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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퍼스트퀸4(First Queen4)

작성자 :	등록일 : 2012-04-26 오후 1:26:08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장르야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은 게임 유저들에게 소개 된 장르였던 만큼 지금에 와서는 신기하지도 않고, 또 색다르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PC게임 명작을 넘어서 온라인 게임들로도 전략 시뮬레이션들이(‘실시간’포함) 등장하고 있는 만큼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취하고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게임들은 어느 정도 재미가 검증이 되어 있는 장르를 선택한 게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다.

때문에 최근의 전략 시뮬레이션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잣대는, 전형적으로 갖춰져 있는 틀 안에서, 이전에 등장해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들과 어느 정도의 참신함과 독자적인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서 다른 게임들과 비교가 되는 새로움을 구현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상당히 구속력이 있는 시스템 상에서 게임이 펼쳐지는 만큼 개발자들이 고유의 색과 스펙트럼을 펼쳐 나가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들을 도입하다 보면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구조와 틀 자체가 망가져 버릴 테니, 과감성을 드러내기에도 무리가 있다(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전략을 구사하게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정형화 된 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명작 전략 시뮬레이션들을 곱씹어보면 클래식한 전략 시뮬레이션의 틀 안에서 게임이 펼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게임사들의 도전과 새로움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개발사들이 전략 화면과 전투 화면을 분리하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게임을 개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 온 것. 물론 국내에서 이런 도전의 과정을 거친 게임들은 짧지만 강렬했던 국내 PC패키지 게임 시장이 성황리였던 시절에 대부분 등장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퍼스트퀸4(First Queen4�) 역시, 짧은 PC패키지 게임 시장의 전성기 때 등장한, 다소 경직되어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의 흐름을 깨려는 시도를 했던 게임임에 틀림이 없었다. 전작과의 연계도 필요 없이 그 작품성과 게임성만으로 인정을 받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국내의 PC패키지 게임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을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퍼스트퀸4……라는 이름을 들은 한 게임 유저는(나이가 어린) 다음과 같이 답했다. “판타스틱4와 어떤 연관이 있나요?” 그렇게도 들릴 수 있겠구나 싶다. 판타스틱4의 ‘4’가 멤버의 숫자를 뜻하는 것임을 감안해 본다면 하나의 독립된 게임 브랜드로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퍼스트퀸1, 2, 3’라는 게임의 흔적을 국내에서 찾아 볼 수 없다면? 더욱 퍼스트퀸4는 판타스틱4와 같은 의미를 지닌 게임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가능하다.

물론, 퍼스트퀸4는 판타스틱4와 같이 단일 브랜드로 등장한 게임은 아니다. 시리즈화로 등장한 게임 브랜드이며, 퍼스트퀸4는 KSK(Kure Software Koubou)가 개발한 퍼스트퀸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게임을 개발한 KSK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불명이 되었다. 아마 이후 대형 게임사에 합병되거나 폐쇄 조치를 밟았을 듯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퍼트스퀸4만 정식으로 발매되었을 뿐, 앞선 3작품은 소개되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시리즈물의 앞선 작품들이 먼저 등장하지 않으면 전작과의 연계성이 불투명해져 게임의 성공과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 하지만 퍼스트퀸4는 예외였다. 일단 스토리상으로 전작과 전혀 상관없는 연계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글로 정식발매가 된 탓에 그 스토리를 모두 체험할 수 있었던 퍼스트퀸4의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직관적인 ‘전형적 일본식 RPG’라고 할 수 있는 ‘xx가 악의 근원인 xx를 해치운다’라는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판타지 세계관의 대륙에 최대 강대국 바르시아의 왕 제넬루가 폭정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로그리스 남부를 지배하는 왕국인 카리온의 왕인 아레스가 제넬루를 처치하려 하고, 이에 실패한 아레스는 감옥에 갇힌 뒤 의문의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탈출해 겨우 남은 잔존세력을 모아 반격을 한다는 것이 게임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전작과 연계성이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만큼 게임을 대하는 국내 정식발매 유저들은 아예 독립된 브랜드로 받아들이는 데 용이했다. 물론, 당시에는 전작이 있었건 없었건 별로 상관 없이 재미있으면 닥치는 대로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틀이 있는 만큼, 게임의 흐름은 장르의 틀에 맞춰져 흘러가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프닝 이후, 마치 삼국지 시리즈를 보는 듯한 전체 맵 화면을 보면서 땅따먹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디서 어떤 이벤트를 일으켜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엔딩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해 고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패키지 게임을 하면서 하게 되는 이런 자연스러운 고민은 퍼스트퀸4에서는 필요가 없다. 유저가 어떻게 전략을 꾸려나가고 어떤 전개를 해 나가느냐에 따라 호응해 게임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퍼스트퀸4에서 유저는 지도로 되어 있는 전략 부문에서 주인공인 아레스의 카리온 세력을 움직여 점령지역을 점령해 나가야 한다. 삼국지의 천하통일을 보는 듯한 전략 화면을 통해 유저들은 매우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점령 지역으로의 진군을 꾀하게 된다. 주인공 및 여타 조연 캐릭터의 부대를 구성해 점령지역마다 배치하고, 이 부대들을 움직여 진군을 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점령지역에 타국의 세력이 있고 적대세력이라면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윈도 형식으로 되어 화면크기 조절도 가능한 편리한 스타일의 전략 화면에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전투화면으로 전환되어 실시간으로 해당 맵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진행이 된다. 윈도 형식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자유롭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적이나 아군의 구원부대가 오는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에는 기존 화면이 움직이지 않고 새로운 창이 잠시 열리며 보여주는 등 현재에 이르러 구현되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인터페이스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이런 점령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은 타국과의 동맹, 동료영입, 그로 인한 이벤트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퍼스트퀸4에서는 필수요구조건을 가진 이벤트가 거의 없다. 이벤트를 모두 보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으며, 유저들이 선택을 하는 대로 점령지역을 점령하다 보면 그에 따라 이벤트가 펼쳐진다. 정해진 패턴이라는 것이 없다보니 유저들이 마음먹은 대로 게임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라는 족쇄가 풀렸다는 것은 패키지 게임을 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커다란 축복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존재하는 게임 장르 중 가장 틀이 중요시 되는 장르에서 퍼스트퀸4가 자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적들의 레벨 수준도 이런 방향에 맞춰 조절되고, 점령한 뒤의 점령지에도 적들이 계속해서 침략군을 보내는 만큼 적당한 수비 병력을 배치하는 등의 전략적인 선택도 해야 한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틀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높은 자유도를 제공할 수 있었던 시스템적 배치가 훌륭하게 들어맞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가 비단 전체적 게임 전개와 유저들의 선택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전투 시스템에도 녹아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퍼트스퀸4에서 유저가 움직인 부대에 적 부대가 있거나 아군의 수비병이 있는 점령지에 적이 존재하는 경우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곧바로 전투 화면으로 전환되어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물론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전투의 흐름과 발맞춰 전략 화면의 전개도 함께 흘러가게 된다. 전투가 벌어지는 도중에는 게임의 모든 시간적 흐름이 멈췄던 다른 게임들과는 확연히 그 궤를 달리하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전략맵에서는 턴제가 유지되는데, 전투맵에서는 실시간 전투로 치열함과 속도감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략 시뮬레이션들이 턴제를 채택했던 것과는 달리 퍼스트퀸4는 파이널판타지의 하프리얼타임 전투 시스템을 적용해 갑자기 유저들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유저들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 시스템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 몬스터들이나 적들과 싸워야 하는 만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투보다 액션 슈팅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전투 시스템 자체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틀과는 전혀 무관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시스템만 독특하고 캐릭터를 마구잡이로 움직여서 적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정도의 얼빠진 수준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전투는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는데, 그 바탕에는 전투도중 캐릭터가 사망을 하면 캐릭터를 영영 되살릴 수 없는 시스템이 있었다. S・RPG시리즈 중 악마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닌텐도의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퍼스트퀸4 또한 루비콘 강을 건넌 동료들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당한 전투 난이도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어렵지만은 않았다. 전투 난이도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으며, 동료가 되는 캐릭터의 숫자가 매우 많고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만큼 주요 캐릭터가 사망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사망이라는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던 만큼, 유저들은 전략적인 요소를 생각해 전투를 펼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난이도와 적당한 긴장감은, 게임을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됨에 틀림이 없었다.

사실 퍼스트퀸4의 인기는 당시 그야말로 그 어떤 게임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단지 ‘잊혀진 추억의 게임’으로만 여겨지고 있는데, 시리즈 자체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퍼스트퀸4의 후속작이라고 할 만한 게임은 퍼스트퀸~ 뉴 월드. 하지만 기대를 밑도는 퀄리티로 많은 유저들을 실망시켰고, 전투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다크세라핌 이후로 퍼스트퀸은 게임의 역사 속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이 게임을 추억하고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유저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인기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임에 틀림이 없었다. 도스 게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세련미, 실시간으로 전투를 진행시키는 매끄러움, 자유도를 허락한 전개까지. 지금 해도 재미를 느낄 법한 수준으로 성인 게임 유저들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PC게임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기렌의 야망, 노부나가의 야망, 삼국지, 대전략, 컴퍼니오브히어로즈 등 작금의 명작 시뮬레이션들이 퍼스트퀸4가 제공했던 실시간 전략 시스템이라든가 자유도 높은 전개 등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당시가 90년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또 운영체제가 도스 기반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게임이 얼마나 세월을 앞서간 수준을 자랑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