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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거울전쟁~ 악령군

작성자 :	등록일 : 2012-09-07 오전 10:38:41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일본이 게임시장을 시작으로 각종 캐릭터 산업이나 게임 관련 산업이 잘 나가는-지금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이유가 있다. 바로 인기를 연쇄적으로 흥행시키고 파생시키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에서 하나의 게임이 등장하고 인기를 얻게 된다면, 그 게임을 위시로 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배경, 그리고 스토리 등등을 망라한 캐릭터 산업으로의 발전을 꾀한다. 재미있는 것은 인기 게임 수준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나 관련 스토리 등으로 파생되는 파생 아이템들도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고 유저들에게 어필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캐릭터 산업 규모 자체가 다른 국내와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인기를 담보로 해서 그 이상을 캐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당연히 다양한 파생산업들이 서로 공존하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 정의의 편이 아니라 맨 처음 악당을 먼저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 독특함을 무장한 거울전쟁~ 악령군의 존재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수작이자, 도전작이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국내 게임 시장의 일련의 흐름은 아쉬움이 남는다. ‘캐릭터’라는 것이 강하게 남을 수가 없는 온라인 게임이 주가 되어서인지,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낼 수 있는 퍼포먼스 이외는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한 게 사실인 것이다.

이런 부분은 캐릭터 산업의 가장 직관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는 피규어나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만화 제작 등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원작 스토리를 소설로 만드는 비주얼노벨도 이런 파생산업의 커다란 줄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생 산업의 활발함은 역시 스토리가 있고 흐름이 있는, 그리고 캐릭터와 기승전결이 있는 패키지 게임 특유의 장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왜 국내와 다르냐고 한다면, 역시 온라인 게임에서 스토리를 만끽하고 기승전결을 느끼며 게임을 진행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 또한 이런 사업 전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며, 또한 현재도 미약하게나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국산 ‘비주얼 노벨’격의 효시를 꼽는다면, 역시 엘엔케이로직스코리아의 거울전쟁 시리즈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각광을 받던 게임에 우후죽순 몰렸던 당시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며 국내 콘텐츠 개발력을 한껏 자랑했던 거울전쟁~ 악령군(2000년)은 소설로 유명한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게임이면서도, 또 그 작품성도 훌륭한 게임으로 명성을 높인 명작이었다.

지금의 게임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짧고 강렬했던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 전성기의 막바지, 2000년대 초반에도 당시의 게임시장도 업계의 장르 편중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나의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그 게임에 많은 게임사들이 몰리는 현상. 시장 경쟁이 각박해지면 각박해질수록 생기는 장르 편중 현상은 당시에도 여전했다.

그리고 거울전쟁~ 악령군이 등장할 당시 게임 시장은 RTS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저 유명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 시장을 강타해 전 국민적 인기를 독차지함은 물론 PC방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 낼 정도로 약동하는 게임 장르,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멀티플레이 RTS에 많은 게임사들은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당시 PC패키지 게임 시장에는 ‘짝퉁 RTS’들이 다수 나돌았다. 스타크래프트를 그대로 본따 게임을 만들되, 외형적인 부분만 바꾸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을 모티브로 해서 테란을 조선으로, 저그를 외적으로, 프로토스를 청나라로 하는 게임들도 만들어졌다(조선의 커멘드센터에서는 농부가 나오면서 ‘뭐할깝쇼’라고 말하면서 나왔다). 아예 스타크래프트를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방품들이었다.

△ 게임 간간히 좀비의 형상을 한 ‘엽기 제작자’가 등장, 게임 진행에 도움을 준다. 또 다른 도우미로 섹시한 서큐버스가 등장하기도.

물론 이런 모방품들이 버젓이 시장에서 판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대체 이런 게임을 돈을 주고 산단 말인가’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법. 당시 유저들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바보들은 아니었다. 더욱이 정통 RTS명작 중 하나였던 커맨드앤컨커~ 타이베리안 썬이 스타크래프트의 대항마로 시장에 등장했지만 ‘단발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시장에서 패퇴를 했을 만큼 스타크래프트의 절대무적의 위상은 뛰어났기 때문에 그런 게임들이 상용화를 한다고 해서 구매력을 가지고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었다.

다만, 그런 ‘짝퉁 RTS'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PC매거진들-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의 번들게임으로 동봉이 되어서 나왔다. 판매는 거의 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유통이 된 것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복사 게임들이 범람하고 패키지 게임 시장의 막바지의 시장 성숙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시장 상황 속에서 등장한 거울전쟁~ 악령군은 분명 군계일학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구잡이로 짜깁기와 베끼기가 난무했던 시장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갖추고 등장한 유일무이한 게임이었던 만큼 그 존재감은 그야말로 충만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말이 좋아서 아류작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지, 당시 스타크래프트를 모티브로 해서 시장에 등장했던 RTS들은 그야말로 짝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졸작들이었으며 몰락할대로 몰락한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매개체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거울전쟁~ 악령군은 오랜 기간 동안 RTS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개발을 진행했던 만큼 번들 게임급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클래스’의 다름이 분명히 나타났다고나 할까.

일단, 비주얼 자체가 달랐다. 양산형들과는 달리 당시에는 상당히 고사양이었던 16비트 컬러를 게임에 도입해 고해상도 그래픽을 유저들에게 선사했다. 지금 보면 당연히 ‘눈이 아픈’그래픽 수준이었지만 당시에는 ‘좋아 보였던’스타크래프트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퀄리티를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 지금은 ‘OME'를 외칠 정도일지언정, 당시에는 단연 화려한 마법 이펙트였으니!

해상도의 높은 품질은 유닛들의 움직이나 표현력에도 양질의 영향을 끼쳤다. 유닛들의 세세한 움직임은 2만 5천 프레임에 달하는 액션으로 이어졌고, 2D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같이 3D시점과 배경의 그래픽을 사용해 거울전쟁의 필수적인 그래픽 표현인 마법 이펙트를 더욱 화려하게 구현했다. 해골기사들이나 이벤트 몬스터들-대표적으로 드래곤인 컬린 등-의 마법 표현력은 당시에는 상당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었으며, 배경 그래픽의 눈이나 비가 내리는 효과 등은(분명 지금 보면 점선이 떨어져 내리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획기적인 그것이었다.

물론 비주얼적인 면에서의 단점도 있었다. 유닛의 액션이 딱딱하거나 어색한 부분들은 분명 단점으로 부각되기에 충분했고 사운드도 오버스러움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의(전체적으로 게임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만큼 사운드의 선택 또한 중요한데, 거울전쟁~ 악령군에서는 생뚱맞게 록 음악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언밸런스함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모션의 부드러움이나 액션성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단점으로 부각될 정도는 아니었고 그를 커버할 수 있는 마법 이펙트의 화려함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그에 대한 부담이나 불편함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패키지 게임인 거울전쟁을 유저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단연 스토리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을 개발한 엘엔케이로직스코리아의 현재 대표이사인, 그리고 당시 거울전쟁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남택원 대표는 직접 거울전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설책을 출간해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만큼 뛰어난 배경 스토리를 자랑했다.

거울전쟁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마법이 발달한 패로힐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평화가 지속되고 있던 대륙에 사악한 악령술로 도시전체를 유령도시로 만든 그린우드 성당의 주교 카라드 하트세어가 등장하는데, 그의 존재로 악령군이 등장해 처절한 살육과 악령군을 막기 위한 대륙의 전쟁이 시작되고 거울전쟁은 이런 혼란의 시대에 평화와 자유를 찾기 위해 마술사와 맞서 싸우는 영웅적인 사람들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당시 원작 소설이 인기를 얻은 만큼 게임 스토리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었는데, 당연히 거울전쟁~ 악령균의 스토리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거울전쟁~ 악령군 또한 거울전쟁 고유의 배경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만큼 상당히 탄탄한 이야기 전개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벤트 때마다 주요 캐릭터들의 대화나 모습들이 나오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 처음 시작부터 악당이 되었지만, 스토리 전개의 훌륭함에 유저들은 개의치 않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가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악령군 조작이랄까.

게임의 전개는 악령군으로 시작해 흑마술파, 그리고 해방부대 순으로 캠페인이 진행되는데, 원작 스토리 내에서도 개성 있었던 각 종족(?)의 모습을 게임 상에서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낸 것은 원작 소설에 호평을 던졌던 유저들의 상상력에 기름을 붓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더욱이 반드시 정의의 편(?)에서만 플레이어의 게임이 진행된다는 일종의 불문율과도 같았던 법칙과는 달리, 거울전쟁~ 악령군은 제목에서도 익히 알 수 있듯이 대륙의 평화를 저해하는 악령군의 입장에서 캠페인인 진행된다. 온갖 악한 짓을 일삼고 대륙을 피바다로 만드는 악당인 카라드 하트세어의 입장이 되는 재미는 색다름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정의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해방군도 조작하게 되지만, 게임의 메인이 ‘아령군’과 ‘악당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는 것은 거울전쟁이라는 게임의 독특하고도 짜임새 있는 세계관이 있기에 가능한 그것이었다.

이후 거울전쟁이라는 브랜드네임을 단 게임이 ~악령군 이후에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원작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으로, 당연히 부가적인 추가 콘텐츠 생산도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임에 틀림이 없었다.

거울전쟁~ 악령군은 장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게 부각되었다. RTS였음에도 불구하고 RPG적인 요소, 캐릭터의 육성을 적극적으로 게임에 도입했던 독특한 게임 방식은 킹덤언더파이어나 삼국지 천명과 같은 게임에서 이미 선보였던 부분들이었으며, 자원적인 부분을 배제한 전략 시스템도 분명 재미는 담보하고 있었지만 ‘참신’함에 있어서는 거리가 있었다. 자원의 양으로 엄청난 물량을 뽑아내 상대를 압박하는 단순한 게임이 되지 않겠다는 개발사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었지만, 200물량전이 가능한 스타크래프트의 ‘위엄’이 역으로 시장에서 통용이 되며 이러한 개발사의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때로는 단순한 것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전략적인 한계나 패키지 게임의 한계가 드러나는 밸런스 문제, 그리고 배틀넷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이투넷이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울전쟁~ 악령군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당시 PC패키지 게임의 전가의 보도처럼 존재하고 있던 버그 또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 흐름에 편승해 ‘묻어가려 하는’수준 낮은 저질작들에, 그리고 그런 게임들이 양산하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업계에 던지는, 거울전쟁은 그런 꾸짖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단점들을 가릴 수 있었던 출중한 스토리와 게임성 등이 장점으로 작용했던 거울전쟁~ 악령군은 몰락한 패키지 게임 시장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선전, 저질 짝퉁 모방 RTS들이 난무했던 시장에서 국내 게임 시장의 개발력을 ‘인증’해 준 명작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떠한 장르에 기념비적인 활약을 하는 게임이 등장한다면, 시장은 유행을 따라가듯이 해당 장르에 주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유행은 다른 게임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업계를 주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게임 시장은 그 규모와 상관없이 언제나 ‘얻어 걸리기를 바라며’이렇다 할 정체성 없이 그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상술이 범람하고 있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거작에도 ‘꿀리지’않고 단순한 아류작들과 궤를 확실히 달리했던 거울전쟁~ 악령군은, 최근까지도 국내 업계에서 이어지는 장르 편중 현상의 세태를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교훈과도 같은 게임이라고도 해야 할 것이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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