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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주간 게임홀릭] 12월 네 번째 주

작성자 :	등록일 : 2006-12-27 오전 9:06:10

드디어 2007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일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다양한 국제 스포츠 행사와 더불어 북핵과 항우석 교수 파문 등으로 그야말로 나라 안팎이 벌집 쑤셔놓듯 했습니다만, 시간은 청산유수와 같이 흘러서 황금돼지의 해라고 불리는 내년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많은 아쉬움이 남겠지만, 또 다가올 새로운 나날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겠지요.

연말이기도 하고, 게임계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그런지 아주 많이 조용했습니다. 그 동안 해 왔던 사업을 정리하고, 내년 계속될 게임 사업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겠죠. 새로운 게임들이 또 다시 대거 등장할 2007년이 사뭇 기대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 내년은! 황금돼지의 해입니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아직 조용한 반면, e-스포츠업계는 많은 행사와 연이은 빅매치로 떠들썩한 분위기입니다. e-스포츠의 최대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프로리그 결승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고(내년 1월 7일이라고 하네요), 임요환 선수의 군입대 이후 첫 번째 공식전으로 분위기가 한층 들떠있습니다.

게다가 공군이 팀을 창단하여 다음 프로리그부터 본격적으로 시즌에 뛰어든다고 하고, 군입대 하는 프로게이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 인해 e-스포츠업계는 ‘군입대하면 선수생명은 끝’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잊게 한 만큼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한 해가 되었기 때문에 앞날에 최근 분위기는 매우 좋습니다.

물론 아직 이런 좋은 혜택들이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몰려있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이런 문제들은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계기들을 찾으며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업계의 분위기는 더 없이 좋은 수준입니다.

온라인 게임업계에도 내년,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하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2006 게임대상, ‘그늘’과 ‘숙제’가 많다
지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게임업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큰 시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중파에서 방송을 예고하기도 했고, 올 한해 게임업계에 많은 평지풍파(?)가 불었으니, 나름대로 업계를 위로하는 차원의 큰 행사이기도 했고, 동시에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게임 어워드로 서서히 인정받는 행사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2006년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올 한 해 동안 게임산업에 드리워졌던 '그늘'과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 또한 다시금 인식하게 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생각을 가장 크게 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게임대상에서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게임들 때문이었죠.

대상을 수상한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최우수상을 수상한 제라는 올 한해 대표적으로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 사실을 심사위원들은 모르고 이 게임들을 선정했을까요? TV나 결과를 보고 ‘다 그렇고 그런 사이들이었구만’이라고 생각할 만큼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죠.

주최측은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가장 높은 인기를 얻었던 한 FPS게임은 나이가 적지 않게 드신 고명하신 ‘심사위원님’들의 눈에 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명살상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게임 연령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죠(사실 따지고 보면 제라나 그라나도 에스파다도 그리 잔인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 이 중에서 납득되는 것은 이윤열 선수 하나 뿐?

그리고 한 캐주얼 게임은 대상이나 최우수상에 걸맞은 대단한 기술력이나 그래픽 기술이 보이지 않아서 탈락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시스템과 멋진 그래픽으로 올해 가장 인기를 얻었다고 평가받는 MMORPG는 게임머니와 현금거래를 유도한다는 것 때문에 또 탈락시켰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말 많고 탈 많은 두 게임을 선정한 이유입니다. 한 기자는 이런 사실을 들으며 ‘받을 게임을 고르지 않고 받으면 안 될 게임을 고르다보니 실패한 게임들의 패자부활전, 위로전이 되었다’라고 촌평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수상한 게임들이 결코 다른 게임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데 말이죠.

수상작 선정을 둔 '설왕설래'는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온전히 차기작 개발에 재투자 해도 성패를 점치기 어려울 만큼 경쟁이 격화된 내수 시장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게임이 이용자에 미칠지도 모르는 유해성에 관한 논란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죠.

문제는 이 유해성을 높으신 양반들이 어떻게 판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주최측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제라가 많은 자본을 들인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떨까요. 뒤집어 말하자면 이들 게임은 그렇게 많은 자본을 들여서 만들어 놓고 기대를 받지 못해서 결국 2006년 한 해 농사를 망친 주범이기도 합니다. 뭐, 자기네들 돈을 들여서 그렇게 만들고 자기네들이 손해를 보겠다는데 할 말은 없지만, 엄밀히 말해서 높으신 분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들이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죠.

△ 하기사, 주고 싶지 않아도 줘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주요 수상작의 시상을 위해 미녀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김명곤 장관과 우종식 게임산업개발원장, 김기만 게임위위원장 등은 한결같이 바다이야기 파문이 미쳤던 어려움을 술회하며 이의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게임산업의 한 축이었던 아케이드 게임업의 붕괴, 주무부서인 문화부의 정책실패 논란, 게임산업개발원의 존폐 위기를 불러올 만큼 큰 사안이었던 만큼 이들이 '잔치상'을 앞에 두고 연이어 이를 언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김명곤 장관은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제도정비를 통해 "건전게임과 사행산업의 분리를 이뤄냈다"고 자평했지만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 끝에 사실상 사멸 위기에 처한 아케이드 게임업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바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산업진흥을 위한 입법 등 '부양책'을 마련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문화부가 어떠한 대안을 내놓을지 궁금한 시점에서 ‘게임업계를 살리자’라고만 외치고 ‘엉뚱한 게임에’ 상을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행사는 SBS 사옥에서 진행돼 SBS 8시 뉴스를 통해 소개됐고, 녹화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개홀도 아닌 사옥 1층 로비의 협소한 공간을 통해 행사가 진행됐고 방송 편성 또한 자정을 넘긴 심야에 진행됐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 아, 가수들의 축하공연은 좋았었습니다

게임산업 규모는 지난해 연간 8조6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수출 동력이자 효자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은 지 오래됐죠. 그러나 그 역량과 위상에 맞는 인식과 대접을 받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며 해결해야 할 숙제 또한 산적합니다.

개인적으로, 누가 저 게임들에 저 상을 줬는지, 얘기라도 한 번 나눠봤으면 하네요.