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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룸(LOOM)

작성자 :	등록일 : 2012-05-11 오후 4:54:50

어드벤처 게임이 가지고 있는 오묘한 느낌은 다른 그 어떤 게임들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은밀한, 쉽사리 얕볼 수 없는 매력이 대부분의 어드벤처 게임에 스며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장르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매력.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고전적인 색.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란 어떤 게임이든지 간에 우리에게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한다.

마치 롯데월드에서 ‘신밧드 어드벤처’를 타기 전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느끼는 두근거리는 감정처럼 말이다!

어드벤처 게임이 신비하면서 미지의 분위기를 풍기는 인상을 게임을 하는 이에게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드벤처(Adventure)라는 단어가 모험, 모험심, 희한한 사건, 뜻밖의 사건, 진기한 경험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아름다운 선율, 그 속에서 펼쳐지는 미지의 마법의 세계.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 룸(LOOM).

단순히 말해서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미지의 무언가를 탐구하고 여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설렘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설렘과 흥분,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조우로 기대감을 가득하게 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어드벤처와 모험형 RPG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이들도 많다. RPG의 전형적인 모습 또한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떠나고, 그 모험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어드벤처 게임은 슈팅, 액션, 전략 시뮬레이션 등의 장르에서 많이 요구되는 순발력, 반사 신경 등 운동 능력에 해당하는 동적 부분보다 판단력과 인내력, 통찰력 등 지적 사고와 관련된 정적 부분을 많이 요구한다.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정적이고 다이내믹함, 긴박감 면에서는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상황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직관력 등이 요구됨으로써 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감성을 터치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지에 대한 동경,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한 설렘, 신비한 것들과의 조우로 가슴 벅찬 두근거림과 감동을 선사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루카스아츠의 대표 어드벤처 게임. ‘룸(LOOM�)’이 바로 그것이다.

스타워즈라는 희대의 명 SF영화, 그리고 그 세계관으로 유명한 루카스아츠(Lucas Arts)라는 회사는 오래 전부터 게임 시자에서도 굵직한 활약을 이어 왔다. 전 세계 PC게임 업계 시장에서 굵직한 게임들을 만들어 내며 게임 유저들을 현혹시켜 온 것이다. 스타워즈라는 희대의 브랜드를 갖추고 있는 루카스아츠인 만큼 스타워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PC게임들, 액션과 레이싱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시리즈들은 지금도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는 루카스아츠의 게임들이라고 한다면 단연 어드벤처들이 손꼽혔다. 원숭이섬의 비밀(1990) 시리즈, 인디아나존스(1990) 시리즈, 매니악 맨(Maniac Mansion�) 등의 명작 어드벤처 게임들을 시장에 선보인 루카스아츠는 당시 시에라 온라인과 함께 최고의 어드벤처 게임 제작사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 애석하게도, 정식발매 한글판은 없어 많은 이들이 룸의 서정적 스토리를 만끽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한편, 당시 루카스필름이라는 이름의 게임사에 입사를 한 브라이언 모라이어티(Brian Moriarty)는 인포컴에서 조크 시리즈 등 고전 텍스트 어드벤처에 개발력을 발휘한 거장으로 이미 유명한 개발자였는데, 그는 천재 개발 프로그래머라는 명성답게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시스템 구축을 선보이기 위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이 때 그가 주목했던 것은 IBM PC의 컬러 구현과 마우스라는 새로운 PC 옵션에 대한 가능성이었다. 명령어의 입력이 아닌 직접 화면을 터치하고 클릭할 수 있는 주변기기의 존재는 새로운 세계의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음계의 선택과 구성의 변화를 키워드로 하는 신개념 어드벤처인 룸(LOOM, 베틀이라는 뜻. 명주 ·무명 ·모시 ·삼베 등의 피륙을 짜는 틀)이었다.

게임의 주인공은 '보빈(Bobbin)‘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마법사다. 초승달이 비춰지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보빈은 길드가 사회를 이루던 판타지 세계로 여러 길드가 배타적으로 살면서 자신들의 기술을 끌어올리는 사회에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 기술이라는 것이 게임 전개와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 그리고 스토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바로 직공들의 길드에서는 옷감을 짜는 능력을 뛰어넘어 현실세계를 이루고 있는 운명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현실의 운명을 짤 수 있는 베틀. 즉 룸 (Loom)을 제작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보빈은 레이디 시그나가 살던 시대, 길드 내에서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는 시대에서 태어나게 된다. 바로 이 레이디 시그나가 길드의 세 장로에게 부탁해 룸을 이용해 운명을 바꿔달라고 부탁한 것. 장로들은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시그나는 경고를 무시하고 운명의 베틀을 이용해 아이를 얻게 된다. 이 일로 인해 시그나는 백조로 변신당한 뒤 길드를 추방당하게 되고, 태어난 아이인 보빈은 햇첼이라는 노파에게 맡겨지게 된다.

△ 운명적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보빈. 마법의 지팡이로 음계를 만들어 마법을 구현해 낸다.

장로들은 보빈이 세상을 혼란으로 이끌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라 생각하여 보빈에게 길드 원으로서의 교육조차 금지시킨다. 태생적으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 바로 마법을 배우는 것을 금지당한 것. 하지만 헷첼은 몰래 보빈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생일 때마다 백조 시그나를 만나게 한다.

하지만 이를 장로들에게 들켜 17번째 생일날 장로는 보빈을 호출하고 헷첼은 처벌을 받아 백조알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법의 베틀의 패턴을 뚫고 나타난 한 마리의 백조에 의해 길드원들은 모두 백조로 변해버리고, 장로의 마법 지팡이를 얻은 보빈은 헷첼을 마법으로 부화시켜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보빈의 탄생으로 인해 다가올 세상의 혼돈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혼돈을 막기 위해 보빈이 날아간 백조 무리와 합류해 죽음의 신을 막아야 하는 모험을 떠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게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룸의 이 오프닝은, 게임의 분위기와 함께 말도 안 되는 허구의 내용이지만 플레이어이자 주인공인 보빈의 여행의 시작은 새로운 세계로의,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선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한다. 실제는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는 이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어드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발단을 특유의 분위기로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에서부터, 아니 어쩌면 게임 시작부터 많은 이들이 눈치를 채게 되지만, 게임에 빠져들고 또 보빈의 여행을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음악에 있었다. 마치 차이코프스키가 룸이라는 게임을 위해 곡을 썼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게임 전반적으로 백조의 호수의 선율이 흐른다. 그야말로 환성적이고 또 몽환적인 게임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플레이어인 보빈은 장로의 마법의 지팡이를 이용해 베틀을 통한 음계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 진 음계는 마법 주문이 되어 게임 상에서 각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음계로 진행되는 마법주문은 게임 상에서 음악으로 구현되어 플레이어의 귀를 한껏 즐겁게 하고 있었다. 베틀로 짜이는 실들은 빈 악보고, 그 악보에 마법으로 음표들이 수놓아져지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마법이 구현되는 부분은 룸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음악이 빠진다면 룸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할 정도.

△ 주문을 통해 이벤트를 일으키고, 마법을 사용한다는 설정은 희대의 인터페이스임에 틀림이 없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마법을 구현해 내기 위해 해당 음표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어야 했지만(마법주문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타인이 플레이한 세이브 파일만 가지고서는 진행하기 힘들었으며, 그만큼 플레이의 레어함을 더했다) 마법주문을 모르면 게임진행이 불가능하다는 불편함을 차처해도 충분히 게임과 그 안에서 구현되는 선율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끔 하고 있었다. 기존의 어드벤처들이 아이템과 특정행동, 그리고 텍스트의 선택으로 인해 게임이 진행됐지만, 음계만으로 모든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독특함을 넘어서 참신함을 더하기 충분했다. 분명 이 음표 시스템은 게임 역사상 가장 참신한 인터페이스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게 음계로 이벤트와 게임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부분은 사물에 귀를 기울이면 음악이 들린다는 설정으로 마우스의 활용을 극대화시켰다. 사물을 클릭해 마법을 표현하게 만들고 그 선율을 통해 마법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음악과 마법, 그리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요소, 그로 인한 룸의 스토리 전개와 인터페이스, 그리고 음계의 조화로 그야말로 참신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런 전개들은 룸의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궈주고 있었다. 사람의 혼을 울리는 감동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의 세계의 이야기와 룸 차일드(Loom Child)의 가슴 아픈 운명과 이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연출력은 최고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유저들을 홀리게 했다. 플레이어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리는 게임. 그것이 바로 룸의 힘이었다.

게임이 등장했던 당시에는, 룸이라는 게임의 매력을 십분 느끼기 위해서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사운드 카드가 PC에 없다면 게임의 재미가 엄청나게 감소되는 단점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운드카드가 흔치 않았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사양을 요구하는, 말하자면 ‘부르주아 게임’중 하나였다.

또, 국내에 한글화가 되어 정식발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동서게임을 통해 정식발매가 된 바는 있었지만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룸의 스토리가 영어를 모르는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바가 있었으며, 그래픽도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여기에 맘먹고 한시간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단선적이고 짧은 스토리가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롬은 명작임에 틀림이 없었다. 언제, 어디, 그리고 어떤 세계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판타지 세계. 마법과 베틀, 그리고 음악으로 만들어 진 세상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감성적 동화가 펼쳐지는 이야기. 게임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만큼 흔하지 않았던 사운드카드 보급에 큰 역할을 했으며,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들과는 달리 마우스 입력 중심이 되었던 만큼 PC사용의 틀을 바꾼 기념비적인 게임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 사신의 낫은, 초승달이 된다는 이야기의 마무리와 엔딩은 그야말로 많은 이들을 멍하게 바라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밀려드는 허탈감과 공허함. 감동.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하게 엔딩을 보게 되는 게임.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하염없이 엔딩을 보게 되는 게임. 패턴의 한끝을 물고 사라지는 백조들과, 카오스가 던진 낫이 달에 걸리는 엔딩은 앞서 언급한 대로 극도의 우울증과 허전함을 유발하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매우 안타깝게도,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명작을 만들어 냈던 루카스아츠의 어드벤처들은 이후에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룸 또한 명성과는 달리 판매고를 많이 올리지 못해 후속작의 개발도 중지되고 말았다. 여기에 정통 어드벤처 장르가 사양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현재 루카스아츠는 돈이 되는 스타워즈 시리즈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아름다웠던 룸의 선율과 베틀에서 짜이는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유저들이라면, 분명히 아쉬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게다.

※ 추억의 게임 몇몇 이미지(스크린샷)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이미지로 출처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혹시 문제가 되는 이미지는 연락 주시면 바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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