 수놓여 있었던 때. 모든 키워드가 축구로 귀결되어 있던 월드컵 시즌. 이런 시기에 게임을 하라며 상품을 출시하고 시장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어쩌면 미친 짓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게임을 낸다면 제 손으로 관을 짜고 무덤에 들어가는 격’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시기에 등장해 붉은 축구의 광풍에서도 많은 이들에게-아니 어쩌면 당시의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게-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추억의 게임이 있었다.

지금도 ‘다시 등장했으면 하는 추억의 온라인 게임’에 제 1순위로 꼽히는 게임.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임.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발사의 저력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임. 바로, 판타그램의 ‘샤이닝로어(2002)’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사들 중 상당수는 서서히 온라인 게임으로 컨버전을 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었다. 기존에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신천지를 만나 새로운 문화로의 항해를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이 등장하게 됐다. 리니지가 등장했고, 포트리스가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2000년대 초반은 PC패키지 게임 시장의 부흥기가 본격적으로 막을 내리기 시작하고, 새로운 게임 시장인 온라인 게임 시장이 도래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때는 바야흐로 2002년. 많은 이들이 맥주와 치킨에 빠져 TV와 광화문, 다양한 광장에서 붉은색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애국심 가득한 광풍에 휩싸였을 때, 게임 업계의 화두는 세 가지로 축약되어 있었다. 하나는 ‘리니지 등을 위시한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게임 문화의 등장’이었고, 또 하나는 ‘스타크래프트와 프로게이머’였으며, 나머지는 ‘패키지 게임 시장의 종말’이었다.

다만,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다시피 당시의 온라인 게임은 지금 생각해보면 ‘지루한 면’과 ‘무미건조함’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의 초창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프레임이 툭툭 끊기는 액션과 단순한 게임진행, 엄청난 노가다성과 무미건조한 색체는 ‘온라인’이나 ‘MMO’라는 요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콘텐츠들이었다. 만약 당시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가 패키지 게임으로 나왔다면, 흥행에서는 빵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을 것이었다.

그만큼, 온라인이라는 것을 구현해 내기 위해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 샤이닝로어의 배경화면. 당시 선 굵고 성인 코어 유저들만이 반응할 만한 판타지 MMORPG들이 대세를 이뤘던 상황에서 샤이닝로어은 분명 1세대 게임 유저들을 혹하게 만들만한 콘텐츠였다.

이런 시장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중소 게임 개발사 판타그램은 차기 개발작으로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들어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래는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발이 되고 있던 패키지 게임이었다. 특히 당시 화제 속에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세가의 드림캐스트 전용으로 게임이 개발되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판타그램이 어디인가. 1990년대 포가튼사가, 2000년 킹덤언더파이어라는 게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업계의 호평을 들었던,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임 개발자들이 뭉쳐 만든 게임 메이커였다. 이미 2001년에는 킹덤언더파이어의 후속작의 판권을 마이크로소프트에 판매를 할 정도로(당시 XBOX라는 신생 게임 콘솔을 세상에 등장시킨 마이크로스프트는 히트 타이틀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해외에까지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었다. 떠오르는 역동적인 최고의 패키지 PC게임 개발사로써, 당연히 차기 타이틀로 개발하고 있는 타이틀의 기대감은 상당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때문에 패키지 일러스트와 데모판에 대한 존재가 회자되었을 때(현재의 판타그램도 알지 못한다는 패키지 일러스트와 데모판의 존재는 실제로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유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그 존재가 언급되었을 정도로 샤이닝로어는 분명 패키지 타이틀로 개발이 되고 있었다)까지도 샤이닝로어라는 타이틀은 패키지 게임으로의 개발이 진행이 되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이 더 익히 잘 알고 있다시피 시장은 급격하게 온라인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판타그램은 샤이닝로어를 갑자기 MMORPG로 컨버전을 한다. 2001년 베타테스트를 처음 시작한다고 발표가 되었을 때, 많은 게이머들은 의아함 속에 게임을 맞이했다.

샤이닝로어가 선보인 일러스트는-이것이 패키지 일러스트인지 온라인 일러스트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규정된 바가 없으나-그 종류를 막론하고 당시의 많은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일단 비주얼적으로 상당한 매력을 풍기는 일러스트들이 다수 등장, 유저들을 유혹했기 때문이었다.

2D로 제작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일러스트들은 유저들의 눈을 ‘혹하게’만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섹시미가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조된(바스트에 집중된 남성 유저들의 눈은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와우) 모습들은 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생겨나게 했다.

당시 이런 종류의 일러스트들은 과하게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물론 섹시미가 강조된 일러스트들은 지금도,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관심을 받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풍의 2D 디자인으로 만들어 진 일러스트들은 당시 아직까지는 많은 코어 게이머들의 잔상에 남아 있는 일본산 패키지 게임들과 콘솔 게임들에 대한 기억을 자극하게 했다. 온라인 게임들이 막 시장에 등장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던 시기였지만, 어쨌든 당시 게임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은 일본에서 건너 온 콘솔 게임들이기 때문이었다.

△ 현재의 ‘캐주얼 MMORPG’라는 존재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랄까?

더욱이 당시의 새로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었던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등장했던 게임들은 대부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밋밋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콘솔 게임 유저들이 여전히 ‘게임의 중심은 패키지 게임이다’라는, 어쩌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과 같은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반응을 하게 만들었다.

또,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등장해 있던 코어 게임인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는 유료 게임에 2D, 그리고 똑같은 플레이가 반복되는 이른바 ‘노가다’게임이었다. 리니지가 당시 ‘온라인 치고는’화려한 마법 이펙트와 핵&슬래시의 공격 모션을 보여주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패키지 게임을 해 왔던 유저들의 눈에는 결코 성에 차지 않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더욱이 콘솔 게임 유저들은 당시 한 단계 진보된 화려함을 자랑하는 차세대 콘솔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2와 드림캐스트 등을 맞이하고 있었던 만큼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가 보여주고 있는 임팩트는 뭔가 성에 차지 않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문화이자 개념이었지만 비주얼적으로 당시 패키지 게임에 물들어 있던 게이머들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기존의 게임들과는 달리, 샤이닝로어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당시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비주얼로 무장해 있는 PV가 게임의 등장을 알렸고, 타 게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후 라그나로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저들의 심금을 울리게 한 게임 BGM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아기자기한 게임의 매력은 게임에 임하는 유저들을 색다른 세계로 맞이하기에 충분했다. 비주얼적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처치해야 할 대상’인 몬스터가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으로 등장해 유저들에게 ‘대체 이걸 어떻게 사냥하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귀여운 몬스터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본 당시의 많은 유저들은 ‘몬스터가 너무 불쌍하다’라며 진심어린 동정을 보내기도 해 게임 전문지들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귀펀치 토끼가 필두가 되어 많은 플레이어들의 안타까움을 자극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귀여운 그래픽에 몬스터들까지 귀여운 비주얼, 그리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BGM(혹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샤이닝로어의 BGM이 최고의 온라인 게임 비주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까지. 뼈와 살이 튀는 극악무도하면서도 잔인한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은 핵심 유저 층인 남성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여성 게이머들을 게임으로 부르기에 충분한 요소가 되었다.

사실 당시에는 여성이 게임을 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지금에야 여성도 아무렇지 않게 게임을 하고 커플이 데이트로 게임을 하러 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게임은 금녀의 구역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남성들이 게임을 하면 여성에게는 무조건 오타쿠 취급을 받으며 ‘천대’를 받는 시대이기도 했다.

△ 당시 넷상에서 ‘여자인 척’하는 행위라든가, ‘이런 종류’의 게임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PC방에서도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샤이닝로어는 놀랍게도 높은 여성 유저 비율을 자랑하고 있는 희대의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게임이기도 했다. 어쩌면 남성 게이머들보다는 여성 게이머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비주얼이었던 만큼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었다. 말하자면 당시 게임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돌연변이’라고나 할까. 토끼 귀 캐릭터에 귀여운 몬스터 디자인 등 여성 유저들의 눈길을 끌 만한 비주얼로 이루어 진 게임의 첫 인상은 당연 여성 유저들을 게임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당시에는 로리나 오타쿠와 같은 용어가 생소한 시대였던 만큼 이런 성향의 게임의 등장이 ‘신기한’것이기는 했어도, ‘이상한’것은 아니었다).

물론, 정말로 게임에 여성 유저가 많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런 통계도 정확한 것은 없다. 그러나 라그나로크처럼 주민등록번호로 캐릭터의 성별을 구분 짓게 하는 시스템도 없었고, 여성 캐릭터를 여성만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게임 상에서 여성을 사칭하는(이른바 ‘넷카마’) 일은 없었고 그런 개념도 없었던 만큼 실제로 게임 상에서 여성 유저들은 상당히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시의 온라인 게임들의 성향은 명백한 ‘노가다 전투와 레벨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단순한 사냥과 경험치 획득으로 점철되어 있는 콘텐츠는 물론 MMORPG라는 게임의 특성으로 신선함과 새로움을 주었지만, 지금도 있었던 무미건조함은 당시에도 있었다.

샤이닝로어가 당시의 이런 온라인 게임들과 달랐던 부분은 단순한 사냥과 경험치 획득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샤이닝로어는 상당히 많은 직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전사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요리사, 조합사, 디자이너 등 지금에서도 획기적이라고 생각해도 될 법한 수준의 다양함을 지닌 직업들이 존재했고 이 직업들은 특성 있는 스킬들을 발휘해 게임의 특성을 더했다.

대표적으로 요리사가 스킬을 사용하면 음식물로 공격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이어 볼이 날아갈 만한 장면에서 미트볼이 날아가 적들을 공격하는, 가히 엽기적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유쾌한 스킬 신들은 유저들이 게임을 하게 만드는 샤이닝로어만의 특징이자 특색적인 포인트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금이야 무미건조한 게임 요소를 메우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다양한 게임 모드나 콘텐츠를 도입하는 것이겠지만, 당시에는 다양한 아이템과 사냥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게임의 지루함이나 단순함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단순함은 자연스럽게 ‘남성향 게임’을 만들게 하는 요소가 되는 부분이었다.

△ 만약 라그나로크가 샤이닝로어의 특성을 모두 흡수할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도 하향세를 타지 않는 ‘레전더리’게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샤이닝로어는 이런 부분을 없애기 위해 게임 내 미니게임을 도입했다. 샤이닝로어에는 마을 안에서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센터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 미니게임에서는 각 캐릭터들마다 갖추고 있는 특이한 스킬의 레벨을 사용해 스킬 레벨을 향상시켜 미니게임을 즐기면서 본 캐릭터의 강화 또한 꾀할 수 있었다.

채팅 시스템 또한 게임의 지루한 전개를 메울 수 있는 포인트로 충분했다. 지금은 다른 게임들이 차용하고 있는 액션 채팅 시스템을 도입했고, 다양한 감정표현을 하게 만들어 전투나 미니게임 등 직접적으로 게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게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어쩌면 현재의 온라인 게임의 채팅과 커뮤니티의 흐름을 샤이닝로어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아바타를 가지고 ‘놀 수 있는’포인트도 상당히 많았는데, 머리와 얼굴, 상체, 하체, 장갑, 신발 등 세분화된 아바타 장비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꾸미고자 하는 아바타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샤이닝로어는 풀리곤 모델 자체를 변경하기 때문에 아이템과 장비를 각 부위에 장착시키면 처음의 캐릭터와 다른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전투를 하지 않아도 레벨업을 할 수 있고, 박 터지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며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단연 게임의 특징이자 포인트로 ‘라이트한’게임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지루한 전투의 반복을 하지 않아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또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은 남녀노소 게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대중성이 높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샤이닝로어가 온라인 게임으로 다른 게임들과 가장 많은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사실은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게임에서 부각되고 또 채용된 게임이라는 점에 있었다. 사실 다른 게임들도 스토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지만(게임에 스토리가 없을 수는 없다), 샤이닝로어는 당시의 온라인 게임들보다는 스토리의 비중이 상당하 ‘본격적’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의 국내에서 개발되고, 또 발매가 되는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스토리의 비중이 상당히 낮았다. 소설이나 만화를 소재로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비중이 낮았던 이유는 온라인 게임으로 디아블로식 핵&슬래시의 액션을 강조한(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액션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투 중심형 게임들이 압도적인 주류를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북미의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전투보다는 스토리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아블로 또한 ‘국내 유저들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뿐’, 스토리에 대한 비중은 상당히 높은 게임이었다.

샤이닝로어는 당시의 국내 온라인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토리에 대한 부각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부각되어 있었다. 아드란 문명이 태동되고 달의 시대와 땅의 시대, 불의 시대와 물의 시대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과 주요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상당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었다. 물론 신경 쓰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샤이닝로어의 스토리는 당시의 게임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굉장한 그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샤이닝로어는 수준급의 스토리를 갖추고 시장에 등장했던 것이었을까. 이유가 있다. 바로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게임이 드림캐스트 전용 콘솔 게임으로 개발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스토리 라인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의도적이라기보다는 태생적인 이유로 인해 마련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쨌든지 샤이닝로어의 스토리는 ‘알고 보면’꽤나 흥미로운 요소와 설정으로 만들어 져 있기도 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그랬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어쩌면, 유저들이 이 요소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당시 ‘칙칙했던’ MMORPG들과 확연히 그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던 샤이닝로어는 2002년 3월 오픈베타를 실시해 오픈 후 20일만에 동시접속자 숫자 7천 명 육박, 누적 가입자 숫자 15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대박 흥행’을 성사시켰다.

게임의 인기는 해외로까지 뻗어나가, 4백만 달러 이상의 개런티를 받고 중국으로 진출을 성공했고 중국에서 20분 만에 2만 5천명 이상의 베타테스터가 몰려 가입자 폭주로 베타테스트 진행이 중단이 되기도 했다. 대만에서도 가입자 80만 명에 3만 명이라는 기록을 올렸다. 국내에서의 인기는 더욱 상승하고 있었다.

당시 같은 세대에 있었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1세대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여전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장수 온라인 게임’으로의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은 ‘추억의 게임’이다. 그렇다. 현재의 샤이닝로어는 추억 속의 게임이 되었다.

매우 안타깝게도 샤이닝로어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익 콘텐츠를 발생시키지 못해 게임 외적인 문제로 인해 하락 일로를 걸었다. 이유가 있었다. 평생 무료를 선언한 게임의 여파가 어디까지나 당시에는 중소 개발사였던 판타그램의 목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에는, ‘부분유료화’와 ‘캐시 아이템’이라는 최고의 수익 창출 아이템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온라인게임은 당연히 정액 유료화를 해야 했던 시절, 하지만 샤이닝로어는 평생 무료화 게임을 선언해 유저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이것이 부메랑과 같이 회사를 옥죄였던 것이다(아마 당시에는 해외 로열티 등으로 충분히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그들이 상상한 샤이닝로어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 엔씨소프트에 합병된 뒤 새롭게 등장한 ‘신샤로’의 모습. 하지만 이전의 장점과 기능을 모두 잃어버린 ‘신샤로’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 시기, 본격적으로 샤이닝로어의 서비스 종료를 더욱 퇴보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2년 8월 5일 엔씨소프트와 판타그램의 샤이닝로어에 대한 퍼블리싱 협상에 대한 소식이 나온 것. 그리고 8월 20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결국 엔씨소프트는 떠오르고 있던 최고의 국내 게임 개발사인 판타그램의 지분을 인수해 산하 계열사로 편입시키고, 샤이닝로어를 92억 원에 완전 자사의 게임으로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짧고 강렬했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이때부터 샤이닝로어는 급격하게 하락 일로를 걷게 된다. 엔씨소프트가 기존의 샤이닝로어의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을 천명하며 5개월 동안이나 서비스를 중단한 채 리뉴얼을 선언한 것이다.

유저들로부터 샤이닝로어2, 신 샤이닝로어(신샤로)라고 불리는 샤이닝로어의 리뉴얼 버전은, 이후 18일 만에 동접자 숫자 1만 3천 여 명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샤이닝로어의 흥행이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하락세는 이때부터 시작, 상용화를 통해 수익을 내려던 엔씨소프트의 계획을 어그러지게 했고, 유저들은 빠르게 이탈했다. 결국 2003년 11월 12일, 엔씨소프트는 샤이닝로어의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이어진 28일 샤이닝로어는 완전히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샤이닝로어는 강렬한 짧은 전성기 뒤에 급격한 하락세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을까.

당시 온라인 게임으로 엄청난 성장일로를 걷고 있던 ‘IT계의 기린아’였던 엔씨소프트가 판타그램을 인수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샤이닝로어에 있었다. 판타그램은 콘솔과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던 게임사였고,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게임 전문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에(향후 콘솔 게임 사업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샤이닝로어는 단연 엔씨소프트의 군침을 흘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었다.

100억 원에 가까운 퍼블리싱 비용을 들이고 막대한 금액으로 판타그램을 인수하면서까지 샤이닝로어에 대한 욕심을 부린 것은 그만큼 샤이닝로어에 욕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블레이드앤소울의 개발비가 500억, 아키에이지가 400억, 검은사막이 100억이라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당시의 판권비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혹자들은 샤이닝로어가 등장한 이후 그 독하다는 리니지를 하고 있던 초창기 유저들마저 샤이닝로어로 돌아서고 있었으니, 어쩌면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너무나 짧은 순간에 최대의 흥행 적대 세력이 된 게임을 자신들이 흡수해 리니지와 함께 쌍두마차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울 만도 했다(더욱이 콘텐츠 성향도 완전히 반대였으니).

△ 만약이라는 가설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판타그램이 순수하게 샤이닝로어를 지킬 수 있었다면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받아들인 샤이닝로어는 엄청난 수용 인원을 구동하게 해야 하는 서버를 필요로 하는 게임이지만 수익은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리뉴얼을 단행하게 되고, 리뉴얼을 통해 상용화에 어울리는, 리니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성공 포인트를 샤이닝로어에 접목시켜 상용화를 단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결국 샤이닝로어가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 되었던 부분들이 모두 사라진,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게임이 되어버리면서 결국 유저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비주얼만 아기자기한 리니지’라는 게임이 되어 버린 샤이닝로어는 결국 유저들의 급격한 이탈을 막을 수 없었고, 엔씨소프트는 2003년 10월 29일 샤이닝로어를 비롯해 에버퀘스트와 호라이즌 등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있던 게임들 중 실적 하락과 투자금액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에 대해 약 200억 원 규모의 투자자산 감액을 검토하게 된다. 이렇게 샤이닝로어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게 된 것이었다.

게임 유저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샤이닝로어의 ‘다른 게임사의 손에 의한 하락’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 한 많은 유저들은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리니지라는 코어 수익 콘텐츠의 수익률이 위협받는 것을 우려한 엔씨소프트가 샤이닝로어를 흡수해 게임을 종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샤이닝로어의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며 샤이닝로어 유저들에게 리니지 1개월 무료 사용권을 주기도 했고, 결국 그로 인해 샤이닝로어에 흡수되었던 유저들은 리니지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그것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샤이닝로어이라는 게임을 그리워했던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영원불멸의 떡밥’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 때의 샤이닝로어를 그리워했던 유저들은, 여전히 게임을 가슴 속에 담고 프리서버를 운영하고, 여전히 게임의 부활을 기대하며 관련된 자료를 구축하고 수정을 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 명맥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매우 짧았던 전성기를 보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가슴 속에 ‘전설의 1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유저들의 가슴 속에 소중하게 남아 있는 게임이 된 것이다.

이런 유저들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어서인지, 샤이닝로어의 뒤를 잇겠다며 후속작임을 자처한 신작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 엔씨소프트가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의 판권을 포기한 상황에서 감성 팔이든 추억 팔이든 ‘자처’를 한 게임들이 등장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 때의 추억과 재미, 그리고 감성을 이어나가게 하는 게임은 안타깝게도 등장하지 않았다.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의 부활을 염원하는 유저들의 서명을 담아 엔씨소프트에 전달을 한다는 이들이 있었을 정도로.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은 온라인 게임 1세대 유저들과 올드 게이머들이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추억 속의 ‘레전드’임에 틀림이 없다. 채 수 개월이 지나지 않은 전성기를 보낸 게임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고 부활을 노래하며 여전히 프리서버를 운영하게 하는, 정보를 나누게 하는 게임이 앞으로라도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당신은, 샤이닝로어를 알고 있습니까?

혹자들은 말한다. MMORPG가 우후죽순 등장했던 시대, 결국엔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등장해 시대의 흐름을 ‘종결시켜’, 결국엔 외산 콘텐츠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자생력 약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샤이닝로어가 생존해 있었다면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판타그램이 자체적인 콘텐츠로 게임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스토리 중시형, 감성을 강조한 MMORPG가 새로운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틀을 만들고 자생력을 키웠을지도 모른다고. 오리지널리티가 강조되는 한국의 시장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역사에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이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그만큼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샤이닝로어라는 게임을 애타게 그리고 있던 누군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샤이닝로어는 결국 잊혀야 하는 게임인 것 같다”고.

그의 말처럼, 앞으로 샤이닝로어는 유저들의 추억 속에서 현실로 살아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샤이닝로어를 애타게 원하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유저들에게는 ‘기억’과 ‘추억’이 있다. 그렇기에 잊히는 게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계속 샤이닝로어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이 영원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샤이닝로어를 다시는 만날 수는 없지만, 샤이닝로어는 잊히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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